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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 현대 문명의 본질과 허상을 단숨에 꿰뚫는 세계사
수바드라 다스 지음, 장한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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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서 가장 오랫동안 책 한 권을 끝내지 못했다.

보통은 2~3일이면 한권의 책을 다 읽는데 어떤 책은 두어시간만에 읽히기도 하고

내가 책을 보는 스타일이 그리 오래 끄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 책은 끝을 보기까지

거의 2주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만큼 책이 어려웠던 걸까.

어려웠다기 보다는 내가 납득하기가 까지 과정이 어려웠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은 [세계를 움직인 10가지 프레임]이다.


현대 문명의 본질과 허상을 단숨에 꿰뚫는 세계사라는 부주제로 머릿속 가장 깊은 곳에

심어놓은 권력의 프레임을 뿌리 뽑는다라고 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역사에 대한 관점을

다른 시각에서 해석하고 주장하는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었으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머릿속에서 내가 여전히 끝내지 못했던 책, [총,균,쇠]를 읽던

불안함이 계속적으로 떠올랐다.

왜일까.

이 책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기존의 백인 혹은 유럽인들 중심의 사고,(괄호치고 서양이라고 쓸 수 있겠지)

로만, 혹은 게르만적 사고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에서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그것을 프레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즉, 기존의 연대 사건, 인물이 아닌 개념과 생각을 중심으로 해서 새로운 관점하에 사고를 집약하여

전혀 생각못한 ‘사실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왜 사실의 관점이라고 표현했냐면…결코 추론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있는 사실을 다른 관점에서

피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책의 3장, [펜은 칼보다 강하다]장을 보면 잉카문명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잉카문명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불가사의한 문명, 그래서 외계인설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 밑도 끝도 없는 외계인설은 왜 나오게 되었을까?

글자도 없고 바퀴도 없고 말도 없는 문명.

그러한 그들이 동시대 유럽을 앞설 수는 없다는 전제. 그게 바로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즉, 대다수의 우리들이 그렇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바로 프레임이다.

그런데 이 프레임은 대단히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잉카는 어떻게 그런 문명을 창조했는지를 기록하지 않았기에 불가사의하다고 일축하는 것이

편리하였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가장 먼저 충격이 온 부분이 여기인데, 왜 잉카문명은 고도의 문명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한번도 이점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그건 체계적인 논리적 사고라 믿었던 사실,

잉카문명은 문자조차 없던, 인신공양을 하던 야만적 문명이라는 ‘사실’에서 시작한 것이다.

서구 학자들은 문자도 없는 민족이 자신들보다 뛰어난 문명을 창조할 수는 없다는 프레임에서

잉카문명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잉카가 과연 문자가 없었는가? 즉, 기록의 문명이 없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라는 것을 사실적으로 제시한다.

키푸라는 매듭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었다는데 서구학자들은 글자가 아닌 매듭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도의 기록을 어려웠기에 자신들보다 하급의 문명으로 취급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인데,

이런 주장에 대해 근거가 바로 스페인의 침략전에는 매듭만으로 5천년의 역사 기록을 문자만큼이나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의 상식을 뒤집고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런 역할이 가능한 것은 저자인 수바드라 다스가 인도인이라거 서양의 식민지로서, 오랜 동양의

문명인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이 든다.

물론 가끔 인도인으로서의 주관적 관점이 부각되는 것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최근의 마하트마 간디의 새로운 사실을 알게된 다음부터 간다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좋아지다보니...

저자의 간디에 대한 인용이 공감할 수 없기에 거슬린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처음에는 객관적 사실이 어떻게 왜곡되었는가에서 충격이 오고

그 다음에는 이렇게 다른 사실을 직시할 수 있는가 하는 혼란이 오게 된다.

오랫동안 익숙한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자신의 논리를 입증하기 위한 다양한 근거와 그리고 읽는 사람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됨에 따른 당황스러움, 그리고 그것을 다시 납득하고 수긍하기까지 걸리는 오랜 시간.

이 책은 이렇게 여러 감정의 변화를 겪어내며 읽히는 책이다.

