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웨이 - 도둑맞은 창조성을 되찾는 10가지 방법
리처드 홀먼 지음, 알 머피 그림, 박세연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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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책을 읽기 참 힘든 달이다.

일년중 햇살을 가장 온화하며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고 꽃내음은 그 어느때 보다 강렬하기에

그저 편안하게 책을 읽고 있기엔 세상이 참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집던 그날도 사실은 새로운 곳에서 좋은 이와 새로운 커피를 경험하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그러나 올해 5월은 왜이리도 계절감이 변화무쌍한지.

봄비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세찬 비와 겨울같은 온도는 밖에서의 활동을 망설이게 하였고

마침 이 책이 도착한다는 문자 한통도 받게 되어 그래 오늘은 그저 책을 보란 날인가보다란

생각에 외출을 접고 책 배달을 기다렸고 오후 어스름한 시간에 이 책을 받게 되었다.

책을 보기엔 어두운 탓에 스탠드 조명을 켜고 부드러운 불빛아래 꺼낸 책은 마치 불온서적처럼

새빨간 레드였고 더욱이 중세 성경속 묘사된 악마가 장난스럽게 그려져 있었다.

뭐랄까. 호기심도 들고 또 하나 그저 눈요기감의 책은 아닐런지 불안하기도 했다.

오월의 외출을 포기하고 읽는 책이 조금은 위로받고 싶었는데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런지

솔직히 조금은 주저하게 만드는 ‘장난스런’ 표지였다.


크리에이티브웨이.

이 책을 선택했을 때는 제목이 주는 창의성과 관련된 주제에 관심이 있어서 였는데 내용은

어떨지 몰라 우선 지은이에 대해 알아보니 약력이 흥미롭다.

리처드 홀먼은 작가이자 강연가다.

그런데 이에 덧붙여 소개한 자신의 소개글이 흥미로왔는데 최근 흥미로운 것은 많은 이들이

자신의 약력에 SNS 운영, 채널 운영 그리고 크리에이터라는 것을 직업으로 밝히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대가 변해서 자신의 얄겨에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들이 학력이니 경력이니 하는 스펙에서

자신의 역량을 옮겨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작가가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경력으로 소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에이티브 코치이자

팟캐스트 채널의 운영자라고 밝힌 것이 흥미로왔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다수의 일러스트들인데 이는 알 머피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터의 작품이다.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인데 이 책은 그의 일러스트가

없었다면 책을 보는 즐거움이 한 반정도는 감소하지 않았을까 한다.

마치 만화의 한 장면같이 단순하면서도 이 책의 의도를 드러내는 일러스트들은 이 일러스트레이터가

이 책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그림을 그렸는지를 보여주며 단순히 책 내용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그림이 아니라 얼마나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이 크리에이티브란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크레이티브웨이.

책 사이즈도 한손으로 들고 읽기 쉬울 만큼 편안한 책이고, 그래서 이 책은 보통 이런 책들이 가지는

속성, 무겁고 비싸보이고 그리고 두툼해서 마치 책상위에서만 읽어야 할것을 강조하는 틀에서도

조금은 벗어나 있다,

즉, 가볍게 한 손을 들고 점심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자신의 두뇌에 조금씩 활력을 줄 수 있는

그런 요소로서의 책의 성격을 지니고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런 편안함은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오 이런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구나’라는 감탄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사람을 일방적으로 이런 식으로 생각해야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을 스스로

자각케 하는 그런 매력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이 책은 전제가 당신의 두뇌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가르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타고난 창조의 천재인 당신이 잊고 있던 것을 다시 깨우게 한다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구체적인 제목이 [도둑 맞은 창조성을 되찾는 10가지 방법]인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창조성을 도둑질 한 것은 누구인가? 바로 [악마]이다.

그래서 이책은 이런 악마와 싸우는 열가지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루기, 백지, 의심, 관습, 제약, 비판, 도둑질, 우연, 실패, 실망이라는 크리에이티브를 방해하는 요소를

악마란 키워드로 풀어낸 점이 매우 재미나다.

