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놈의 나라 압수르디스탄
게리 슈테인가르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망할 놈의 나라 압수르디스탄
게리 슈테인가르트

참 재밌게 읽었다. 적지 않은 페이지였지만 민음사란 이름이 믿음을 주었다.
시니컬한 저자는 젊은 나이에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작가 명단에 이름이 올랐고
유대인이자 러시아인. 그리고 미국인이다.
자기를 가리켜 러시아인의 몸뚱이에 갇힌 미국인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 표현대로 누구보다도 감수성이 풍부하면서도 미국적인 냄새를 풍긴다.
나는 이 책의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 미샤도 인상깊었지만
제리 슈테인팝이라고 나오는 사기꾼 염소수염 교수라고 나오는 등장인물에
호감이 갔다. 아마도 저자의 모습이 여기 투영되었을 것 같다.
이민자로서 유대인으로서, 소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이기적이고 인간적인 모습.

저자가 얼마나 감쪽같이 능청스레 설을 풀어가는지,압수르디스탄이란
나라가 진짜 있는 줄 알고 헷갈렸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사실같은 거짓이다.
정치판이며 마피아까지 현실세계를 그렸지만 미샤가 본 세상은 사뭇 현실과는 다르다.
마약쟁이에 여자에 쩌들어 살면서도 그는 순수한 사람이자
동정심을 잃지 않은 사람인데, 부자라서 그런 마음을 지켰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다민족에 대한 이해, 다문화에 대한 이해만큼은 저자만큼 깊은 사람도
없을 듯했다. 담배를 피우며 어느 바 한 구석에 앉아 여자를 옆에 끼고
장광설을 펼치며 우수에 젖은 눈빛을 날리는 제리 슈테인팝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저자도 그럴거 같고.

문화라는 게 너무나 상대적이구나.싶었다
그리고, 나나를 빨리 벗어나길 그렇게 간절히 바랬다.
정치판에 놀아나는 미샤가 불쌍해서였다.
너무나 순수하고 솔직한 그는 늘 이용당한다.
연인이 그랬고, 주변에 친구들이라고 부르는 작자들이 그랬다.
그런데 결국, 그가 그렇게 혐오하던 유대인들이 그의 생명을 구한다.
피는 못 속인다는 결론, 유대주의로 돌아간건가?
여러 나라를 한데 묶어 소련이라고 부르기로 한 것.
없던 나라를 어느날 뚝딱뚝딱 경계짓고 이스라엘이라고 정해준 것.
온갖 이민들이 판치는데 그래도 어메리칸이라고 자부심에 고개를 뻣뻣이 드는 것.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이 땅이 너무나 좁게 느껴지고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앞으로
한숨쉴 일만 늘겠단 생각만 든다.
이제 나라의 경계란 건 무의미하구나. 외국어 없이는 사람이 아니구나.

한편 저자의 표현은 섬세하고, 딱 꼬집어 내는 그 무언가가 있어서 통쾌했다.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참 재밌게 여름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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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작 2008-08-01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아마도 66의 몸뚱아리에 갇힌 44의 영혼이 아닐런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