그래서 오래 읽히게 된다.

이 책에는 내가 교과서와 그동안 읽어왔던 책에서의 당연한 사실을 밀도 있게 파괴하고 있다.

그저 단순히 이럴 수도 있다라는 것이 아니라 관점에 따라서 모든 것이 새로운 시각과 전혀다른

입장에서 제시되는 너무나 다른 사실을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 납득하기도 어렵고 당황하게 한다.

이 책에는 꽤나 많은 우리들의 역사적 사실이 바뀌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읽기가 어렵다.

하나의 관념적 사실을 바꾸는 데는 그만큼 힘겨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과연 그런 것일까라는 생각보다는, 그렇지 이러한 시각으로 볼 수

있지라고 이해하게 되는 것에는 [총,균,쇠]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총,균,쇠]로 인해 어떤 일방적인 사고에 의한 지식의 전달보다는 다양성을 점차 인정하는 추세가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 역시 주장하는 진실을 자극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프레임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나역시 이와 같은 새로운 프레임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좋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어떤 이는 감탄하며 새로운 것에 빠져 하룻밤을 새서라도 다 읽고자

하는 이가 있을 것이고, 어떤 이는 하루에 10장도 보기가 어려운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작가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관점을 조금은 세울 수 있는 그러한 시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쉽다 어렵다는 평가는 책의 난해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사실이 뒤집혀진다는 것에

대해서 납득하고 수긍하고 감안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새로운 역사 가치관에 대한 책.

이제 이 책도 다 읽었으니 이제는…

다시 한 번 [총, 균, 쇠]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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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 데 있는 新 잡학상식 2 -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가장 기상천외한 잡학사전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시리즈
매튜 카터 지음, 오지현 옮김 / 온스토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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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책 제목으로 ‘쓸데있는’ ‘쓸데없는’ ‘잡학’이라는 단어들이 많이 쓰인다.

이런 책 제목은 몇해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적 관점의 여행, 토론 프로그램이 성공한 것도 신기한데 책 시장에 까지 영향을 미친 보기드문 사례인

이 ‘알쓸신잡’이라고 불리는 스타일은 꽤나 오랫동안 책을 찾는 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듯 하다.

심지어 요즘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 제목에서도 심심치않을 정도이니.


예능 방송이 시리즈로 매년 계속되고 있어서 그런지 이런 책 제목 시리즈도 여전히 계속 나오는데

평소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지 못하는 인문학계열의 책이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깊이 있는 인식이나 주제에 대한 탐구보다는 단순 소개이거나 얇은 지식의 전달이라 할 지라도 말이다.

그래서일까 흥미가 생겼다. 왜 요즘 이런 ‘쓸데없는 잡학’에 관심이 많아진 걸까.

소위 MZ세대는 잡학에 심취하는 걸까.


이러한 부분은 최근에 보통의 라이프 스타일과도 연결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책이라곤 입시책밖에 모르는 청소년기를 지나 취업에 급급해야 하는 청년기까지 사실 우리나라

세대들이 책을 통한 감동이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기가 삶에 있어 몇번이나 찾아올까.


그래서일까.

간단하게 ‘한시간 정도의 프로그램’으로 인문학을 접할 수 있거나 쉬운 용어와 이해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쌓는 일이 아마도 요즘 세대에게는 조금의 지적 위안이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흔히 애기하는 교양이 일부 계층의 지적 허영심이 아닌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지적

즐거움이라는 사실이 이런 ‘쓸데있는’ ‘쓸데없는’ 이름의 책을 나오게 한 것이라 생각한다.


즉, 오히려 그동안 너무 잡학을 모르고 살아온 세대에게는 이런 프로그램이나 책이 반가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경향에서 월간지였던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떠올리곤 한다.

교양지라곤 전무하던 1970년대 중반 갑자기 나온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나를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창이었다. 요즘의 인터넷처럼.


사실 내가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상식과 지식의 밑바탕에는 20여년을 꾸준히 읽어온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영향이 컸다.

