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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리기 일보 직전 ㅣ 문학동네청소년 ex 소설 1
달리 외 지음, 송수연 엮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읽기>
[녹아내리기 일보직전] 제목처럼 녹아내리는 것처럼 흐르는 듯이 타이포그라피한 제목이 인상적이다.
하얀 바탕에 강렬한 파란색과 핑크색으로 디자인 되어 있는 표지와 함께 감각적인 글자 디자인으로 독자들이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 아닌가 싶다.
처음 표지를 볼 때는 꾸물꾸물한 것들이 무엇인지 모른채 기하학적 무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단편을 읽고 다시 보니 곰젤리들이 올망 졸망 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흑색으로 표현되어 귀여운 곰젤리의 이미지가 아니라 기괴하고 낯설다.
첫번째 이야기 <지퍼 내려갔어> 최영희
주인공 채이는 '청소년 감시단'이라는 단체에 가입을 하고 '순혈주의'에 빠진 단체의 지시에 따라 순혈이 아닌 외계인들을 찾아내 감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글에서 인간은 다양한 외계 종족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그 외계 종족은 소수민족으로 인간의 얼굴을 하고 무해하게 살아가고 있다. 교장을 비롯한 순혈주의 단체들이 이들을 배척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부와 명예를 가로채고 있다는 착각 때문.
주인공은 어른들과 단체의 지시와 명령에 순응하지 않는다. 그들의 지시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직접 관찰하고 겪으며 외계 종족을 알아가고 단체의 지시가 옳지 않음으로 스스로 깨닫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멋있는 청소년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이야기는 멀리 외계 종족까지 가지 않더라고 이주민들과 함께 섞여 살아가며 그들을 배척하고 차별하는 '순혈주의'의 현 사회를 꼬집고 있기도 하다. 결국 자신들의 기득권과 부, 명예등을 잃을까봐 소수자들을 배척하고 차별하는 이기적인 어른들의 모습에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소수자들을 대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두번째 이야기 <알 카이 로한> 박애진
학교에서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은따 정윤은 은따 무리와 어울려 놀기는 하지만 정작 본인도 그들이 자신의 진짜 친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었던 정윤. 할머니가 항상 말하던 '알카이로한'행성에서 온 외계인의 손녀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증조할아버지라는 존재를 만나게 된다.
과연 정윤은 정말 외계인의 손녀였을까?
친구들과는 사이가 좋아졌을까?
특별하고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과연 좋은것일까?
나와 다르다는 건 특별한 것일까? 낯설고 이상한 것일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였다.
세번째 이야기 <자코메티> 듀나
지구를 쳐들어온 외계인들에게 점령을 당한 안양시.
와하하 안양이라니. 10여년을 살던 익숙한 지명이 글에 나오니 더욱 실감이 났다.
우주선이 떠있던 안양역과 시청을 떠올리며 장면을 상상하게 되고 군인들의 기지라던 현대코아 건물 역시 그 외관과 내부를 떠올리며 군인들의 배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 안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외계인하고만 싸우는게 아니라 서로에게 이해를 가하는 인간들의 모습.
찬미와 민정은 외계인들에게서 벗어나 탈출을 할 수 있을까?
네번째 이야기 <기억의 기적> 달리
열다섯살 수우의 시간여행 이야기
평생친구 하기로 했던 친구 였던 민하와 갈등이 깊어지며 결국 이별을 하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으로 돌아가 그 시간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몇번의 여행 속에서 민하를 대하던 자신의 모습을 직접 마주하게 되고 그 속에서 진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과연 민하와 수우는 어떻게 될까.
마지막 엮은이의 말에서 송수연 평론가는 우리 사회가 규정한 '표준'과 '정상성'에 대한 질문을 토대로 이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우리가 알고있는 '정상'과 '표준'이라는 것은 과연 누가 정한 기준에서 나온 것이며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보게 한다.
지구에 살고 있는 외계 종족,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었던 평범한 인간인 정윤, 우리나라를 침공한 외계인, 나무껍질과도 같은 조직들이 얼굴을 덮고 있는 친구.
과연 이들을 '표준'에서 벗어났고 '비정상'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은 누구이며 그런 판단은 옳은 것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엮은이의 말처럼 위 이야기들은 모두 한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송수연)는 것이다.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사고와 어른들의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청소년 문학은 커다란 가치가 있으며 많은 청소년들이 독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교육이 해야 할 일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