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라는 분야는 종합예술임에 틀림없다. 특히나 고감도세일즈. 그런데 실용서를 찾으면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내용을 다루는가 싶은 경우가 있고, 이론서를 찾으면 마케팅 개념에 정신이 얼떨떨할 적이 많았다. 책을 읽기는 읽되, 그게 나와 어떻게 접목되는 지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라 책장 가득 책을 쌓아놓고도 마음이 개운치 않기도 하고. 양편이 적절히 어우러진 책을 찾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었다.
전화세일즈와 방문 세일즈를 함께 시작하는 시점에서 나는 고민이 많았다. 세일즈라는 것이 무언가를 파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강의깨나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다른 사람이 나를 잡상인 취급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은 시작 자체를 못하고 얼어붙게 했다. 일단, 입을 떼게 해준 점에 대해 이 책과 저자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고감도라는 말은 돌아볼 고(고객할 때 고), 감성의 감, 길 도자의 고감도다. 흔히 생각하는 고감도 필름, 선명도가 뛰어나다는 뜻의 한자가 아니다. 고객의 감성으로 가는 길이란 뜻의 고감도인 모양이다. 누구나 이런 세일즈를 하고 싶을 것이다. 고객의 감성을 터치하고, 그가 고마워할 수 있는 세일즈맨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먼저 상품에 자신이 있어야 할 거고, 그리고 정말 고객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딱 맞는 걸 추천하기 위한 자부심과 노력도 있어야 할 게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필요를 위한 고민의 시간도 필요할 거고.
아마도 저자는 세일즈에 관해 고민을 많이 한 듯하다. 특히,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과 구체적으로 상대를 칭찬하는 법, 상대가 끊어버리지 못하도록 제시하는 방법은 탁월하다. 실무에서 고생깨나 해봤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읽은 그 내용을 내 것으로 체화하기까지는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겠지만 한걸음씩 떼고픈 맘이 들었다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다짜고짜 일 얘기부터 꺼내어 좋을 고객은 단 한명도 없다. 하다못해 나도 내 목소리를 칭찬하는 텔레마케터 아가씨의 칭찬에 잠결에 보험을 하나 든 적도 있으니까. 다행히 저자가 무리한 걸 요구하지는 않는다. 입에 붙지 않아 칭찬이 간지러울 것 같단 생각도 들었지만, 거짓말까지 하라고는 안 써있다. 애써서 찾아야 할 경우도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앞쪽에는 마인드가 강조되어 있는 것 같고, 중간은 세일즈 프로세스 순서로 기술된다.
편지를 고객과 연결되는 다리를 놓고, 그 편지를 다리삼아 전화를 걸고, 신뢰를 주는
멘트와 함께 고객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한다.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다. 미팅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미팅하고 나서 얼굴보고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난 강제로 판매에 나설 생각은 없지만, 상품에 대해 자신이 없는 건 아니다.
정말 좋은 상품으로 상대를 돕고 싶은데, 이 수줍은 성격 탓에 답답하다.
나한테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다짜고짜 찾아가라, 무조건 열심히 해라가 아닌, 전화로 조심스레 운을 떼고 관심을 가질 만한 편지로 우선 숨을 돌리라는 이야기였다. 가장 희망적인 건, 세일즈맨은 거절의 두려움을 갖지만, 그게 세일즈맨만 그런 건 아니라는 이야기.
고객도 구매 실패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왜 그렇게 위안이 되던지. 서로 도와가며 가장 나은 답을 찾기 위해 세일즈 프로세스를 밟아가야 하는구나, 경청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두려웠던 거구나. 그렇다면 내가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는 거고, 해볼만한 필요가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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