1922년에 미국에서 창간된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드윗 윌리스와 그의 아내 라일라에 의해서 창간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지식과 교양을 좀 더 함축적으로 전달할 방법이 없을까라고 해서

내용을 축약하고 간편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월간지가 바로 리더스 다이제스트였다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최근에는 이런 ‘다이제스트’라는 표현이 ‘쓸데있는’이란 단어로 대체된 듯 하다.

이런 류의 책의 최근 작이라 할 수 있는 Mjc Matthew Carter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 잡학상식2’를 읽었다.


저자인 매튜 카터는 ‘틱톡커’이다. ‘틱토커’란 직업도 생소하지만 그가 벌써 두번째 같은 시리즈의 책을

저술한 이제 겨우 25세의 청년이란 것도 신선하다.


결국 요즘 세대의 마음을 잘 아는 것, 욕구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같은 세대라는 것일까.

그는 마치 100년전의 리더스 다이제스트처럼 요즘 사람들에게 간단한 상식과 교양을 전한다.

이 책은 그런 잡다한 지식의 나열이 9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지구, 우주, 대양, 지리, 인체, 역사, 동물, 음식 그리고 이외로 알아두면 좋은 사실들의 순으로

구성으로 되어 있어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거리에 대해 그물을 던지고 있다.

사실 이 책 자체가 다이제스트식의 상식을 표방하다보니 책 제목 그대로 흥미진진하고 환상적인

사실들을 ‘알려주는’ 한계에 머물러 있다.


즉, 이 책이 여기서 읽고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더 알아봐야 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만으로 궁금증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고 궁금해진 독자는 더 많은 것을

찾아보게 되고 검색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패턴이 어쩌면 요즘 세대에게는 훨씬 더 적합한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흥미를 가져야지만 찾아볼 테니까.

소위 Z세대는 결국 검색과 알고리즘의 세대이기도 하고, 검색을 통해서 자신이 찾아낸 결과에

만족하고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런 세대를 위한 편리한 안내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누가 죽지 않는 동물이 있는 것에 궁금해할 것이고,

누가 유니콘이 실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에 신념을 갖게 될 것이며,

누가 우주에 가져간 악기가 하모니카가 최초라는 것에 감탄하거나 놀랄 것인가?


그러한 것의 모든 답은 이 책 안에 있다.

단, 아주 짧게.


그래서 이 책은 짧게 잠깐 즐기는 오후의 낮잠처럼 편안하고 느긋하게 ‘오, 이런 일도 있었구나’

‘와.. 이런 일도 가능한가?’하는 감탄을 유발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좀더 구체적으로 궁금해진다면?

그대는 스스로 자신만의 답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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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의 마인드셋 - 최고의 노인정신과 전문의가 말하는 60 이후 행복을 결정하는 7가지 태도
와다 히데키 지음, 이은혜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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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아이보다 많아진 시대가 되었다.

원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연령이 골고루 분포하던 시절에서 이제는 나이 든 사람이

태어난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걱정하는 시대이다.

출생률의 감소도 있지만 사람의 평균 수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기에

당연히 나이든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왜 걱정을 하게 되는 걸까.

정부는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새로운 세대는 짋어져야 하는

짐으로 노인은 걱정스런 존재란 인식이 만연한다.

나 역시 노인의 존재는 존중보다는 불편함이 더 많게 느껴진다.

올바르고 선량하며 존중의 가치의 선함보다는 거칠고 무례한 이들이 더 많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의 절대적인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유된다.

즉, 누구에게나 노인의 시간은 온다.

노인의 시간이 내게도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 노인의 삶을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긍정적이기 보다는 불안하며, 우울해지며 심지어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그저 공포스럽기 까지 하다.

병약하고 타인의 도음에 기대어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미쳐 준비되지 못한 궁핍한 하루하루는 얼마나 신산할까.

갑자기 찾아오는 심근경색같은 질병으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는 생활은 어떠할까.

반대로 모든 기억을 잃어가면서 자신의 존재조차 기억못하는 일상은 또 어떨지.

젊은 시절엔 가벼이 스칠 수 있는 것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현실로 다가온다.

이런 미래가 결코 내게서도 멀지 않다는 것은 공포이다.

