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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게임 - 포춘 500대 기업의 협상교과서
체스터 L. 캐러스 지음, 김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최고의 협상가는 준비에 철저하고 중요한 쟁점을 파악하며
이용가능한 전략과 전술을 이용한다.
협상과정에 정통하고 함께 승리하는 협상을 이끌어 갈 수 있다.]
'미스터 로빈 꼬시기'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정화가 해냈던 협상이 생각났다. 냉정하고 정보수집의 달인이며 순간적인 판단이 뛰어난 로빈이 일본 기업을 M&A하려는 시점에서 기업의 이름을 바꾸겠다는 데서 판매자측 일본 사장이 마음이 바뀌어 버린다.
일본인에게 이름이 갖는 의미를 모르냐며 팔을 걷어부친 엄정화. 그는 사진 한 장을 꺼내어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한다.판매자측에게도 이 협상은 소중하며, 구매자측인 로빈도 이름을 바꿔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는 설득이었다.낡은 사진속의 주인공은 로빈의 할아버지. 그분의 이름을 따서 할아버지와 한 약속을 지켜야 하고, 그 약속만큼이나 할아버지와 그 기업을 사랑한 로빈이야말로 그 기업을 인수해서 그 정신을 이어갈 자격이 있지 않냐는 설득이었다.극적인 면은 좀 있지만, 그래도 얻은 점은 있다.
모든 협상이 '예산'만 문제로 다루어지는 것은 아니란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자는 예산이 고정되어 있다는 구매자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이 책 전체를 통해 가장 깊게 와닿은 부분이다.늘 구매자측의 실무자는 예산이야기를 하고, 고정되어 있다며 깎는다. 하지만 그 전제를 검증해보고, 다른 자금 조달방법을
찾지 못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편성기간이 시기와 목적에 따라 재편될 수 있다면 예산 제한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다시 말해, 모든 일은 융통성이 있으며, 협상의 가치는 돈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융자조건을, 지불조건을 바꾸어서 상호 이익을 얻는 경우도 있다. 위 영화처럼 회사 이름을 가지고 협상하는 경우도 있겠고.
협상을 잘하는 사람은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고, 인격적으로도 신뢰를 줄수 있는 사람이다.게다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사람이라야 한다. 전인적인 조건이 요구된다. 상대와 나의 이익을 동시에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의 정보에 능통하고, 그가 처한 현실과 이익에 관해 제대로 시뮬레이션 하면 할수록 유리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처음 제안한 제안서는 수정이 불가피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칫 상대와 자꾸 이야기하다보면 내 정보를 줄 수가 있는데, 자꾸 정보가 넘어가면 갈수록 불리하다. 게다가 성공하는 협상가나 그렇지 않은 경우나 상대의 정보에 어두운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러면 정보를 얻는 데 부실할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 정보타령을 하는 이 책은 무용지물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원칙은 그러하니, 중점적으로 추구하라고 권하면서, 다른 방법론도 제시한다. 특히, 협상을 지연시키는 전략이나,마감시한을 두고 협상에 임하는 것, 상황을 견디면서 인내하는 방법등에 주목하라고 권한다.
성공하는 협상가는 먼저 양보하지 않는다. 양보하더라도 다이내믹하게 임한다. 자꾸 양보해주지 않는다.천성적으로 타고난 협상가는 대부분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임하는 사람이다.그러나 협상에 미숙한 사람이 힘도 갖고 있고, 기대치도 높으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부분이 아주 낯설다.
기대치가 무조건 높다고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대부분 자신감, 용기를 갖고 밀어부칠 수 있고 견뎌낼 수 있다. 어쩌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심리학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닌, 협상 테이블의 핵심과제가 아닌가 싶다.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자존감을 높인다.
이 책에서 가장 멋진 부분은 성공하는 협상가는 양보를 하더라도 역동적 방법으로 양보한다는 것.그리고 자신의 추측이 타당한지 상대의 의도가 어떤지 시험하기 이해 양보기술을 이용한다는 거였다.패하는 협상가는 시험해보지 않는다. 승자나 패자나 다 추측에는 서툴다고 한다. 승패를 가르는 요소중 하나인 것이다. 시험해보기.
흔히 생각하는 협상의 요소와 그에 관련된 이론이 망라되어 있는 책이었다. 시간과 힘의 균형, 정보, 예산, 가치분석.그에 따른 효과적 대응이 어우러진 협상이란 분야는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여러권 협상관련 서적을 읽어본 결과, 머릿속에 체계적인 그림을 그려주는 책을 만나 반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