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 - <노자도덕경>과 「대학」으로 파보는 남녀의 즐거움 즐겁고 발랄한 동아시아 문명 시리즈 2
이호영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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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
이호영
책밭 / 439


동양고전을 통해 본 남자와 여자의 속성.  간략한 책소개로 이정도면 내용이 통한다고 해야하는지. 저자의 표현을 빌면, 동아시아 지역문명의 특징으로 해석한 남녀관계, 서로에 대한 이해 라고 하겠다.
역시 저자가 소개했듯 이 책은 화성남자 금성여자와 노자의 성이라는 두 책에서 많은 힌트를 받아 나온 책이다. 상당히 재미있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노자의 사상은 여성의 특징인 친밀성과 애착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유학의 경전인 <대학>은 그 성격이 남자계발 지침서라고 보았다. <대학>의 내용을 만족시키려면 왕이 되어야한다. 그러나 모두 왕이 될수는 없으므로 남자로 하여금 왕으로 느끼게 해주는 판타지가 된다.

 

<노자>의 여성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읽어본 거라곤 김용옥의 노자 밖에 없는데 거기에는 노자의 여성성에 대한 구절이 없다. 신선한 해석이라고 하겠는데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노자 연구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사실이라 한다. 그래서 도가와 유가를 양립할수 없는 사상체계라고 한다. 

 

유학의 탄생은 여성적 원리인 친밀성을 지킬 울타리가 필요해 남성의 원리인 유학이 등장한 것이라고 한다. 즉 문화적 공동체를 야만과 야생의 공격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동아시아에서 마련한 울타리가 유교와 <대학>이라는 것이다.

서두의 창조신화는 매우 흥미롭다. 최고신을 의지와 욕망으로 본 것은 탁견이라 생각된다. 세계신화의 재구성과 재조합으로 만든 판타지 우화는 그 자체로도 한편의 재미있는 창작소설이 될 듯 하다. 여성이 먼저 만들어지고 남성은 여성의 애완동물 역할을 하기위해 만들어졌다는...

 

그래서 이 책은 전체를 크게 다섯 부분정도로 나누고  창조신화, 노자-여자의 속사정, <대학>-남자의 겉치레, 여자와 남자의 관계를 차례로 살핀다.
정말 흥미롭고 신선하며 시니컬하고 분석적이다. 그런데 너무 다기망양하다. 마치 김용옥의 책을 보는듯한 느낌이다. 직설적 구어체에 방대한 지식과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사례인용 등.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차가 고속도로로 가지 않고 동서남북을 뺑뺑 돌아 4000km쯤 가는 기분이다.

 

화이론에 대한 새관점은 살펴볼만 하다. 식민지학이라는 것. 유학이란 노자와 초나라에 대한 중원의 식민지학이고 성리학은 고려에 대한 중국의 식민지학이다. 맞다.
그런데 저자의 주장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은 과연 노자는 여자, 대학은 남자, 이런 구분이 맞아 떨어질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노자를 여성성으로 해석한 부분은 <노자와 성>이라는 걸출한 저작덕분에 이해된다. 그럼 <대학>은 남자의 교과서인가? 사서중에 가장 먼저 읽은 책이 <대학>이므로 거개가 남성인 유자들의 상태를 분석한다면 <대학>이 좋은 텍스트이긴 하겠지만 그렇다면 가장 많이 읽힌 주자 주희가 교감한 <대학장구>를 택해 분석했어야 한다. 그런데 저자는 왕양명의 예기 대학편을 저본으로 삼아 분석하고 있다.  <대학>의 삼강령을 보면 ‘在親民’ 이라는 어구가 나오는데 주자는 여기서 親을 新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한문을 배우는 사람은 누구나 이 부분을 ‘재신민’이라고 읽는다. 물론 저자는 왜 친민이 신민이 되었는지 어떤 차이와 의도가 있는지를 상세히 밝혀주고 있다.


그런데 <대학>만 남자용 교과서였던 것은 당연히 아니다. 모든 경전이 다 남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남자를 기르기 위한 것이다. 더구나 <대학>은 四書의 하나로 유생 양반귀족 관리 등 지식인을 위한 교과서다. 통칭 남자를 위한 책이라 보기엔 좀... 차라리 글을 배우는 모든 남자가 익히는 <소학>을 대상으로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조선시대에도 사서를 읽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가 결국 같은 의미라고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왕가에만 적용될수 있는 규범이니 남자 일반론은 아니지 않을까.  저자는 유학을 전공하고 특이하게 영국에서 유학으로 학위를 받은 전문가이니 너무나 잘 알아서 썼겠지만 의문은 남는다.

 

후반부에서 저자는 여성은 친밀을 주장하고 남성은 위계서열만 따지는 한심한 조속임을 수차 강조한다. 부인할 수가 없다. 그리고 또 생물학적 父性은 없다는 사실을 힘주어 강조한다. 그러니 이제는 동료로서의 가족관계가 낫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은 제2의 성에서 제1의 성으로 도약했다. 남자는 생물학적으로 여성보다 열등하다. 그러니 어찌해야 하는가.
막바지에 저자는 여성가족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여성해방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한다. 여성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보아야할 책인 것 같다.
결말이 궁금한 사람도 직접 읽어야 한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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