아마도 노인 인구의 증가라는 현실속에 서서히 노인의 나이로 나아가는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심정은 아닐까.

언젠가는 내게 닥칠 일이란 예견된 공포말이다.

물론, 액티브 시니어라던지 로맨스 그레이라던지 하며 해피 라이프 스타일을 부르짓고

얼마든지 즐거운 인생을 구가할 수 있는 문화와 소비를 즐기며 살 수 도 있다.

그렇다고 공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예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점점 쇄락해가는 자신의 본다는 것이 두려워지는 시점은 반드시 오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인간에게 신이라는 영원한 존재에 깃대어 살아가게 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공포는 공포다.

노인의 삶에 대한 주제가 흔해진 요즘, 책 하나를 읽게 되었다.

일본인 의사 와다 히데키의 [60세의 마인드 셋]이란 작품이다.


60세의 마인드셋, 와다 히데키, 현대지성

이 책은 일본의 의사로서 30년 이상 노인 정신의학을 연구하고 치료한

일본 최고의 노인 정신전문의의 책이다.

그러한 약력이기에 이 책 역시 노인문제에 대한 비판과 분석

그리고…시덥잖은 대책을 제시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의 띄지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다.

‘뻔한 소리가 아닌 발칙하고 생생한 조언’

물론 이 글은 저자의 글이 아니라 한국에 번역본이 나오면서 추천인이 쓴 글이긴 하지만

이 책의 성격을 한눈에 알게 해주는 글이다.

왜 이런 추천사를 쓰게 된 것일까?

두툼한 책은 아니기에 한 호흡으로 읽어 내려갔는데 나의 결론 역시 이러하다.

이 책은 노인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쓰여진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노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는 책이다.

그리고 노인이 읽을 책이 아니라 노인으로 가는 여정에 들어선 이가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일본의 노인의 삶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일본의 상황이 바로 우리에게도

곧 닥칠 일 이기에 꽤나 진지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깨닫게 된 것은 노인이 되어서 불편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은 내 육체의

문제가 아니라 내 삶에 대한 태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마인드셋’이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리셋(Reset)이다.와다 히데키는 노인의 삶이라는 것이

그저 나이가 들어서 불편해지는 육체와 환경에 굴종하는 삷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인생의 새로운 시각과 완성되어 가는 단계로의 변화를 주장한다.

그래서 첫 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60대가 되었는가? 마인드부터 리셋하라.’

지금까지 지켜왔던 사회적 통념과 상식에서 더 이상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과 함게 살아가란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한다.

그 메세지들은 실로 파격적이고 적극적이어서 더욱 공감된다.

환갑, 잔치대신 스포츠카를 타라라던지,

취미와 덕질에는 나이도, 성별도 없다라던지,

암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이라던지,

이 책의 내용들은 하나같이 도발적이기에 추천사에서도 발칙하단 말을 쓴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책이 그저 자극적인 격언을 내뱉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노인 자신의 시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핵심적인 주장이다.

예를 들어 암 검진을 받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보면, 우리는 나이가 들면 모두 몸

어딘가에 암세포를 품은 채 살아간다는 것. 그러기 때문에 실제로 70대나 80대에

발견된 암은 중년 환자의 암 세포보다 진행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라고 하는 내요엥서 알 수 있듯이 노인의 일상은 결코 젊은이의 패턴과는

다른 시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설명하고 있다.

정말 하루하루를 얼마나 행복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심지어 활력이 부족하면

약부터 끊으라는 얘기는 무책임하게 그저 단순히 하루를 즐기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더 건강한 삶을 위해서 좋아하는 일 있고 찾고 인생을 온전히 즐기는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와다 히데키는 노인이라서 단순히 늙어감을 깨닫고 순종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될 제2의 인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상당히 도발적이고 자극적이다. 만약에 일반적인 작가가 70세 노인에게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얘기한다면 왠지 믿음이 가지 않지만,

노인 건강의학 전문의가 70세가 되었는데 굳이 끊을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하는 것은

타당한 논리이며, 좋은 요양원을 찾지 말고 내 몸에 투자하고 즐거움을 또 찾으라는

권유 또한 묘하게 설득적이다.

