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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북멘토 가치동화 5
박상률 지음, 이욱재 그림, 5.18 기념재단 기획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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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가 후기'에서 "오늘의 현실이 의미를 찾으려면 지나간 역사를 잊어선 안 됩니다"라는 말이 참 의미 심장하게 다가온다. 책이 줄거리를 담은 마지막 페이지로 마무리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문을 활용해서 우리들이 직접 연극무대도 꾸며 볼 수 있게끔 책의 말미에 연극대본으로 구성도 잘 짜여져 있으며, 5.18 광주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일기장과 시민 선언문, 각종 성명서들의 설토가 게재되어 있어서 조마조마하고 울분에 젖었던 당시의 슬픈 참상을 더 보탰다.

 

어리고 순수한 초등학생 꽃님이를 통해서 지난 예쁜 과거와 슬픈 현실을 교차해 가며 이야기가 서술되었고, 결국 예쁜 과거를 향해 자전거를 타고 달려갔던 꽃님이는 슬픈 현실의 벽에 막혀 무고하게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 책은 앳되고 순진한 꽃님이의 독백투로 사건이 서술되어지므로 이야기가 작고 여리게 진행되지만, 가랑에 옷 젖는다고, 결국에 가서는 독자의 가슴은 분노하게 되고 마음 속으로 안타까움과 슬픔이 서려 그 당시 정의를 위해 싸우다가 참담하게 죽어 간 가엾은 시민들과 함께 차가운 땅에 눕게 된다.
 
10.26사태로 인해 유신정권이 몰락을 하게 되고 그 아수라장이가 된 틈을 타서 곧바로 12.12군사쿠데타가 터져 신군부세력이 법과 질서를 유린하였으며 결국 이듬해 3월 12대 정부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로인해 1980년 4월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된 학생들의 민주화투쟁과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진압하고 정권장악을 목적으로 일부 정치군인들이 1980년 5월 18일 0시를 기해 비상계엄 전국확대를 단행하였다. 공수여단 천여명이 트럭 30여대로 도청 앞과 금남로에 진출하여 작전명 "화려한 휴가"라는 말 그대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진압봉으로 무차별 구타하였고, 학생들을 향해 사격을 가하여 시신을 암매장하였고, 어린 여학생의 옷을 찢어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기고, 공용터미널에서의 잔학한 구타와 총질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연행되어 온 시민들을 교도소 안에서 구타, 사망케 하여 암매장하였으며, 5월 21일 오후 1시 도청 스피커에서 애국가가 울려 파짐을 신호탄으로 시민들을 향해 일제히 집단 발포를 하는 잔악하고 포악한 행위를 저질러 버렸다. 많은 부상자들 때문에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서로 자청하여 시민들은 헌혈자가 되었고 치안력이 없는 상황에서도 은행 같은 금융기관에 대한 사고는 한 건도 없었고 금은방 등 일반 상점에도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 시민군과 항쟁지도부의 식사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으로 해결되었는데, 이 모든 것이 시민들의 높은 시민정신과 도덕성, 자치능력에 의해 유지되고 있었다. 5월 18일에 발발한 민중항쟁의 소식은 언론보도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전남일원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18일 오후와 19일에 공용터미널 부근에서 행해진 무자비한 계엄군의 살상행위는 시외버스 승객들에 의해 퍼져나갔다. 하지만, 광주는 목마르게 응원군을 기다렸지만 전남 이외의 지역과는 철저히 고립되어 있었다. 무력으로 도청을 재탈환한 공수부대에 의해 1980년 5월의 민중항쟁도 참담한 최후의 막을 내렸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무력진압으로 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폭도로 몰려 감옥에 갇혔다.

