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을 삶이라 표현한다면, 단편소설은 한 토막의 인생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편소설은 마을 전체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건들이 얽혀 있지만, 단편소설은 마을 한 켠에서 벌어진 하나의 사건을 집중 조명하며 거기에서 작가가 원하는 결과치를 뽑아낸다고 할 수 있다. 근래에는 외국 같은 경우 장편 위주로 많은 소설이 쓰여지는 반면, 그래도 우리나라는 유독 단편이 강세에 있다. 그것은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 성향과 성격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겠다. 장편소설이 놀이공원을 입장해서 각종 놀이기구를 다 타고 출구로 나오는 순간까지라 치면, 단편소설은 놀이공원 안에서 자신이 가장 타고 싶었던 놀이기구 하나를 임팩트 있게 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장편이든 단편이든 작가의 살아 있는 감성과 뛰어난 필력 앞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단편소설을 좋아한다. 잘 만들어진 단편소설은 그 특성 상 이야기의 압축력이 뛰어나고 임팩트와 반전, 또는 잔잔하며 애틋한 내용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삽시간에 흡수해서 휘어잡아버린다.
요즘의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많은 글들, 젊은 사람이 노모로부터 나왔듯 현 시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작품들도 잘 짜여진 명작고전작품의 틀 속에서 알을 깨고 나와 뛰어 노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삶에 있어 과거가 우리네 인생의 현재와 미래의 밑거름이 되듯, 현재 출간되는 수많은 글들은 고전 작품의 토대 위에 뿌려진 씨앗들이 그 자양분을 먹고 싹을 움 터 틔운 것들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시간이 제아무리 빠르게 과거를 손에 쥐고 달아나려 해도 지구 위에 생명이 존재하는 이상 그 존재의 뿌리는 변함없이 자리를 차치하고 있는 과거에 기인한다.
번역의 문제를 감안해서 외국 단편소설과 한국 단편소설의 비유나 표현력을 제외하고나면 남는 것은, 시대적인 차이와 민족성에 기인한 감성의 색깔 차이라고 본다.
이 책은 대체로 중학생들을 위해 꾸며진 단편집이다. 8편의 제목과 작가의 이름만 보아도 눈이 번쩍 띄일만한 소설집이다. 이 책은 '논술이 만만해지는 한국단편읽기 2편'인데, 1편과 더분다면 중학생이 읽어야 할 한국고전 필독 도서가 어느 정도는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꽃 피는 봄날 어귀를 지나 동리 한 켠을 향해 흐르는 개울소리처럼 오랫 동안 과부가 된 엄마의 마음 속에 붉으스레한 사랑으로 다가온 사랑방 손님, 그로인해 내적 갈등을 치루다가 당시의 시대적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마음 속에서 그만 사랑방 손님을 떠나 보내야만 하는 그 상황을 여섯 살 옥희의 입을 통해 전하는 애틋한 이야기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으로부터, 1970년대 산업화에 맞물려 자본주의가 팽배해지는 시기, 그때 돈 벌러 올라온 시골의 가난한 수남이가 순수를 잃어 가려는 찰라에 물질만능주의의 폐해를 깨닫고 마음을 돌이켜 시골로 내려간다는 이야기를 뛰어난 필력과 비유를 곁들여 써내려간 박완서의 '자전거 도둑'에 이르기까지 총 8편으로 구성이 되었다.
이야기 도중에 학생들이 알쏭달쏭해 할 만한 단어는 노란색으로 칠해져서 따로 주석에 담아 설명을 해 준다. 그리고 어떤 구절은 빨갛게 동그라미 그려져서 그 심리에 대한 해설을 따로 해 준다.
나이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나 다시 읽어봐도 마음 속에 정금 같이 소중한 감성을 일으켜 주고 아름다웠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 주는 것 바로, 다름 아닌 한국의 고전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