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나 좀 구해줘 -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꼭 알아야 할 51가지 심리 법칙
폴커 키츠 & 마누엘 투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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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심리학 책에 관심이 생겨서 입문으로 추천받은 책이다. 

오랜 기간 사람들과의 상담 결과를 집대성한 책으로 제목처럼 고민이 많을 때 펼쳐보기에 나쁘지 않은 듯 하다.
너무 당연하고 뻔한 얘기도 좀 있어서 아주 괜찮은 책이라고 평하긴 어렵지만, 딱 입문으로는 나쁘지 않은 듯하다는 느낌.
사람들이 고민하는 이야기들과 그들이 그러한 고민을 하는 이유, 그리고 극복하는 과정들을 엿보고 공감할 수 있다. 아마 내가 비슷한 고민을 껴안고 있다면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른다.
원래 한 발짝 밖에서 보면 간단명료하고 당연한 얘기가 막상 내 얘기가 되면 쉽지 않게 되니까.


p.64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심각한 오해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면 그 의견에 찬성하는 거라고 여기는 데서 생겨난다. 즉 경청을 하면 그것이 곧 자신의 견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의 말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한다.
경청과 찬성이 서로 다른 것이며, 이해와 동의가 확연한 차이를 갖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된다.

 

p.87
공감을 하려면 타인을 나와 분리된 독립적인 인간으로 볼 수 있고, 그의 마음을 잠시 내 것처럼 느껴도 자기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건강한 자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아의 경계가 약한 사람들은 공감해야 할 순간에 상대방과 하나로 합쳐져 버린다.

 

가장 공감갔던 밑줄들. 아마 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큰가보다.
사람간의 관계는 아무리 겪어도 모르겠고, 또 겪어도 새롭단 말이지. 그리고, 매번 까먹는다.
친구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사람간의 관계에선 역시나 나 자신이 얼마나 독립적인 인간이어야 하는지를, 그리고 상대방은 또 얼마나 나와 다른 인격체인지를 깨닫는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며 밑줄.

 

p.121
우리는 통제력을 잃으면 잃을수록 주변의 모든 일을 날조하면서까지 어떻게든 설명하려는 강한 욕구를 갖는다.

 

p.170
정신 위생의 핵심은 억압이라는 심리의 원리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 있다.
먼저 불편한 생각과 느낌을 무조건 억누르기 전에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p.213
선입견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 역시 자기 자신을 선입견의 틀에 가둔다.

 

p.215
우리의 생각 운영 체계는 언제나 절전 모드를 선호한다.
되도록 의식적인 생각을 피하고 자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도식을 만들어 둠으로써 수고를 줄이려 든다.

 

인간관계가 어려워지는 이유 중 하나엔 역시 선입견도 큰 역할을 한다.
상대방 외에도 나 자신의 행동 또한 내 머리속에 미리 만들어놓은 생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역시 내가 가진 선입견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그걸 받아들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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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스페셜 에디션 한정판)
하야마 아마리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스물다섯 생일날, 이 책을 선물로 받았다. 생일선물로 적절한 책 제목은 아니었지만 정말 읽고 싶어하던 책 리스트 중 하나였다.
아마리가 도입부에서 스물아홉 생일날 죽기로 결심한 그 순간의 감정들을 적은 부분이 꽤 유명한데, 나도 그 부분을 우연히 인터넷에서 보고 알 수 없는 감정이 마구 일어서,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코타 패닝의 '나우 이즈 굿' 이라는 영화를 보고 죽음을 앞두었을때의 마음에 대해 상상해본 적이 있다. 사람은 겪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지만, 왠지 상상만으로는 복잡한 심경을 뒤로하고 홀가분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게 내 현실이라면 절대 이렇게 쉽게 생각할 수 없겠지만.
이 소설에서의 아마리는 조금 경우가 다르다. 스물아홉 생일, 이런 인생은 죽는게 낫겠다는 결심을 한 이후로 아마리는 마지막 꿈인 라스베가스에서 1년 뒤 죽기로 결심한다.
앞으로도 몇십년은 남은 인생보다는, 일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했으니 그 전에는 꿈도 꿔보지 못했던 많은 일들에 알 수 없는 용기가 생긴다. 그리고 라스베가스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불태우기까지. 동일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180도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는 용기를.