 

신군부쿠데타 세력에 의해 도청으로 밀려 들어온 사람들이 바라보았던 마지막 저녁하늘은 과연 얼마나 아프고 공포스러웠을까. 결국 공수부대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히며 수많은 시민들의 목숨이 사라지게 되면서 의롭고 외로웠던 민주항쟁은 끝이 나게 되었다. 하여 이튿날 '광주시민들 정상 생활'이라는 군부세력의 방송을 듣게 된 살아 있는 광주시민들의 마음 속은 얼마나 많은 피눈물과 슬픔으로 가득 찼을까. 정의 앞에서 가냘프게 하늘거리는 '우리를 부디 잊어 버리지 말아 달라'는 그 말은 얼마나 외롭고 절망적이며 뼈 아픈 말인가.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으니 그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그들의 눈물과 목숨은 사라졌지만, 그로 인하여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더 나은 개선을 가져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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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 한국사를 조작하고 은폐한 주류 역사학자를 고발한다
이주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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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말은 곧, 식민사관에 뿌리를 둔, 현재 한국의 주류 역사가들에 의해 왜곡되고 날조된 한국의 역사를 물리치고 박은식의 계통을 이어 한국의 근대사학을 발전, 확립한 단재 신채호와 같은 민족사학자들의 고증에 기초하여 확립한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역사를 재확립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황국제국주의에 기초한 일본의 한국 강점에 대한 합리화와 한국 민족의 영혼을 갉아내기 위해 그 근간을 도려내려 했던 일본은 단군조선을 가상의 역사로 단정짓고 한사군과 임나일본부를 통해 대한민국의 고대사를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고 말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우리 민족에게 먹혀들어가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날조된 역사관은 오히려 해방 후 대한민국의 탈을 쓴 일제 식민사관 학자들에 의해 먹혀들어갔다. 자국의 사람이 자국을 팔아먹을 리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이 책에서 말하는 역사 날조 친일행적에 앞장을 선 사람들은 이미 이 곳에 없거나 이 곳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외려 이 곳의 정상에 서서 자신들의 생을 걸고 그 식민사관을 지키며 일제의 시각을 전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정권으로부터 시작된 친일세력에 대한 우대 속에 기생하면서 군사정권에 의해 청산이 아닌 부활을 하며 지금에 걸쳐서까지 대한민국 역사계의 주류를 이루며 제 2, 제 3의 식민사관 학자들을 생산해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친일행적으로 대표적인 이완용의 한 손자가 21세기에 국립 서울대학교 총장을 하고, 그의 동생은 문화재청장을 지냈다는 작가의 말에 다소 씁쓸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이완용과 연계 시켜서 그의 후손들의 숨통에 족쇠를 채운다는 것은 무리라 생각을 하면서도, 이완용의 손자인 이윤형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먹은 대가로 받은 어마어마한 재산 반환 소송에서 승소한 바가 있다는 말은첨예한 송곳에 뇌를 찔리는 듯한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위치에 있는 한국 역사학계의 지배권력, 법조계 종사자들의 정신적 뿌리가 의심스럽다. 이런 세상을 우리는 살아내야 하며, 이것이 바로 '역사의 비극'이라고 작가는 설파하고 있다.


고대부터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며, 대한민국으로부터 단군조선을 떼어내 삭제시키고 고구려, 신라, 백제 삼국사의 고대왕국 형성기를 300년 무렵에 맞춰가며 한국의 시작은 식민지부터라고 억지 주장하고 있는 식민사학을 엄호하고 해방 이후에도 조선총독부 한국 지부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 대해 개탄하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단군조선을 허구적 신화로 개편시키고 고조선이라는 강대하고 광활한 독립국가를 원시적인 부락 형태로 전락시켜 재구성하며, 결국 한국사는 신라 때부터 시작이다라는 얼토당토 않은 설로 민족의 자존감과 뿌리를 뒤흔들어버리는 악날한 일제 식민사학자들과 그의 바통을 이어받아 계승시키는 한국의 주류 식민사학자들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식민사관의 태두라는 이병도가 만년의 회개를 통해 고조선의 존재를 언론에 확고히 했음에도 오히려 현재의 역사권력을 쥐고 있는 가짜 민족주의자들, 그의 제자들(현재 한국의 사학을 거머쥐고 그 영향력이 절정에 있는 자들)로부터 그 사실이 외면 당하여 결국 그의 참회가 없었던 것이 되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조선 교육은 이치를 캐는 자를 되도록 줄여야 한다."는 조선총독부의 교육방침에 의해 천황에 대한 노예 의식을 깊이 새기는 교육, 즉 자연과 인간, 사물에 대한 주체적 회의나 사유를 제거하고 앞뒤가 없는 조각조각의 사건을 단순 암기하게 하는 주입식 교육이 나오게 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주입식 교육이 무엇이냐, 감성과 이성을 마비시키며 창의를 원초적으로 봉쇄시켜 죽은 자로 성장하게 만드는 쓰레기이다. 질문할 충동이 사라질 때 그 사회는 비로소 정체가 되는 것이다. 그 쓰레기로인해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젊음이 시들고 정신이 부패되었나 생각해 보면 가슴에서 분노의 고혈이 철철 흘러 내리는 느낌이 든다.