이 책은 그래서 단순히 노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가 혹은 관리해야 되는가라는

측면이 아니라 노인에게 새로운 희망과 오히려 새로운 삶에 있어서의 즐거움을 부여하고

마치 내일보다는 오늘에 충실해 살라고 하는 지침서와도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라이프 스타일 책이라 생각한다.

‘즐겁고 설레이는 인생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말이다.

우리는 젋은 시절 언제나 미래를 준비하여야 하고 언제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노인에게도 같은 식으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오히려 한순간 한순간을 자신의 기억 속에 남기기 위해서 얼마나 충실하게 살고

기쁘게 살아야 되는지에 충실해야 하는 것 아니까..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중에 미니멀유목민이라고 하는 여행작가가 있다.

그 작가가지인과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80세가 넘은 일본의 여행가에게

왜 80이 넘어서도 곧이 세계를 여행하며 집도 없이 살아가는가 하는 질문에 그 노인은

아주 간단하게 답을 했다.

왜 사람들은 나이가 들며 자신의 몸과 정신을 걱정하며 사는지 모르곘다.

그저 자신이 병걸리지 않게, 사고가 나지 않게 움츠리고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무슨 의미이냐.

나는 지금도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보고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소중이 만들면서 산다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었다.

그렇구나. 하루하루 행복하지 않다면 그저 불안하게 막연한 공포를 안고사는 것은

의미가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또한번 새로운 의미를 꺠닫게 된다.

그저 하루하루를 조심스레 무의미하지만 편안히 살기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것을 무엇을 추구하는 것, 그게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그 노인은 마지막에 이렇게 비유를 했다.

왜 차를 고치는 데 시간을 허비하면서 정작 드라이브 한 번 나가지 못하는가?

삶이란 차를 정비하는 것처럼 그저 자신의 몸을 보살피는데 온 힘을 다할 뿐 정작 차를

끌고 나가서 드라이브를 즐기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엔진이 멈출 때까지 달려보는 것이야말로 자신에겐 더 소중할 것이다라는 마지막 말은

참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자신의 삶에 있어서 얼마나 즐거움을 주고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를 깨달아 가는

노인의 성찰을 통해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면서

인생의 정점에 이르는 시기가 노인의 삶이란 이야기는 얼마나 명쾌하며 설레이는지.

이 책은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서 어떻게 삶의 후반부를 준비해야 될지를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글중에서 한 문장을 인용한다면 그것은,

‘참기만 하는 인생은 이제 안녕’

그래, 좀더 거침없이 나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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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웨이 - 도둑맞은 창조성을 되찾는 10가지 방법
리처드 홀먼 지음, 알 머피 그림, 박세연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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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책을 읽기 참 힘든 달이다.

일년중 햇살을 가장 온화하며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고 꽃내음은 그 어느때 보다 강렬하기에

그저 편안하게 책을 읽고 있기엔 세상이 참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집던 그날도 사실은 새로운 곳에서 좋은 이와 새로운 커피를 경험하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그러나 올해 5월은 왜이리도 계절감이 변화무쌍한지.

봄비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세찬 비와 겨울같은 온도는 밖에서의 활동을 망설이게 하였고

마침 이 책이 도착한다는 문자 한통도 받게 되어 그래 오늘은 그저 책을 보란 날인가보다란

생각에 외출을 접고 책 배달을 기다렸고 오후 어스름한 시간에 이 책을 받게 되었다.

책을 보기엔 어두운 탓에 스탠드 조명을 켜고 부드러운 불빛아래 꺼낸 책은 마치 불온서적처럼

새빨간 레드였고 더욱이 중세 성경속 묘사된 악마가 장난스럽게 그려져 있었다.

뭐랄까. 호기심도 들고 또 하나 그저 눈요기감의 책은 아닐런지 불안하기도 했다.

오월의 외출을 포기하고 읽는 책이 조금은 위로받고 싶었는데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런지

솔직히 조금은 주저하게 만드는 ‘장난스런’ 표지였다.


