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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기획
사카모토 게이치 지음, 김성은 옮김 / 꿈엔들(꿈&들) / 2007년 4월
평점 :
섹시한 기획은 호기심을 채워주는 기획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참신해지는 기획이다. 먹어보고 싶고, 유혹적인 것. 차 띠고 포 띠고 도무지 제약 때문에 나래를 펴지 못하는 기획이 아니라 아무것도 장애가 없다고 생각하고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장애물을 넘는 것이다. 기존의 수많은 제약점을 미리 근심한다던지, 이미 있는 재료로 버무리려면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이다. 더구나 어디서 본 듯한 데자뷰 현상처럼 느껴진다거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너무나 안전한 기획으로 섹시해지기란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얘기다.
창의적이고 기발한 생각을 할 것, 매우 좋아할 것. 단순히 하나만 생각하지 말 것. 배워야 할 모든 것은 문방구에 있다. 돈의 제약이 없다고 생각할 것. 아저씨처럼 굴지 말 것. 딴지가 걸리고 위험천만한 기획? 그렇다면 싹수가 보이는 것이다. 두루두루 좋은 사람은 섹시한 기획을 하지 못한다.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의를 제기하고 다르게 생각하고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 책은 기획에 관하여 심플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과감하게,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 지면을 많이 할애한다. 그 다음은 일반적인 기획 프로세스와 같다. 심플하게 라든지 실행하라든지 실행한 걸 검토하라든지. 그러나 혼을 담아서 심플하게 만들라고 강조한다. 한 페이지 기획에 얽매여 심플하게만 한다면, 혼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분량이 문제만은 아니다. 문제는 혼이다. 마인드다. 기획심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나온다.
창조적 기획을 위해 장소를 바꾸거나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혼합하여 바꿔가며 사용하라거나 도표로 하던걸 글로 써보라든지 크레용을 손에 쥐고 해보라든지 스스로 시도했던 내용들을 공개한다. 뇌의 다른 부분을 자극하기 위해서…
광고 크리에이터나 카피쓰는 사람들도 곧잘 그런다고 들었다. 여행역시 빼놓을 수 없는 기획력 보충의 기회다. 사람은 보고 듣고 생각한 만큼 산출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남다른 크로스 오버 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내 분야가 아닌 것에 관심을 갖고 여행을 자주 떠날 필요가 있다. 간단하지만 저자가 혼을 담아 쓴 책이라 재미있고 유익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저자가 이 책을 강의용 교재로 준비하면서 한 부 한부 필사했다고 나오는데, 분명 아무리 원고를 정리한 저자라고 하더라도 매번 베껴쓰다보면 바꿀 부분이 떠오르고 보충할 것이 생겨나는데, 그냥 100부면 100부를 그대로 썼을까? 아니면 사람마다 다른 필사본을 가졌을까?
왜?를 강조하는 책은 많지 않다. 어떻게 하라든지, 누가누가 이렇게 했다더라는 많아도 말이다. 왜를 가르쳐준 책 같아서 오랜만에 영감을 얻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