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그림 - 고통과 환희를 넘나든 예술가 32인의 이야기
이은화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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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에 녹아들어 있는 도슨트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작가들. 그리고 그런 작가들의 그림들. 예를 들어 <모나리자>, <별이 빛나는 밤>, <아비뇽의 처녀들> 같은 작품들은 너무나도 친숙하고 제목만 들어도 그림이 저절로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림들에 들어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는가? 작가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미술관 도슨트에게 듣지 않는 이상은 그저 이러한 그림이구나, 이러한 색감을 가졌구나 정도의 감상에서 그칠 테지만, 그림에 대해서 깊게 알아가면 갈 수록 그림이 점점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그림의 사연을 읽는 것은 작가를 이해한다는 것이고, 작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완전한 그림에의 이해로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미있기도 하다. 예술에 그다지 조예가 있는 편이 아니라 그림을 보고 전율을 느끼고 가슴 깊이 느낀 경험은 쉽게 얻지 못했지만, 그림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그림이 특별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단순히 그림 감상에서 멈추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도서. 바로「사연 있는 그림」이다.

도슨트.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일컫는 말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보면 그림 옆에서 그림을 설명하는 도슨트와 그 도슨트의 이야기를 진중하게 듣고 있는 관람객의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도슨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미술관에 직접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해준다. 왜냐. 이 책 한권에 이미 다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활자임에도 옆에서 생생하게 그림을 설명하는 도슨트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이다. 책에는 총 32명의 예술인과 그들의 작품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32인 이외에도 이 책에 실리지 않은 예술가들의 삶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혹은 다른 그림들을 알아보고 싶거나. 


소제목부터 호기심을 유발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인 듯 한데 무슨 회장님? 이 책은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그림에 얽혀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실었다. 경매, 당시의 그림이 받았던 평가, 예술 사조 등 흥미롭고 다양한 지식들이 한 데 어우러져 있다. 내가 예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긴장할 필요 없다. 모르는 개념에 대해 줄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이런 일이 있었다~ 식의 스토리텔링을 전개해나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장 두 장 읽어가다 보면 너무나 재미있어서 빨리 다음 장을 넘기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할 지도 모르겠다.

실제 작품들도 이렇게 수록해두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림의 어떤 부분은 어떤 것을 상징하고... 하면 다시 책장을 펄럭이며 그림을 자세히 뜯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 책은 작가의 유명한 작품만을 수록한 것이 아니라 더욱 다양한 그림을 접할 수 있었다. 조금 덜 유명한 작품들이 주인공이 되어 당당히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은 그림 뒤에 감쳐진 이야기에도 한 번 집중해달라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면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미술관과 박물관에 대한 정보. 어찌되었든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 것이고, 책에 있는 그림을 보고 있다 보면 그 그림을 실제로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 박물관에 대한 소개를 함께 수록해두었다. 주소, 운영, 요금, 홈피까지 상세히 적어두었으니 내가 여행 가려고 하는 지역에 해당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있다면 잊지 말고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혹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탐방하는 여행을 꾸리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디지털로만 봤던 그림을 실제 육안에 담는다는 것은 상상보다 짜릿한 경험일 것이다. 

또한 미술사조에 많이 등장하지 않는 여성 화가들의 이야기도 들어있으니 새롭게 알아가면 좋겠다. 책 속에서는 독자의 생각을 묻는, 심도 있는 질문들이 꽤나 많아서 읽으면서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예술에 대해 각자가 가진 생각이 궁금해졌다.

미술 작품과 함께 고요하게, 교양을 쌓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책 속에서 좋았던 문장들로 마무리하겠다.


미술 그까짓 것, 몰라도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테다. 무용하기 짝이 없는 미술, 깊이 있게 알 필요가 뭐가 있냐고.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예술을 알아간다는 건, 허기진 영혼의 곳간을 채워나가는 일이라고. 세상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이해하고 궁극에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작품 속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잘 모르던 작가도 어느새 나의 '최애' 작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p.7

예술은 우리의 위장이 아니라 허기진 영혼을 채워주기 위해 존재한다. 예술가로 산다는 건 매일 두려움에 맞서는 것이다. 하루하루 용기를 내는 일이다. 어떤 고난이 있어도 중단하지 않는 삶이다. 고통과 환희를 넘나들며 명작을 탄생시킨 예술가들의 사연을 통해 독자들의 삶의 영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독일 미술가 요제프 보이스가 한 말을 잊지 말자.

"우리 모두가 다 예술가다."

p.8-9


나는 평화와 고요를 위해, 문명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난다. 나는 단순한, 아주 단순한 예술을 하고 싶다.

p.68


이전 작품들이 키치적 대상의 외적 아름다움을 숭배해 보여줬다면, 이제는 고전의 가치와 내면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돌리라고 역설하고 있다.

p.93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이제야 그림을 조금 이해하겠다"라고 전해진다. 평생 그림을 그렸으면서도 늘 겸손한 자세와 열정을 보여준 화가였다.

p.139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

p.140



예술가가 직접 그리거나 만든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제작된 기성품을 선택해서 '이것도 예술이다'라고 선언할 때 관객들은 과연 그것을 예술로 인정할 수 있을까. 어쩌면 오늘날까지도 모두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는 않은 문제다. 하지만 역사는 뒤샹의 손을 들어주었다. 변기에서부터 자전거 바퀴, 의자, 옷걸이, 삽, 엽서 등 그가 선택한 수많은 일상의 오브제들은 20세기 최고의 미술 작품으로 추앙받으면서 세계 유명 미술관들에 고이 모셔져 있으니까 말이다.

p.181

<정리>

1. 미술 교양서

2. 미술 작품과 함께 하는 작가, 작품에 관련된 사연들

3. 유명한 미술관, 박물관 소개

4. 도슨트의 설명을 그대로 듣는 듯한 책

<추천>

1. 미술에 관심이 있는 분/ 관심이 생기는 분

2. 작품 이면의 이야기를 알고 싶으신 분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았으며,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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