크리에이티브웨이.

이 책을 선택했을 때는 제목이 주는 창의성과 관련된 주제에 관심이 있어서 였는데 내용은

어떨지 몰라 우선 지은이에 대해 알아보니 약력이 흥미롭다.

리처드 홀먼은 작가이자 강연가다.

그런데 이에 덧붙여 소개한 자신의 소개글이 흥미로왔는데 최근 흥미로운 것은 많은 이들이

자신의 약력에 SNS 운영, 채널 운영 그리고 크리에이터라는 것을 직업으로 밝히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대가 변해서 자신의 얄겨에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들이 학력이니 경력이니 하는 스펙에서

자신의 역량을 옮겨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작가가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경력으로 소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에이티브 코치이자

팟캐스트 채널의 운영자라고 밝힌 것이 흥미로왔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다수의 일러스트들인데 이는 알 머피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터의 작품이다.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인데 이 책은 그의 일러스트가

없었다면 책을 보는 즐거움이 한 반정도는 감소하지 않았을까 한다.

마치 만화의 한 장면같이 단순하면서도 이 책의 의도를 드러내는 일러스트들은 이 일러스트레이터가

이 책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그림을 그렸는지를 보여주며 단순히 책 내용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그림이 아니라 얼마나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이 크리에이티브란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크레이티브웨이.

책 사이즈도 한손으로 들고 읽기 쉬울 만큼 편안한 책이고, 그래서 이 책은 보통 이런 책들이 가지는

속성, 무겁고 비싸보이고 그리고 두툼해서 마치 책상위에서만 읽어야 할것을 강조하는 틀에서도

조금은 벗어나 있다,

즉, 가볍게 한 손을 들고 점심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자신의 두뇌에 조금씩 활력을 줄 수 있는

그런 요소로서의 책의 성격을 지니고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런 편안함은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오 이런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구나’라는 감탄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사람을 일방적으로 이런 식으로 생각해야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을 스스로

자각케 하는 그런 매력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이 책은 전제가 당신의 두뇌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가르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타고난 창조의 천재인 당신이 잊고 있던 것을 다시 깨우게 한다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구체적인 제목이 [도둑 맞은 창조성을 되찾는 10가지 방법]인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창조성을 도둑질 한 것은 누구인가? 바로 [악마]이다.

그래서 이책은 이런 악마와 싸우는 열가지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루기, 백지, 의심, 관습, 제약, 비판, 도둑질, 우연, 실패, 실망이라는 크리에이티브를 방해하는 요소를

악마란 키워드로 풀어낸 점이 매우 재미나다.

크리에이티브를 자극하고 활성화 해 나가기 위해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악마와 싸워야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쭉 읽어나가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숨에 읽어내기 보다는 조금씩 일상의 습관을 진행하듯

읽어나가면 마음에 마치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아서 큰 집을 만드는 것처럼 조금씩 축적되어

쌓여가는 과정에서 크리에이티브는 향상되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책이며, 그러면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방해하는 모든 것에 대한 경계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악마(?)가 중요하다.

10가지 악마에서 피해서 자신의 도둑 맞은 창조성을 되찾는다라는 구체적인 부연설명이 붙어 있는

이유라 생각하지만 사실, 이 책의 영어 원제가 더 확실히 설명을 잘하고 있다.

‘Creative Demons and How to slay them.’


이것이 이 책에 하고자 하는 얘기이다.

창조성을 부정하는 악마에게서 오히려 창조적인 악마를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모든 사람은 자신의 독창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으며,

그랬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어찌 보면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 역시 특별한 크리에이티브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당신이 꼭 크리에이터가 아니라도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그러한 점에서

매력을 전달한다고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은 읽어내자면 한 번에 쭉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간단한 책이다.