p.34
나에게는 그럴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비현실적인 일들이 며칠 사이로 연거푸 닥친 것이다. 나는 갑자기 모든게 두려워졌다. (...)
그리고 이때까지 나의 삶을 지탱해 주던 기반들이 사실은 그렇게 튼튼하지 않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마치 거역할 수 없는 어떤 절대적인 힘이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세상은 널 돌봐줄 의무가 없다. 그리고 너에겐 어떤 일이든 생길 수 있다."

 

p.122
출세니 성공이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잣대를 갖는 거라고 생각해. 세상은 온통 허울 좋은 포장지로 덮여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기만의 눈과 잣대를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은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비로소 '자기 인생'을 살 수 있을 거야. 그게 살아가는 즐거움 아닐까?

 

p.145 ~ p.146
난 늘 혼자였지만 외롭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해봤어. 혼자서 그림 그리고 생각에 잠기는 그 시간이 좋았거든. 늙어 죽을 때까지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싶었어. 하지만 사람들 속에 파묻혀 있다 보면 오히려 내가 가고 싶어 하는 방향이 뿌옇게 흐려지곤 했어. 그래서 자꾸 나도 모르게 무리에서 떨어져 지내게 되더라. 적어도 혼자서 나를 만나는 그 시간만큼은 내 믿음을 확신할 수 있었거든.

확실히 늙어 죽을때까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큰 복이다.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자신에게도 그런 일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사람에겐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과 있다보면 어느새 나도 사람들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라캉의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고 있다'는 말도 있잖나.
진짜 내 인생을 사는 것.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 우리는 본능적으로 남들과 다르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안정적인 것을 쫓는다.
모든 주변 환경과 짊어져야할 무게들을 견디고, 세상이 요구하는 모습이 아닌 내 모습 그대로의 인생을 사는 것. 인생을 1년 앞둔 아마리 뿐만 아니라 몇십년의 인생을 앞둔 우리들이 생각해봐야할 문제 아닐까.

 

p.156
너희들 몇 살이라고 했지? 스물 아홉? 서른?
요즘 여자애들은 서른만 넘으면 나이 들었다고 한숨을 푹푹 쉰다며? 웃기지 말라고 해. 인생은 더럽게 길어.
꽤 살았구나, 해도 아직 한참 남은게 인생이야.
이 일 저 일 다 해보고 남편 자식 다 떠나보낸 뒤에도 계속 살아가야 할 만큼 길지.
100미터 경주인 줄 알고 전력질주하다 보면 큰코다쳐.
아직 달려야 할 거리가 무지무지하게 많이 남았는데, 시작부터 힘 다 쏟으면 어쩔 거야?
내가 너희들한테 딱 한 마디만 해줄게.
60 넘어서도 자기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게 뭔지 잘 찾아봐. 닥치는 대로 부딪쳐 봐.
무서워서, 안 해본 일이라서 망설이게 되는 그런 일일수록 내가 찾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책을 덮었을 때 가장 머리에 남은 건 긴자에서 만난 할머니의 이 충고.
인생이 마라톤같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할머니의 말과 맞닿아서 이 책을 읽고나서 몇일간은 뛰면서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해본 것 같다.
60이 넘어서도 지치지 않고 날 즐겁게 해줄 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나이가 들어서도 날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일일까. 아니면, 아직은 그 과정에 있다고 한다해도 공부가 끝나고 내가 정말 하고싶은 일은 이쪽이 맞을까.

 

p.168
'적의 행군을 막으려면 술과 고기를 베풀어라.'
그게 무슨 말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
평생의 꿈을 가로막는 건 시련이 아니라 안정인 것 같아.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그저 그런 삶으로 끝나겠지.
그래서 오늘 이 만찬을 계기로 다시 나의 오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어.

