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북멘토 가치동화 5
박상률 지음, 이욱재 그림, 5.18 기념재단 기획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작가 후기'에서 "오늘의 현실이 의미를 찾으려면 지나간 역사를 잊어선 안 됩니다"라는 말이 참 의미 심장하게 다가온다. 책이 줄거리를 담은 마지막 페이지로 마무리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문을 활용해서 우리들이 직접 연극무대도 꾸며 볼 수 있게끔 책의 말미에 연극대본으로 구성도 잘 짜여져 있으며, 5.18 광주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일기장과 시민 선언문, 각종 성명서들의 설토가 게재되어 있어서 조마조마하고 울분에 젖었던 당시의 슬픈 참상을 더 보탰다.

 

어리고 순수한 초등학생 꽃님이를 통해서 지난 예쁜 과거와 슬픈 현실을 교차해 가며 이야기가 서술되었고, 결국 예쁜 과거를 향해 자전거를 타고 달려갔던 꽃님이는 슬픈 현실의 벽에 막혀 무고하게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 책은 앳되고 순진한 꽃님이의 독백투로 사건이 서술되어지므로 이야기가 작고 여리게 진행되지만, 가랑에 옷 젖는다고, 결국에 가서는 독자의 가슴은 분노하게 되고 마음 속으로 안타까움과 슬픔이 서려 그 당시 정의를 위해 싸우다가 참담하게 죽어 간 가엾은 시민들과 함께 차가운 땅에 눕게 된다.
 
10.26사태로 인해 유신정권이 몰락을 하게 되고 그 아수라장이가 된 틈을 타서 곧바로 12.12군사쿠데타가 터져 신군부세력이 법과 질서를 유린하였으며 결국 이듬해 3월 12대 정부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로인해 1980년 4월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된 학생들의 민주화투쟁과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진압하고 정권장악을 목적으로 일부 정치군인들이 1980년 5월 18일 0시를 기해 비상계엄 전국확대를 단행하였다. 공수여단 천여명이 트럭 30여대로 도청 앞과 금남로에 진출하여 작전명 "화려한 휴가"라는 말 그대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진압봉으로 무차별 구타하였고, 학생들을 향해 사격을 가하여 시신을 암매장하였고, 어린 여학생의 옷을 찢어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기고, 공용터미널에서의 잔학한 구타와 총질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연행되어 온 시민들을 교도소 안에서 구타, 사망케 하여 암매장하였으며, 5월 21일 오후 1시 도청 스피커에서 애국가가 울려 파짐을 신호탄으로 시민들을 향해 일제히 집단 발포를 하는 잔악하고 포악한 행위를 저질러 버렸다. 많은 부상자들 때문에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서로 자청하여 시민들은 헌혈자가 되었고 치안력이 없는 상황에서도 은행 같은 금융기관에 대한 사고는 한 건도 없었고 금은방 등 일반 상점에도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 시민군과 항쟁지도부의 식사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으로 해결되었는데, 이 모든 것이 시민들의 높은 시민정신과 도덕성, 자치능력에 의해 유지되고 있었다. 5월 18일에 발발한 민중항쟁의 소식은 언론보도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전남일원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18일 오후와 19일에 공용터미널 부근에서 행해진 무자비한 계엄군의 살상행위는 시외버스 승객들에 의해 퍼져나갔다. 하지만, 광주는 목마르게 응원군을 기다렸지만 전남 이외의 지역과는 철저히 고립되어 있었다. 무력으로 도청을 재탈환한 공수부대에 의해 1980년 5월의 민중항쟁도 참담한 최후의 막을 내렸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무력진압으로 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폭도로 몰려 감옥에 갇혔다.

 

신군부쿠데타 세력에 의해 도청으로 밀려 들어온 사람들이 바라보았던 마지막 저녁하늘은 과연 얼마나 아프고 공포스러웠을까. 결국 공수부대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히며 수많은 시민들의 목숨이 사라지게 되면서 의롭고 외로웠던 민주항쟁은 끝이 나게 되었다. 하여 이튿날 '광주시민들 정상 생활'이라는 군부세력의 방송을 듣게 된 살아 있는 광주시민들의 마음 속은 얼마나 많은 피눈물과 슬픔으로 가득 찼을까. 정의 앞에서 가냘프게 하늘거리는 '우리를 부디 잊어 버리지 말아 달라'는 그 말은 얼마나 외롭고 절망적이며 뼈 아픈 말인가.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으니 그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그들의 눈물과 목숨은 사라졌지만, 그로 인하여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더 나은 개선을 가져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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