 

일제가 패망한 지 68년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일제가 만든 교육 시스템이 대한민국을 옥죄고 있다. 일제로부터 광복한 그날, 거꾸로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를 청산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국민적 염원을 담아 출범한 반민특위는 이승만과 그의 주변 친일세력들의 줄기찬 방해책동과 소장파의 정신적 지주였던 백범 김구의 피살이 겹치면서 업무개시 8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황국주의 식민사관의 앞잡이 노릇을 해왔던 역사학자가 부활을 했고, 그의 영향력은 민족사학의 가면을 쓰고 현재의 주류 역사학자들을 잉태한 것이다. 이로써 친일파 청산은 후세들에게 역사적 과제로 남겨졌고, 이후 한국사회는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만 했다.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의 정복]에서 "사람들이 겪는 불행의 일부분은 사회제도, 다른 일부분은 개인적인 심리에 그 원인이 있는데, 개인적인 심리도 사회제도의 산물이다"라고 말했다. 사회제도가 올바로 서지 못하게 되면 그 안에 귀속된 개인개인에게는 불행이 찾아온다라는 말일 것이다. 이 책,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의 작가는 마지막 장에서 " 역사를 바꾸는 일은 항상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이 땅을 지켜온 민중의 몫이었다. 그들은 점점 커지는 북소리가 되어 오랫동안 기대어 살던 거짓 '진리들'을 일소하는 압도적인 폭풍으로 몰아칠 것이다. 그때가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말하며, 님 웨일스가 쓴 [아리랑]의 주인공인 독립혁명가 김산의 말을 전하면서 이 책의 끝을 마무리 했다.

 

교육과 역사, 언론, 법계 그리고 더 나아가 정치와 예술 및 사회 전반에 걸쳐 오랫동안 형성되어 있는 친일 기득권 세력의 청산과 그 세습을 타파하고 그 위에 진실의 씨앗을 던지는 일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작가의 의지에 찬 말처럼 잘못된 역사를 교정하기 위해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이 땅을 지켜가는 민중에게 나도 함께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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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지음, 김재혁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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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간단하다. 자기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른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만들어진 길을 걷게 되는 여린 소년 한스 기벤라트. 따라서 단순 획일화된 공부에 전념하여 수도원에 들어가 엄격한 주입식 교육을 받게 되다가 그곳에서 만난 자유로운 영혼, 하일러를 통해 사고의 전환을 맞게 되며, 그로인해 사춘기 속에서 조율되어지지 않는 내적 갈등과 끊임없는 번민을 낳고, 그 결과로 수도원을 자퇴해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한 번 원치 않는 대장간의 견습공이 됨과 동시에 자신의 의지를 억누르는 비관적인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여 꺾여진 순수를 부여잡고 하얀 영혼 한스 기벤라트는 자살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미 획일화에 고착된 어른들에 의해 권력과 부조리에 대한 새로운 정의의 잣대가 만들어지고, 꿈과 창조로 한껏 부풀어야 할 소년의 개성에 권위적 칼날로 가해져 한스의 마음 곳곳이 보이지 않는 선혈로 낭자하다. 그리고 철저히 그 순수를 뭉개버리는 과정은 한스의 자살과 수도원 밖으로 내쫒겨진 하일러의 싯귀의 처지를 통해서 엿볼 수 있다.

 

번민과 갈등 속에서 자살을 택한 한스 기벤라트를 통해 작가는 개인에 부합한 능력이나 개성을 말살하는 사회의 권위적인 흐름에 경종을 울리게 하며 오랫동안 작가 자신이 품어왔던 고통의 짐을 해소했다. 그리고 한스의 친구 하일러를 통해 헤세의 자아가 추구하는 이상형을 뚜렷히 드러냈다.