시련은 오히려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준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때는 '안정적이다'라고 느끼는 순간.
내 인생은 안정적일까. 난 과연 치열하게 살고 있을까.
남을 넘어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도 많이 남은 내 인생을 위해, 긴 인생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이전의 나보다 노력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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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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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펼치고 맨 앞에서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부터 뭔가 한 방 맞은 느낌.
유명한 책인데, 산문집 자체를 잘 안 봐서 이 책도 우연하게 지인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
작가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의 산문집이 참 매력 있긴 하지만, 여행 산문집도 참 매력적이다.
우리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것 이외의 것들을, 작가도 신기하고 충격적이고 때론 찡하기도 한 경험을 나도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페이지도 없고 어느 곳을 여행해서 쓴 내용인지도 잘 안 나와있지만,
너무 예쁜 사진들과 아름다운 글,
그리고 진짜 이런 아름다운 일이 일어날까, 아니면 그저 그런 일상을 아름답게 쓴 걸까 싶은 작가의 이야기들.
보는 내내 찌릿하기도 하고, 살짝 미소 짓게 되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밑줄 그은 글들과 남겨둔 사진이 많았던 책이다.
특히 사랑에 관해서,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어도 그냥 사람과 사람의 사랑과 나눔에 관해서 쓴 부분이 많았는데, 그저 베풀고 주기 좋아하는 '당신'과의 에피소드들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그 무엇도 상상할 수 없다.
적어도 사람에 관해서는 더 그렇다. 한 사람을 두고 상상만으로 그 사람은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아무리 예상을 해봐도 그 사람의 첫 장을 넘기지 않는다면 비밀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아무도 시키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게 제법 나다운 일이란 걸 그때 알았다. 행복은 문지르고 문지르면 광채가 났다."

"사랑의 그림을 보는 건 공짜지만, 사랑이라는 그림을 가지는 건 그렇지 않다. 사랑을 받았다면 모든 걸 비워야 할 때가 온다. 사랑을 할 때도 마찬가지.
그래서 우리는, 그들은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것일까. 그래서 그 가슴 뛰게 잎을 틔우던 싹들은 가벼운 바람에도 시들고 마는 걸까."

"빵이 너무 커서 가슴팍에 안고 먹어야 하는 그루지아의 화덕 빵이나, 빵 굽는 냄새가 맡아지면 킁킁대며 빵집을 찾아야 하는 시리아의 골목 빵집, 맛이 얼마나 좋으면 한입을 베어 물고 걷다가 다시 오던 길로 돌아가 먹을 수 없는 양의 크루아상을 사게 되는 파리의 빵 가게. 세상의 빵 냄새에 홀려 동물이 되는 것이 나는 좋다."

"끌리는 것 말고
반대의 것을 보라는 말.
시를 버리고 갔다가
시처럼 돌아오라는 말.
선배의 그 말을 듣다가
눈이 또 벌게져서 혼났던 밤."

"나는 너를 반만 신뢰하겠다.
네가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는 너를 절반만 떼어내겠다.
네가 더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버스는 타보질 못 했다. 예감보다 늦는 이별도 없다. 이별은 예감만큼 잔인하게 온다. 죽은 것도 아니고 살아가는 것도 아닌 중간인 것, 그것이 이별이다."

"당신을 생각하느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당신을 생각하느라 미열이 찾아왔습니다.
당신을 생각하느라 조금 웃었습니다.
내가 앓고 있는 것이 당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갔던 길을 다시 가고 싶을 때가 있지.
누가 봐도 그 길은 영 아닌데
다시 가보고 싶은 길.
그 길에서 나는 나를 조금 잃었고
그 길에서 헤맸고 추웠는데,
긴 한숨 뒤, 얼마 뒤에 결국
그 길을 다시 가고 있는 거지.
아예 길이 아닌 길을 다시 가야 할 때도 있어.
지름길 같아 보이긴 하지만 가시덤불로 빽빽한 길이었고
오히려 돌고 돌아가야 하는 정반대의 길이었는데
그 길밖엔, 다른 길은 길이 아닌 길."

"나도 나 스스로를 M사이즈라고 여기는 적이 많다. 옷도, 사람도 실제로는 L이어야 하지만 때로 XL이겠지만 나는 나를 M이라는 상태로 놓아둔다.
나는 이 세상에서 나란 존재가 눈에 띄지 않는 게, 그 상태가 감사하다.
평범이란 말보다 큰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 평범한 것처럼 남에게 폐가 되지 않고 들썩이지 않고 점잖으며 순하고 착한 무엇이 또 있을까."

