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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의 거짓말
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이승수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작가라는 직업에 약간의 편견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교사출신이었는데, 교사가 이처럼 기발한 소설을 쓰다니 내 고정관념에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처음 작품을 발간하고 나서부터 무르익은 그의 글솜씨는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생산성을 보였다. 사진집의 글도 담당해서 쓴 이력을 보고, 내심 무척이나 부러웠다. 재주도 지독히 많군. 이런 상상력이 대단하면서, 폭넓은 교양의 소설을 쓰고, 사진을 소개하는 촌철살인의 글도 쓰다니...
우선은 이 책을 읽으며 어리둥절했다. 제목은 그날 밤의 거짓말인데, 그렇다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데, 누가 어디까지 거짓말하는 것이며, 서로 어떻게 물려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었기에. 마지막으로 치닫도록, 술술 넘어가는 책장, 그러나 쉽지 않은 문화의 기반과 그 용어들, 약간 주눅들어가며 진실을 기다렸다. 뭔가 불안하긴 했지만, 정말 놀라운 결말에 이르도록, 기막힌 거짓말을 펼쳐간다.
진실을 위한 거짓말도 거짓말일까. 거짓말만 아니면 다 진실일까. 생각해보게 한다. 감방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피가 마르는 하룻밤 동안,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장단을 맞춰 '신념'을 이룬 그들의 꿍짝도 참 기이할 만큼 부러웠거니와, 그 작품을 가능하게 한 문화적 배경 또한 심히 부러웠다. 이야기꾼이 이정도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사회란 도대체 어떤 문화의 힘을 가진 것일까 하고.
유럽은 하나의 나라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뉘어져 있고, 성격도 다소 다르지만, 그들의 생산품역시 시장이 유럽연합이란 폭넓은 시장이 있다. 미국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소설도, 황석영 선생님을 비롯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시장의 한계로, 좁은 바닥에서 뜨다 말지 않나 하는 아쉬움마저 겹쳐졌다.
각설하고,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이 자진해서 사퇴하게 만들었다는데, 정확히 그랬어야 하는 이유는 난 잘모르겠다. 다만, 한시적으로 유행하고 말 냄새가 아니라, 고전적 구성, 고전의 냄새를 풍기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여겨졌다. 희미한 분위기에서 정확한 역사의 배경, 역사적 장소를 토대로 쓴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많은 부분 문화를 향유한 사람만 쓸 수 있는 글에 존경심을 갖었다. 한편으로는 오래진 않은 그의 죽음에 애도도 하게 되었고. 복잡한 서양의 역사를 잘 모르겠으나, 혁명과 왕정, 자신의 권리주장으로 인해 문명이 꽃피고, 문학과 철학이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는 것에 부러움을 느꼈다. 글쟁이의 처음부터 막장까지 휩쓸려가게 하는 글에 놀라기도 하고.
이 소설에 대해 평가를 내릴 수 없다. 다만, 저자를 이해하고 싶고, 막연하게나마 존경하게 되었다. 분명치도 않은 이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