 

한스의 자아의 내적 갈등과 심리의 이동, 그리고 순간순간의 감정 변화를 한스가 바라보는 자연 상태와 주위 배경을 통해 세밀하고 촘촘하게 처리했는데, 이 작품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 풍경은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남다른 통찰력, 자유자재로 표현과 비유를 마음껏 주무르는 헤르만 헤세가 얼마나 뛰어난 작가인지를 여실히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대개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난해하다고 이야기 하며, 또 있는 그대로, 묘사와 묘사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고 정확하게 번역해 내기란 여간해서는 쉬운 일이 아니기에, 번역가가 그만큼의 문장력과 철학적 뒷받침이 수반되어야만 원문에 가깝게 해석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번역은 독문을 전공하였고 오랜 기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세계 속에서 한 세월을 보낸 저력을 자기고 있는 고려대 교수가 맡았는데, 헤세의 쏟아져 내는 온갖 형용과 수식을 최대한 그대로 받아서 펼쳐낸 듯 싶다. 그로인하여 보다 섬세하고 밀도 있는 해석에 의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헤세의 신선한 산소를 맡게 되었다고 생각을 한다.

 

죽음의 올가미를 뒤집어 쓰고 마침내 영원한 평온을 갖게 되는 한스 기벤라트, 줄거리의 마지막 장면에서 한스의 무덤가에 모인 사람들 중에 구두장이 플라이크가 한스의 아버지에게 내뱉은 의미 심장한 말이 이 책, [수레바퀴 아래서]에 담은 작가의 핵심 전달 내용이다.


" 저기 저 양반들이(어린 한스의 생각에 강제로 자신들의 꿈을 투영시킨, 그리고 이제 와서는 손을 놓은 채 한스의 죽음을 애도하러 온 교장선생, 마을목사, 선생들) 한스를 이 지경으로 만든 공범자들이에요. 그리고 한스의 아버지 당신과 저도..."

 

어쨌거나 한스는 죽고 그의 영혼은 섬세하고 치밀하게 묘사되었던 한스 주위의 자연 풍경이나 여러 배경에 포근히 감싸여 저 멀리로 떠났다.

 

주관적으로 봐서, 헤르만 헤세는 완벽주의에 가까운 심미주의자이고 순수의 결정체처럼 깨질 것 같이 투명하고 여리며 치밀하고 섬세하다. 본인 스스로가 자살 시도로 인해 인간의 한계를 뚫고 나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을 경험했을 것이며, 자아 속에서 온갖 사투를 벌이며 영원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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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 삼총사 - 제22회 쓰보타 죠지 문학상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7
세키구치 히사시 지음, 백수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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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청소년 성장기에 따른 몸과 마음의 변화에 임한 네 명의 주인공이 과거의 어두운 부정을 현재에서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의 긍정을 향해 나아가는 밝고 희망찬 소설이다. 극복의 매개체는 사랑과 우정이며, 어른들이 말하는 허세와 허상의 세계를 뚫고 나간다.

 

주요 등장 인물들, 유타와 공주, 음메지로 그리고 미즈키는 각자 자기만의 상처를 매달고 성장해 왔는데, 겉으로 쉽사리 드러낼 수 없는 그들의 아픔이 어쩌면 그것의 극복을 통해 스스로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밤하늘에 새겨진 대삼각형 안에서 사랑과 우정, 그들에게 주어진 목표 해결을 통해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이 이야기는 재미와 교훈이 뒹굴뒹굴 굴러다녀서 뒷 얘기가 궁금해서라도 도중에 손 놓기가 어려운 청소년 걸작 소설이다.

 

대체로 일반적인 인생의 경로라 하면,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갈수록 사회적 조건에 부딪히고 깨지며 해져서 조금씩 꿈과 순수와 자신감을 상실해 가곤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다가서야 할 사랑에 있어서도 감성보다는 이성으로 접근해 가기 일쑤이며, 자기중심적인 사랑을 꾸려나가곤 한다. 미즈키에 대한 공주와 유타의 사랑은 그 사랑 앞에서는 자신을 녹여 최대한 작게 만들 수 있는 아름답고 진실하며 순수한 사랑이다.

