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케치 쉽게 하기 : 풍경 드로잉 -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배운다! ㅣ 스케치 쉽게 하기 4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에 만점 별 다섯개를 주었다. 바라만 봐도 행복한 책이다. 연습장에 감히 선을 그을 엄두가 나지 않아 늘 조물락 거리며 책만 읽었다. 맘 속에 머릿속에 표현하고픈 별별 그림이 다 있어도 정작 그려내는 그림은 한심할 수준이다. 더구나 풍경 드로잉은 멋지다 하고 입만 벌리고 감탄할 뿐, 까다로운 분야라고 생각해왔다. 다행히도, 누구든 처음은 있는 법. 이 책을 통해 하나하나 기초부터 닦노라면 흉내라도 한번 낼 수 있을 것 같다.
전에 사진을 두고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다. 그때 선생님의 칭찬을 들었었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다. 실물을 보고 그리는 것보다 남의 그림 혹은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이 쉽다. 심지어 자기 스케치를 보고 나중에 수정하기도 하고 인물과 풍경을 재배치하여 구도를 수정하기도 한다. 예술이란, 심지어 있는 그대로를 그린다는 그림마저도 오히려 예술이기에 재배치란 것이 있으리라.
이 책에 실린 고흐의 '몽마주르의 풍경'인가를 보면 얼마나 섬세한지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 그 바탕위에 자기만의 색깔을 그려내는 화가가 되었다는 얘기다. 피카소도 예전 데생이나 유화를 보면 징그러울 정도로 실사에 가까운 그림을 그렸다. 이미 어린 나이에도 그림이 어리지 않았다고 본인이 말했다 한다. 선을 하나 긋는 일이나 풍경을 하나하나 그려 보는 연습은 그래서 중요하다.
기초없이는 아무것도 되지 않으니.
저자는 그림도 잘 그리지만 가르치는 재주가 남다른 사람 같다. 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소실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여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물감이며 화구 다루는 법까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저자의 그림 중에서는 깔끔하게 펜으로 건물을 묘사하다가 너무 정형화된 모습이 싫다고 약간 삐딱하게 그려놓은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 내 도화지 안에서 내가 자유로와야지. 싶기도 하고.
그림자로 표현하는 법, 지워서 표현하는 법 등 명암을 표현하는 것이나, 스케치 하고 먹물로 채색, 혹은 수채화로 채색하는 방법 등 다양하고 재밌었다. 모노톤이 나도록 오렌지와 갈색으로만 칠하기 등등. 당장에 켄슨지와 색연필을 사러 달려가고 싶었다. 누군가 비법을 가르쳐주고 나니 그림이 달리 보인다. 단지 그려보는 연습뿐만 아니라 남이 표현해 놓은 그림도 달리 보이기 시작한 건데, 저자에게 참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림이 주는 행복이 이렇게 클 줄이야. 사물은 단조로울지 몰라도 누군가의 눈에 비쳐서 3차원이 2차원으로 옮겨지는 동안 더 보태지고 풍성해진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좋은 책을 내줘서 출판사에게도 참 감사했다. 그림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계속 이런 좋은 책을 구상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개인적으로는 자잘한 사물을 개성있게 표현하는 일러스트가 맘에 드는데 이 분야 책도 있는지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