"조금 가난한 색. 그래서 그 위에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싶은 색.
조금 모자란 색. 그래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색.
나와 상관없는 일은 보이지 않고, 내가 필요로 하는 색만 보인다. 우리가 분홍색을 알아볼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걸 원하고 있을 때만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살고 있지만 누구나 살아 있다고 느끼기 어려운 것처럼."

"심장으로도 가 닿을 수 없는 것들이 있겠지만, 당신에게 일생 동안, 단 한순간만이라도 붙들리고 싶더라도 당신의 문이, 마음이 열리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나에게도 `빨간 날`들로만 가득 찬 날들이 있었다. 나에게 말을 걸기 위해 비행기를 탔고 나에게 말을 거느라 눈이 시뻘게지도록 걷는 날들이 많았다. 그러다 심심하면 케이크 한 상자를 사서 하루 종일 들고만 다녔다. 매일매일 기념일이었다.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원고를 쓰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형편없는 상태의 네 빈 집과 잔뜩 헝클어진 채로 돌아온 네가 서로 껴안는 것, 그게 여행이니까."

왜 말은 바람이 되고 물살이 되는가.
"우산 가져왔어요?"
그날 밤은 나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 모두가 잠들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말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사라져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말, 모두 다 빗물에 씻겨도 씻겨 떠내려가지 않을 당신, 그 무렵 그 말이 나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를 당신에게 말하지 못 했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대상은 색이 없어지고 오히려 지워져 창백해진다.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사랑의 감정으로 대상은 참을 수 없이 완벽해지기 때문이다."

"살아온 분량이 어느 정도 차오르면 그걸 탈탈 털어서 누군가에게 보여야 한다. 듣건 듣지 못하건 무슨 말인지 알아듣건 알아듣지 못하건 그것도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다 털어놓을 한 사람."

"옆에 앉아 있는 누군가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애를 썼다. 어차피 마지막은 마지막이었다. 그렇더라도 그 순간이, 그 장면이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와 있다는 건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날씨처럼, 문득 기분이 달라지는 것. 갑자기 눈가가 뿌예지는 것.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지진 난 것처럼 흔들리는 것."

"밤하늘의 별을 세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하늘의 푸르름을 싫증 날 정도로 노려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이마가 시큰해질 정도의 슬픔이 찾아왔다. 아름다움은 슬픔을 부른다. 유난히 눈부신 아름다움은 밤에 더 빛난다."

"그만두겠다고 하는 순간부터 멀어져도, 헤어져도, 보이지 않아도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질 않은가. "

"순간일 수도 있지만 영원일 수도 있는 것이고, 영원도 어느 한순간 토막이 나기도 하려니 그렇게 지금 당장 마음 가는 대로만 마음을 다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나이만 있고, 나이 없는 사람이 되기는 싫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즈음이었습니다. 나이 든다는 것은 넓이를 얼마나 소유했느냐가 아니라 넓이를 어떻게 채우는 일이냐의 문제일 텐데 나이로 인해 약자가 되거나 나이로 인해 쓸쓸로 몰리기는 싫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어도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문장처럼 늘 이 정도로만 생각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ㅡ 우리는 시작에 머물러 있을 뿐. 충분히 먹은 것도 마신 것도 사랑한 것도, 아직 충분히 살아본 것도 아닌 상태였다."

"단 한 번 여행을 떠난 것뿐인데 이토록 지금까지 끝나지 않는 여행도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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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 (대형판) 장 자끄 상뻬의 그림 이야기 7
장자끄 상뻬 글.그림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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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고 죽을때까지.
우리의 인생을 자전거 타는 모습으로 나타낸 장 자끄 상뻬의 그림책.

  
열린책들 페이스북에서 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그림을 보고 확 꽂혀서 도서관 가서 바로 빌려봤다.
그림마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른 자전거의 모습.
선만으로 그렸는데도 너무 사랑스러운 그림체다.