크리에이티브를 자극하고 활성화 해 나가기 위해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악마와 싸워야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쭉 읽어나가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숨에 읽어내기 보다는 조금씩 일상의 습관을 진행하듯

읽어나가면 마음에 마치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아서 큰 집을 만드는 것처럼 조금씩 축적되어

쌓여가는 과정에서 크리에이티브는 향상되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책이며, 그러면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방해하는 모든 것에 대한 경계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악마(?)가 중요하다.

10가지 악마에서 피해서 자신의 도둑 맞은 창조성을 되찾는다라는 구체적인 부연설명이 붙어 있는

이유라 생각하지만 사실, 이 책의 영어 원제가 더 확실히 설명을 잘하고 있다.

‘Creative Demons and How to slay them.’


이것이 이 책에 하고자 하는 얘기이다.

창조성을 부정하는 악마에게서 오히려 창조적인 악마를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모든 사람은 자신의 독창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으며,

그랬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어찌 보면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 역시 특별한 크리에이티브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당신이 꼭 크리에이터가 아니라도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그러한 점에서

매력을 전달한다고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은 읽어내자면 한 번에 쭉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간단한 책이다.

그러나 광고대행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내가 봤을 때도 이 책이 갖고 있는 의미는 한번 읽고마는

그런 책이라기 보다는 상당히 존재감이 있고 그리고 묵직한 얘기를 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글은 쉽고, 의미의 전달 역시 매우 가벼이 전해지지만 한번쯤 머리 속을 한줄기 시원한 바람으로

불어낸 것같은 선연함 역시 함께 지니고 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주목했던 것은 책의 챕터 네번째, [관습의 악마를 무찌르는 방법]이라고 되어

있는 챕터에서 이 구절이 나를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관습의 악마는 무엇보다 루틴을 사랑한다. 그는 익숙한 것을 가장 편안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이 크리에이티브 기획자로서의 나 역시 경계하고 끊임없이 내 자신이 이러한 범주 내에

머무르는 것을 경계하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범주 안에 들어갈수록 내가 하는 일은 평범해지고 나의 인사이트 통찰력은 사라지고 오로지 관습과

함께 평범한 일상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챕터 6 비판의 악마를 무찌르는 방법]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낯선 사람이 읽는 것처럼 또는 더 나아가 내 적이 있는 것처럼 자신의 작품을 읽어보라]

이 얘기는 우리가 얼마나 상대의 비평에 나약한가를 보여주기도 하며, 그러면서도 타당한 의견에

귀를 기울일수록 자신의 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내 강의를 들어본 학생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너는 함께 일할 때 내가 편한 사람과 일을 하고 싶은가, 혹은 불편한 사람하고 일을 하고 싶은가?

역설적이지만 당신이 배울 수 있는 것은 오히려 불편한 사람과 있을 때가 아닌가라고 했었다.

익숙하거나 친한 이는 나와의 관계를 불편하게 할 것은 거론하지 않지만, 사실 그러하게 되면

나의 크리에이티브는 자극받지 않고 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챕터를 읽으며 내 생각에 공감해주는 친구를 만난 것같은 반가움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 챕터에서도 마지막은 이와 같이 끝을 맺고 있다.

타당한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자, 그러나 너무 자주 너무 심각하게 듣지는 말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악마가 창조적 영혼을 갉아먹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지.

얼마나 유쾌한 끝맺음인지.

만약에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난감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독창적인가

하는 부분이 아닐까? 그러한 곤란하 시점에서 이 책을 떠올린다면 위안이 되리라.

이 책의 마지막을 보게 되면 저자가 책의 제목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이 있다.

창조적 악마와 그들을 죽이는 법이 이 책의 원제인데, 제목보다는 창조적 악마 이전에는 몰랐지만

당신이 원하는 작품을 완성하는 데 너무나 중요해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일부인 악마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임이 더 정확하다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말미에 쓰여져 있는 것처럼 당신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여정에 접어들 것을

권하고, 이 책은 그러한 길 안에서의 여정의 안내서가 되고 싶어한다.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이 책은 끝을 맺고 있다.

[창조적 악마를 만나게 되거든 부디 안부를 전해주기 바란다]라고.

오월의 비가 오는 날,

좋은 시간을 선물해 준 창조적인 악마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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