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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김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준걸이, 광수, 정순, 그리고 아버지.
삼대와 며느리, 며느리 후보인 은혜까지. 가족에게 일어난 사건이 눈물겹다.
양아치, 삼류인생이라고 아비에게 눈을 부릅떴던 준걸. 그 양아치 아비가 사실 속내는 가정을 지키고자
눈물을 고함으로 감추며 살았다는 사실을 그는 몰랐다. 아버지란 이름이 눈물과 고마움이란 걸,
아름다운 그늘이란 걸 이 소설은 말한다. 아무리 못난 사람도 애비다. 그 애비가 남부끄럽지 않은
터전을 만들어주느라 속으로 삭힌 피눈물을 아무도 모른다.
물론 이건 소설이다. 말도 안되는 픽션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사실성을 띠는 것은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잔인하리만치 징글징글한 현실을 묘사하고 있기때문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손끝이 정말 예리하다.
아버지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왔을까.
빈부, 사장과 종업원, 도련님과 종업원의 자식. 유학생과 마약, 다소곳한 어머니와 속깊은 부부사랑.
남대문 바닥인생, 돈놀이, 주먹들. 평생토록 모은 것이 야산 하나인 늙은 아버지....
깊이 밴 처연한 바닥인생들의 나름 자식사랑이 펼쳐진다. 여러 소재가 묘하게 어울려
어둡지만 마냥 어둡지는 않은 스토리가 술술 풀려나간다.
만든 인물이 아니라, 마치 광수는 실존 인물처럼 너무나 생생하다. 자기들끼리 캐릭터가 살아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있는 느낌이다. 준걸이 아버지의 비루한 모습을 싫어하기에 아버지는
목숨을 걸고, 아들의 눈을 뺏아간 조직앞에 선다. 죽어서 안구를 넘겨주려는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다. 그 시각에는 준걸의 할아버지가 단장하고 목숨을 끊었다.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의 자식을 너무나 사랑한 할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이다.
소시민들이 아파트 한 간 마련하고 자식 유학 보내고 떳떳이 살아보려는 몸부림이
절절하다. 이 소설은 따스하게 가족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여과없이 주변도 담아낸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현실, 필요할 때 도움청하기 어려운 경찰, 마약이 주변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
우리네 소시민들의 잔잔한 애환과 가족 사랑이야기에 가슴이 따땃해졌다.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는 작가의 탁월하고 신랄하며 리얼한 글, 오랜만에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