 

초등학교 시절 다른 친구들에 비해 월등한 축구실력을 갖추었으나 무릎의 통증으로 열등감을 갖게 되고 꿈을 저버린 채 수동적인 마음 속으로 숨어버린 유타, 어머니에게 버려지고 은둔형 외톨이가 된 무능한 아버지와의 생활 속에서 어둡고 비뚤어진 성격으로 성장해온 공주, 왼쪽 귀가 안 들리는 상황과 뚱뚱한 몸과 약간의 어리숙함에 의해 집단따돌림을 받으며 자라온 음메지로, 어릴 때 나쁜 성인들에 의해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해졌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 한 미즈키, 이 네 명의 주인공이 그 어두운 터널속에서 그대로 성장하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의 역경을 순수하게 뒷받쳐 주었고 기대를 수 있는 따뜻한 어깨가 되어 주었다. 게다가 철인3종경기를 통해 등장한 쓰루할아버지의 도움이 곁들여져 자신감을 회복하여 그 자신감이라는 톱으로 과거의 쓴 아픔들을 도려내는 결과까지의 내용이 참 달콤하고 행복했다.


특히,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을 지녔으나 사고에 의해 양쪽 귀를 못 쓰게 된 음메지로가 슬픔을 통과하여 졸업식장 단상에 올라가 유타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떠나는 날에'를 부르는 음메지로의 마지막 장면은 그 전에 이미 짐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과 맞닥뜨렸을 때 가슴 가득 울컥하는 감동이 일었다. 그 이유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만의 쓴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가슴 한켠에 밧줄로 꽁꽁 묶어 놓고 삶을 살다가 자기에게 어떠한 불행이 들이닥치면 그 이유를 자기 상처에서 찾으며 자기만의 불행으로 간주해버리곤 하는데, 네 명의 주인공 유타, 공주, 음메지로, 미즈키는 자기에게 주어졌던 불행이라는 알을 깨고 그 극복의 손으로 결국 희망과 긍정의 미래를 향해 손짓을 했기 때문이었다.  

 

내용 중에서 몇 번 되뇌여 읽었던 부분으로는,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된 다정함은 어느 부분에선가 상대에게 상처를 입힌다. 계획된 다정함은 상대를 쓸쓸하게 만든다. 206쪽 ]

 

[나는 침착한 마음으로 한 가지를 깨달았다. 몇 번을 끌어안아도 사랑이 아닌 것은 분명 사랑이 아니다.  그리고 손끝만 닿더라도 사랑인 것은 사랑이다.173쪽   ]

 

공주가 유타에게 보낸 쪽지 내용 중에, [......다카오(은둔형 외토리 아버지)는 돼지가 아냐 분명 인간이야. 211쪽 ] 라는 얘기와

음매지로가 유타에게 공주에 대한 얘기를 하는 대목 중에, [...곤도라는 애가 나를 주먹으로 때렸어. 그때 공주는 옆에 있었는데, 곤도가 나에게 "너를 때리는 건 돼지이기 때문이야" 라는 말을 받아쳐서 공주가 "인간이기 때문이야" 71쪽]라고 했던 말이 서로 상관되어 머릿속에서 감돌았다.

 

                                                                                                                                                                                                                                                        225~226쪽

 

"지지 않아, 나 자신에게 지지 않아" 라는 말과 함께 영혼이 아름다워지고 있는 이들 네 명의 주인공은 이야기가 끝남과 동시에 독자들의 상처또한 어루만져 주며 행복의 반향을 일으켰다. 청소년 글이든 성인을 상대로 지어진 글이든 그 책이 잘 짜여진 좋은 내용의 글이라면, 작품을 통해 전달되어지는 군데군데의 메세지는 독자의 멍한 뇌를 찔러 제대로 된 방향을 일깨워 준다.

 

이제 비로소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펼칠 청소년을 향한 작가의 가르침이 소설의 내용과 흐름에 누가 되지 않게끔 작품 속에 절묘하게 녹아져 있다.

