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8월
평점 :
오펜하이머는 로스앨러모스에서 원자폭탄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가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것이 일본에 투하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단지 나치에 대항하기 위한 신념으로 참가한 것 같다. 그 당시에 독일이 핵폭탄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전쟁이 끝나고 나서 다시 학교에 돌아가서도 예전처럼 연구에 몰두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그런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이후에도 나타나면 어쩌나 걱정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현재 주어진 명예를 최대한 이용해 핵폭탄에 대한 국제기구를 만들고 그곳에서 통제하기 위한 안을 마련한다. 하지만 그 안건은 본래 의도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결국 소련도 그 안을 거부함으로써 그가 의도하던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그는 회의가 끝나고 릴리엔털에게 쓴 편지에서 "아직도 마음이 아주 무겁다"라고 썼다. 오펜하이머는 나아가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 예측했는데, 이는 그의 정치적 명민함을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제 이 문제에 대해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보고서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될 것이고, 러시아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러시아가 전쟁의도를 보이는 것이라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나라를 전쟁 일보 직전의 상태로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계획에 딱 들어맞겠지. 처음에는 심리적인 차원에서 시작하겠지만, 점점 실제적으로도 전쟁 준비를 본격화할 거야. 육군은 이 나라의 연구활동을 지휘하게 될 것이고, 공산주의자 사냥이 시작되겠지. 산업조직회부터 시작해 모든 노동조합들은 공산주의자 취급을 받게 될 것이고, 반역자로 몰리게 될거야." 릴리엔털은 나중에 자신의 일기에 오펜하이머가 정신 사납게 왔다 갔다하면서 "정말로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고 썼다. p.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