  
가만히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왠지모르게 평온해지는 느낌.
자전거 타는 모습을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그렸을까.

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
자전거 타듯이, 가끔 휘청대기도 하면서.

아무 글도 설명도 없지만 제목과 그 안의 그림들만으로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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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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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도 흔하지 않고 상상력이 엄청나다는 느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의 전 편인 이 책에서는 악마가 아닌 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상상했던 전지전능한 신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너무도 인간적인, 인간보다 더 험난해보이는 신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럽다.

 

p.49
"「호, 어쨌든 신도 유머가 있는 것 같군요.」
바우만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는 신도 세상의 모든 걸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다른 할 일이 없소.」"

 

읽다 보면 독자는 이미 아벨 바우만이 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정신병자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들게 할 때가 많다. 정말로 내 주변에 신이 나타난다면 아무런 의심 없이 신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p.77
"「(...) 사실 난 종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천국에 한 자리쯤 마련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할 뿐이죠.」"

 

p.115
"저 하늘의 힘과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 반대하지는 않지만, 줄곧 하늘의 치맛자락만 붙들고 늘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신을 믿던 안 믿던 이 책이 참 볼만하다라고 느낀건 '신을 믿어야한다'라거나 종교에 관한 얘기가 아니라 결국 중요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심지어 후속편인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에서 다시 등장한 신은 자신을 불교도로 소개하기도 한다.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바들바들떨며 사는 인생을 살지 않는다며. 이 책에서도 신은 '종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 사람이 신을 믿는 이유도 신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다. 죽음이후의 삶이 두렵기 때문에, 당장의 생활이 힘들어서. 절대적인 존재의 누군가 해결해주길 바라는 것일 뿐.
존재할지 안 할지 모를 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이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서 나도 같이 바라보게 되었다.


p.85
" 「(...) 신은 주사위를 던질 뿐 아니라 룰렛도 아주 좋아해요. 블랙잭은 물론이고, 심지어 가끔 포커도 쳐요. 생각해 봐요. 도박꾼이 아니라면 어떻게 인간 같은 족속을 만들 생각을 했겠소?」 "

 

도박꾼이 아니라면 어떻게 인간을 만들 생각을 했겠냐는 말은 너무 재밌어서 밑줄.
한 때 종교를 믿었을 때에 나도 신이 왜 이런 세상을 만들었을까 생각했는데. 결국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이 세상을 향한 엄청난 도박이었다는 얘기.


p.279 ~ p.280
"나는 이 기적을 믿었다. 세상엔 아직 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이 천재적인 서커스 곡예사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불완전한 존재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비록 힘은 없지만 선량한 신이 있다는 건 신이 아예 없는 것보다 훨씬 나을 수 있다."

 

p.282
"당시 나는 아벨을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있는 광대로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신을 만났다고 믿는다. 실수도 많고 나약하고 무기력한 신이지만, 그 신은 어쩌면 다른 시간대, 아니 다른 세계에서 찾아온 하나의 <생각>일지 모른다. 나 자신을 위해 찾아낸 생각 말이다."

 

결국 이 소설에서 아벨 바우만이 진짜 신인지 아니면 정신 나간 마술사인지는 누구도 증명해주지 않는다. 아벨 바우만이 아닌 그를 바라보는 심리학자의 관점에서 쓰여졌으니까.
이 심리학자가 처음엔 정신병자로만 취급했던 아벨을 점점 신이라고 믿기 시작하는 부분. 아벨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인간을 위해 발이 닳도록 일한다.
오히려 후편의 악마가 더욱 신 답다고 느껴질 정도로 전지전능한데 비해 신은 너무도 나약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친숙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그 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p.283
"나는 방금 깨달은 것이 있었다. 아벨 바우만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광대든 신이든 원칙적으로 아무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아벨이 내게 보여 준 것이 진짜 기적이든 눈속임 마술이든 그것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아벨의 체험이 나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이다. 신이 있다고 해도 더 이상은 신에게 요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눈으로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퍽이나 재밌는 신의 이야기들.
단순히 상상 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우리들의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책장을 덮을때는 꽤나 재밌는 영화 한편을 푹 빠져서 본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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