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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 삼총사 - 제22회 쓰보타 죠지 문학상 수상작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7
세키구치 히사시 지음, 백수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청소년 성장기에 따른 몸과 마음의 변화에 임한 네 명의 주인공이 과거의 어두운 부정을 현재에서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의 긍정을 향해 나아가는 밝고 희망찬 소설이다. 극복의 매개체는 사랑과 우정이며, 어른들이 말하는 허세와 허상의 세계를 뚫고 나간다.
주요 등장 인물들, 유타와 공주, 음메지로 그리고 미즈키는 각자 자기만의 상처를 매달고 성장해 왔는데, 겉으로 쉽사리 드러낼 수 없는 그들의 아픔이 어쩌면 그것의 극복을 통해 스스로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밤하늘에 새겨진 대삼각형 안에서 사랑과 우정, 그들에게 주어진 목표 해결을 통해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이 이야기는 재미와 교훈이 뒹굴뒹굴 굴러다녀서 뒷 얘기가 궁금해서라도 도중에 손 놓기가 어려운 청소년 걸작 소설이다.
대체로 일반적인 인생의 경로라 하면,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갈수록 사회적 조건에 부딪히고 깨지며 해져서 조금씩 꿈과 순수와 자신감을 상실해 가곤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다가서야 할 사랑에 있어서도 감성보다는 이성으로 접근해 가기 일쑤이며, 자기중심적인 사랑을 꾸려나가곤 한다. 미즈키에 대한 공주와 유타의 사랑은 그 사랑 앞에서는 자신을 녹여 최대한 작게 만들 수 있는 아름답고 진실하며 순수한 사랑이다.
초등학교 시절 다른 친구들에 비해 월등한 축구실력을 갖추었으나 무릎의 통증으로 열등감을 갖게 되고 꿈을 저버린 채 수동적인 마음 속으로 숨어버린 유타, 어머니에게 버려지고 은둔형 외톨이가 된 무능한 아버지와의 생활 속에서 어둡고 비뚤어진 성격으로 성장해온 공주, 왼쪽 귀가 안 들리는 상황과 뚱뚱한 몸과 약간의 어리숙함에 의해 집단따돌림을 받으며 자라온 음메지로, 어릴 때 나쁜 성인들에 의해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해졌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 한 미즈키, 이 네 명의 주인공이 그 어두운 터널속에서 그대로 성장하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의 역경을 순수하게 뒷받쳐 주었고 기대를 수 있는 따뜻한 어깨가 되어 주었다. 게다가 철인3종경기를 통해 등장한 쓰루할아버지의 도움이 곁들여져 자신감을 회복하여 그 자신감이라는 톱으로 과거의 쓴 아픔들을 도려내는 결과까지의 내용이 참 달콤하고 행복했다.
특히,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을 지녔으나 사고에 의해 양쪽 귀를 못 쓰게 된 음메지로가 슬픔을 통과하여 졸업식장 단상에 올라가 유타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떠나는 날에'를 부르는 음메지로의 마지막 장면은 그 전에 이미 짐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과 맞닥뜨렸을 때 가슴 가득 울컥하는 감동이 일었다. 그 이유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만의 쓴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가슴 한켠에 밧줄로 꽁꽁 묶어 놓고 삶을 살다가 자기에게 어떠한 불행이 들이닥치면 그 이유를 자기 상처에서 찾으며 자기만의 불행으로 간주해버리곤 하는데, 네 명의 주인공 유타, 공주, 음메지로, 미즈키는 자기에게 주어졌던 불행이라는 알을 깨고 그 극복의 손으로 결국 희망과 긍정의 미래를 향해 손짓을 했기 때문이었다.
내용 중에서 몇 번 되뇌여 읽었던 부분으로는,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된 다정함은 어느 부분에선가 상대에게 상처를 입힌다. 계획된 다정함은 상대를 쓸쓸하게 만든다. 206쪽 ]
[나는 침착한 마음으로 한 가지를 깨달았다. 몇 번을 끌어안아도 사랑이 아닌 것은 분명 사랑이 아니다. 그리고 손끝만 닿더라도 사랑인 것은 사랑이다.173쪽 ]
공주가 유타에게 보낸 쪽지 내용 중에, [......다카오(은둔형 외토리 아버지)는 돼지가 아냐 분명 인간이야. 211쪽 ] 라는 얘기와
음매지로가 유타에게 공주에 대한 얘기를 하는 대목 중에, [...곤도라는 애가 나를 주먹으로 때렸어. 그때 공주는 옆에 있었는데, 곤도가 나에게 "너를 때리는 건 돼지이기 때문이야" 라는 말을 받아쳐서 공주가 "인간이기 때문이야" 71쪽]라고 했던 말이 서로 상관되어 머릿속에서 감돌았다.


225~226쪽
"지지 않아, 나 자신에게 지지 않아" 라는 말과 함께 영혼이 아름다워지고 있는 이들 네 명의 주인공은 이야기가 끝남과 동시에 독자들의 상처또한 어루만져 주며 행복의 반향을 일으켰다. 청소년 글이든 성인을 상대로 지어진 글이든 그 책이 잘 짜여진 좋은 내용의 글이라면, 작품을 통해 전달되어지는 군데군데의 메세지는 독자의 멍한 뇌를 찔러 제대로 된 방향을 일깨워 준다.
이제 비로소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펼칠 청소년을 향한 작가의 가르침이 소설의 내용과 흐름에 누가 되지 않게끔 작품 속에 절묘하게 녹아져 있다.
세키구치 히사시의 작품 '철인3종 삼총사'는 쓰보타 죠지 문학상을 수상할 만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