그러나 광고대행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내가 봤을 때도 이 책이 갖고 있는 의미는 한번 읽고마는

그런 책이라기 보다는 상당히 존재감이 있고 그리고 묵직한 얘기를 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글은 쉽고, 의미의 전달 역시 매우 가벼이 전해지지만 한번쯤 머리 속을 한줄기 시원한 바람으로

불어낸 것같은 선연함 역시 함께 지니고 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주목했던 것은 책의 챕터 네번째, [관습의 악마를 무찌르는 방법]이라고 되어

있는 챕터에서 이 구절이 나를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관습의 악마는 무엇보다 루틴을 사랑한다. 그는 익숙한 것을 가장 편안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이 크리에이티브 기획자로서의 나 역시 경계하고 끊임없이 내 자신이 이러한 범주 내에

머무르는 것을 경계하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범주 안에 들어갈수록 내가 하는 일은 평범해지고 나의 인사이트 통찰력은 사라지고 오로지 관습과

함께 평범한 일상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챕터 6 비판의 악마를 무찌르는 방법]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낯선 사람이 읽는 것처럼 또는 더 나아가 내 적이 있는 것처럼 자신의 작품을 읽어보라]

이 얘기는 우리가 얼마나 상대의 비평에 나약한가를 보여주기도 하며, 그러면서도 타당한 의견에

귀를 기울일수록 자신의 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내 강의를 들어본 학생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너는 함께 일할 때 내가 편한 사람과 일을 하고 싶은가, 혹은 불편한 사람하고 일을 하고 싶은가?

역설적이지만 당신이 배울 수 있는 것은 오히려 불편한 사람과 있을 때가 아닌가라고 했었다.

익숙하거나 친한 이는 나와의 관계를 불편하게 할 것은 거론하지 않지만, 사실 그러하게 되면

나의 크리에이티브는 자극받지 않고 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챕터를 읽으며 내 생각에 공감해주는 친구를 만난 것같은 반가움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 챕터에서도 마지막은 이와 같이 끝을 맺고 있다.

타당한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자, 그러나 너무 자주 너무 심각하게 듣지는 말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악마가 창조적 영혼을 갉아먹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지.

얼마나 유쾌한 끝맺음인지.

만약에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난감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독창적인가

하는 부분이 아닐까? 그러한 곤란하 시점에서 이 책을 떠올린다면 위안이 되리라.

이 책의 마지막을 보게 되면 저자가 책의 제목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이 있다.

창조적 악마와 그들을 죽이는 법이 이 책의 원제인데, 제목보다는 창조적 악마 이전에는 몰랐지만

당신이 원하는 작품을 완성하는 데 너무나 중요해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일부인 악마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임이 더 정확하다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말미에 쓰여져 있는 것처럼 당신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여정에 접어들 것을

권하고, 이 책은 그러한 길 안에서의 여정의 안내서가 되고 싶어한다.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이 책은 끝을 맺고 있다.

[창조적 악마를 만나게 되거든 부디 안부를 전해주기 바란다]라고.

오월의 비가 오는 날,

좋은 시간을 선물해 준 창조적인 악마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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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 할 말은 많지만 쓸 만한 말이 없는 어른들을 위한 숨은 어휘력 찾기
유선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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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 가지고 다녀야 할 물건이 하나 또 생겼다.

책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물건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책은 보는 것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써야만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책이라기 보다는 늘상 가지고 다녀야 될 나의 소품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싶다.

하루 한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는 글쓰기를 업으로 30 년간 매일 해온

저자 유선경님의 첫 필사 책이다.


필사란 단순히 그저 책을 배껴내거나로 써서 다시 한번 정리 한다는 그런 단순한

노동의 결과물이 아니다

필사는 바로 본인의 어휘력에 무한한 증식을 가져오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저자는 어휘력이 왜 필요할까 라는 질문에 스스로 살기 위해서란 말을 쓰고 있다.  

이 살기 위해서 라는 뜻이 무엇일까 어떤이는 저자가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으므로

쓰는 것이 바로 살기 위한 것이다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언어로 단순히

말하는 것의 의미가 아닌, 자신을 표현해 내는 삶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나 역시 이에 공감하면서도 조금은 또 다른 생각을 덧붙이고 싶다.

