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
리처드 맥스웰.로버트 딕먼 지음, 전행선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과연 시나리오 작가가 쓴 글다웠다. 저자는 열정, 주인공, 악당, 깨달음의 순간, 변화의 다섯 가지가 스토리텔링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인공과 악당이 있고, 그들의 갈등이 있고, 해소되는 과정을 우리는 학교 다닐 적에 ‘기승전결’이라고도 배웠다. 이야기가 시작해서 전개되다가 갈등을 만나고 변화의 국면을 맞으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저자는 이야기가 출발하려는 토양을 열정이라고 소개했다. 스티브 잡스의 열정이 없었다면 맥북의 스토리텔링이 그렇게 먹히지는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다. 그냥 듣기에는 고개가 끄덕거려지지만, 5가지만 알면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그 다섯 가지의 요소로서는 나머지 요소와 동등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나리오’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접근이 아닌가 싶었다. 열정은 오히려 이야기가 태동하기 전에 바탕에 갖춰져야 할 ‘프롤로그’ 정도는 아닐런지.




책은 상당히 재밌었다. 무엇보다 저자는 ‘닥터 하우스’의 매니아인 모양인데, 나도 그렇다. 닥터 하우스만 기억하면 5가지 요소가 다 기억나기 때문에 일단 요소를 기억하고 적용하는 데는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뭔가 약점이 있다. 그리고 진로를 방해하는 악당. 악당에게서 단서를 찾아내어 깨달음을 얻는 순간. 사건은 변화되며 마무리된다. 닥터하우스 같은 경우는 냉소적이고 자폐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미지의 병을 알아내는 데는 강한 열정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놈의 병은, 입원할 때는 멀쩡히 두 발로 들어왔던 환자를 심장마사지를 하고 온 닥터가 밤을 새도록 유난을 떨어서 주인공의 투지를 불사르게 한다. 전혀 뜻밖의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병마의 단서를 찾아서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리의 주인공은 병을 처치한다. 그렇게 40분 안에 환자 하나가 생명을 찾아 나간다. 뻔한 전개임을 알면서도 그 시간을 조마조마 하게 기다리게 된다.




기업이 하는 이야기도 어찌 보면 뻔하다. 목적이 뚜렷하고, 내부고객에겐 동기부여를 외부고객에게는 소비 및 이미지 제고를 하려한다는 걸 누가 모르는가. 그런데 그걸 성공적으로 해내는 이야기꾼들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주인공을 최강의 모습으로 만들지 않고, 갈등을 부각시킬 줄 알며, 악당을 강하게 어필해야 할 때를 알고, 남들이 다 아는 것을 새롭게 꾸며낼 줄 아는 스킬에 비밀이 있지 않을까?




이 책에 소름이 돋도록 와닿는 사례가 하나 있었다. 회사를 말아먹은 ‘포드’의 사례였다. 그림은 명확하다. ‘잘해보자’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자’는 거였는데, 그걸 내 입으로 말하고 남에게 강박을 줄 것인가, 아니면 가슴을 뜨겁게 해서 ‘숨어 있는 메시지’에 동조하게 만들 것인가는 아주 큰 차이다.




메신저는 모두 메시지를 갖고 있다. 그걸 제 입으로 말해서 ‘당위적인 표현’으로 압박해버리는 사람을, 나는 하수라고 부른다. 아무도 위로부터 내려오는 메시지로 설득당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꿈꾸고 싶어 하고, 이러저러하면 앞으로 이렇게 된다. 그러니 당신도 동참하겠는가? 하고 선택권을 넘겨주는 것을 원한다. 하다못해 히틀러도 청중의 가슴을 움직였다. 철저히 계획된 설득이었다.




포드는 그 순간을 잘못 접근함으로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우리는 이 자동차를 내놓은 세대의 자손이다. (그러니) 앞으로 변화에도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해법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하고 한번 부추겨줬으면 모두 목을 걸고 달려갔을 고지를, 김빠진 설득으로 초를 쳐버렸다. 안그러면 우린 망한다는 투로 말이다.




5가지만 알면 안 된다. 5가지를 잘 운용할 줄 알아야 하고, 사람의 심리를 잘 알아야 한다. 그들의 요구와 내 목표가 일치하는 점을 잘 찾아서 요리하고, 마음속의 잡음을 제거해줄 수 있어야 스토리텔링이 먹힌다. 철저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시뮬레이션은 필수다. 수많은 설득의 메시지의 홍수가 난 시대건만, 기본 원칙과 기본 전개는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눈에 띄었다. 기승전결의 수많은 변주. 명확한 그림을 그려준 것에 대해 이 책에 감사한다. 한편 창의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케이스를 연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너도 나도 스토리텔링을 해야 먹고 사는 시대다. 무엇을 악당으로 돌리고, 어떻게 적용해나가야 할 것인지 많은 과제를 받은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