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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논리학 - 말과 글을 단련하는 10가지 논리도구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논리란 말만 들어도 골치가 지끈거리고 아파왔다. 낯선 용어와 이론을 입증하는 문장들, 그 예시는 사뭇 지루했다. 이 책은 설득을 논리 앞에 달았다. 설득하기 위한 논리학이라는 말이다. 논리학이 그냥 상아탑에 갇혀서 학점따는, 교과서의 먼지를 털어야 하는 과목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논리에 약하다는 말을 듣는다. 우리는 토론과 주장, 방어를 해보지 않고 컸다. 되도록이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미덕으로 알았고 말이다.
연역적 귀납적, 논증이니 명제니 듣긴 들어도 써먹을 일이 없으니 배워도 늘 새로운 '영어'같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명분이 분명해진 논리학은 심플하고도 매력이 있었다. 밤낮 바바라 민토의 논리적 글쓰기를 붙들어도 글이 안 나오는게 당연하다는 걸 알고 말았다. 심플하고 좋은 민토 피라미드는 적용하기에 예외상황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예외가 너무 많은 법칙은 없는 편이 낫다.
그래서 민토 글쓰기를 배운 사람은 더욱 해갈하게 되고 글쓰기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매게 된다. 논리학은 말과 글 깨나 하고 싶은 사람에게 그래서 기본이 되는 거였다. 청산유수로 유창한 언변으로 포장하면서, 앞의 말과 뒤의 말이 다르고, 듣고나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말은 잘하는 데 왠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개인기로만 커버한 말꾼들의 입심의 결과다. 어눌해보여도 사람을 설복시키는 것은 논리의 힘이었다.
일상에서 생략된 삼단논법이 이렇게나 많이 쓰이고 있었다는 것. '난 ~~~만 써요. 난 소중하니까요.' 는 ~~~는 좋은 물건이다. 나는 ~~!만 쓴다. 왜냐하면 나는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신도 중요한 사람이라면 ~~~을써야 한다는 논리가 생략되어 있는 것이다. 뻔한 내용은 생략하라는 가르침이다. 상대를 인정하면서 내 의견을 펼치라는 yes-but논법도 논리학에서 나온 것인지 몰랐다. 심리학이나 뿌리가 그 언저리쯤 되는 줄 알았지 설득의 논리에 해당하는 줄은 몰랐다.
어려운 내용이지만, 상당한 내공을 갖춘 저자가 쉽게 설명해준 탓에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었다. 설득의 논리학을 말하는 저자는, 이 글 한 줄 한 줄이 쓰기에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과연 허투로 쓴 글은 아니었고, 취재라도 하고 쓴 듯, 가려운 데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면이 있었다.
셜록 홈즈를 통해 '가추법'을 가르친다던지 하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실제 인물이 모델이 되었다니 놀라울 뿐이다. 가추법은 불가능한 모든 것을 지우고 나면 남는 것이 사실이라는 사고다. 복잡한 변수들을 통제해나가면서 관심사안이 아닌 것을 소거하고 나면 남는 것이 진짜라는. 의외로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고 있는 기법이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하는 나는 특히.
중요하지만 부담스러운 내용을 이렇게 재미나게 풀다니 시종일관 놀라웠고, 이 책으로 부단히 노력해서, 늘 문제인 '횡설수설' 하는 내 글을 바로잡았으면 하는 마음, 팔랑귀인 얇은 귀를 진득허니 붙잡아두고 싶은 한가닥 바람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