세키구치 히사시의 작품 '철인3종 삼총사'는 쓰보타 죠지 문학상을 수상할 만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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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읽을수록 논술이 만만해지는 한국단편 읽기 2 지식이 열리는 신나는 도서관 6
김정연 엮음, 김홍 그림 / 가람어린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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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을 삶이라 표현한다면, 단편소설은 한 토막의 인생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편소설은 마을 전체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건들이 얽혀 있지만, 단편소설은 마을 한 켠에서 벌어진 하나의 사건을 집중 조명하며 거기에서 작가가 원하는 결과치를 뽑아낸다고 할 수 있다. 근래에는 외국 같은 경우 장편 위주로 많은 소설이 쓰여지는 반면, 그래도 우리나라는 유독 단편이 강세에 있다. 그것은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 성향과 성격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겠다. 장편소설이 놀이공원을 입장해서 각종 놀이기구를 다 타고 출구로 나오는 순간까지라 치면, 단편소설은 놀이공원 안에서 자신이 가장 타고 싶었던 놀이기구 하나를 임팩트 있게 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장편이든 단편이든 작가의 살아 있는 감성과 뛰어난 필력 앞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단편소설을 좋아한다. 잘 만들어진 단편소설은 그 특성 상 이야기의 압축력이 뛰어나고 임팩트와 반전, 또는 잔잔하며 애틋한 내용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삽시간에 흡수해서 휘어잡아버린다.

 

요즘의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많은 글들, 젊은 사람이 노모로부터 나왔듯 현 시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작품들도 잘 짜여진 명작고전작품의 틀 속에서 알을 깨고 나와 뛰어 노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삶에 있어 과거가 우리네 인생의 현재와 미래의 밑거름이 되듯, 현재 출간되는 수많은 글들은 고전 작품의 토대 위에 뿌려진 씨앗들이 그 자양분을 먹고 싹을 움 터 틔운 것들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시간이 제아무리 빠르게 과거를 손에 쥐고 달아나려 해도 지구 위에 생명이 존재하는 이상 그 존재의 뿌리는 변함없이 자리를 차치하고 있는 과거에 기인한다.
번역의 문제를 감안해서 외국 단편소설과 한국 단편소설의 비유나 표현력을 제외하고나면 남는 것은,  시대적인 차이와 민족성에 기인한 감성의 색깔 차이라고 본다.

 

이 책은 대체로 중학생들을 위해 꾸며진 단편집이다. 8편의 제목과 작가의 이름만 보아도 눈이 번쩍 띄일만한 소설집이다. 이 책은 '논술이 만만해지는 한국단편읽기 2편'인데, 1편과 더분다면 중학생이 읽어야 할 한국고전 필독 도서가 어느 정도는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꽃 피는 봄날 어귀를 지나 동리 한 켠을 향해 흐르는 개울소리처럼 오랫 동안 과부가 된 엄마의 마음 속에  붉으스레한 사랑으로 다가온 사랑방 손님, 그로인해 내적 갈등을 치루다가 당시의 시대적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마음 속에서 그만 사랑방 손님을 떠나 보내야만 하는 그 상황을 여섯 살 옥희의 입을 통해 전하는 애틋한 이야기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으로부터, 1970년대 산업화에 맞물려 자본주의가 팽배해지는 시기, 그때 돈 벌러 올라온 시골의 가난한 수남이가 순수를 잃어 가려는 찰라에 물질만능주의의 폐해를 깨닫고 마음을 돌이켜 시골로 내려간다는 이야기를 뛰어난 필력과 비유를 곁들여 써내려간 박완서의 '자전거 도둑'에 이르기까지 총 8편으로 구성이 되었다.

 

이야기 도중에 학생들이 알쏭달쏭해 할 만한 단어는 노란색으로 칠해져서 따로 주석에 담아 설명을 해 준다. 그리고 어떤 구절은 빨갛게 동그라미 그려져서 그 심리에 대한 해설을 따로 해 준다.

 

나이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나 다시 읽어봐도 마음 속에 정금 같이 소중한 감성을 일으켜 주고 아름다웠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 주는 것 바로, 다름 아닌 한국의 고전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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