살아 가는 모든 이들은 어떤 누구도 자신의 삶이 초라하거나 흔한 것이 아닌

자신만의 특별함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특별함을 기억하고 때로는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증거로서의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일기를 생각해 보라. 그때는 그저 무엇무엇을 했다, 몇시에 밥을 먹었다와

같이 일상적인 것을 기록 하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오히려 하기 싫은 기록을 정말

억지로 해낸 결과이지만.

그러다가 갑자기 누군가와 싸웠다라든지 엄마에게 야단 맞았던 얘기를 하게 되면

감정이 툭 튀어나온다  이런 화가난다, 좋았다라는 감정은 단순 글자가 아닌 감정으로

살아남아 몇십년쯤 지난 후 낡은 서류 뭉치 안에서 발견되었을 떄 오롯이 그때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바로 기억 속에서 저장 되어 있는 아주 어렸을 때 어휘력에 감정이 이입되어

그런 일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이가 차고 지식을 습득 하면서 사람들은 그러한 어휘력을 능숙하게 쓸 수

있게 되면 하찮게 여겨질 때도 있고 어느 때는 요즘 누가 어휘력을 중요시 여긴다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휘력이란 단어로 글을 쓸 수 있다라는 개념이 아니라 글로서 마음속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그러한 점에서 필사는 어휘력 향상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고 나 역시 그에 공감 한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해서 하는 필사도 있다.

혹은 정말로 기록을 남기기 하는 필사도 있다.

하지만 필사의 가장 큰 의미는 내가 직접 씀으로써 수만은 작가의 어휘력을 받아 들여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 시키고 공감 하면서 그를 통해서 마음에 스며드는 일이라고

나는 정의 하고 싶다

한글자 한글자 내려 쓰는 순간의 기억은 단순히 복사가 아닌 새로운 창작의 바탕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사실 필사에 도전해 본 적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좋은 기회가 되어 이 책 필사 루트를 받게 되었는데 첫 번째 필사가

미하엘 앤대의 소설 [모모]의 한 구절로 시작하게 된다.

너무나 반가웠다.

사실 글씨를 잘 못 쓰기 때문에 필사 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기도 하였으나

첫번째 필사의 문구가 모모라니.

중학교를 들어갔을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책 중에 하나가 이 책 모모였다.

당시에는 모모 라는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이 두가지가 있었는데 나는 이 소설을 먼저

접했고 그래서 내 마음 속에 [모모]라는 단어는 나의 라임나무의 모모가 아닌

미하엘 엔데의 모모이다

[내가 살아온 시간, 다시 말해서 지나온 너의 낮과 밤들, 달과 헤들을 지나 되돌아

간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게다. 너는 너의 일생을 지나 되돌아 가는 거야

언젠가 네가 그 문을 통해 들어왔던 둥근 은빛 성문에 닿을 때까지 말이지

거기서 너는 그문을 다시 나가게 되지]

40년도 넘게 전에 읽었던 구절이, 그 당시에는 그 정확한 의미를 몰라 갸웃거렷던

문장이 한글자 한글자 써내려가는 이 순간에 너무나 절절이 와닫는다.


못쓰는 서투를 글씨임에도 힘이 실리고 마음 속에서는 새로운 감정이 덧새겨진다.

그래 이게 필사구나.

마음이 담겨서 쓰여져 나가는 글에 글씨체가 뭔 대수란 말인가.

어린 시절 그 추웠던 밤의 기억이 오롯이 살아나며 차분히 보내는 이순간이 행복이다.

이 책은 특징이 어휘와 친해지기, 어휘력을 기르는 비결, 어휘가 주는 힘의 3개의

챕터로 되어 있으며 시와 소설, 수필 등에서 발췌한 그 작가의 진심들이 가득 차 있다.

그저 한권의 책을 필사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짧은 구절을 통해서

여러 작가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은 어딘가에 앉아서 읽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일상 가방 안에서 늘 함께

하며 시간이 나거나 혹은 마음이 불안하거나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순간에 위대한

작가들과의 만남을 가질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라 생각한다.

또 하나 가지고 다녀야 될 물건이 늘어나 어깨는 무거워 지겠지만 그래도 내 만년필이

좀 더 소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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