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을 읽느라 하루를 다 썼습니다 - 책이 나를 살린 순간
공백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목차
1부 뒷걸음질 친 곳에; 불안함과 불편함을 피해 뒷걸음치던 시절
2부 일상을 읽는 순간; 책과 더불어 얻은 일상의 깨달음
3부 인간이 아닌 존재;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이야기
4부 별일 그리고 별것; 삶 곳곳에서 튀어나온 혐오와 편견
5부 우리가 우리일 때; 타인과 연대

.
책의 표지, 디자인은 책의 내용과 더불어 중요하게 생각되는 요소이다. 사람들은 서점에 들러 책의 표지를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만큼 책의 표지는 책 전체의 분위기를 한 눈에 압축하며 누군가의 시선에 닿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보기만 해도 당장이라도 잡아서 결제를 해야만 한다. 디자인이 예쁜 도서를 많이 봐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예쁘다고 자부할 수 있을 만한 표지이다. 반짝 반짝 홀로그램이 마음을 금세 사로잡는다. 방향을 다르게 돌려보아도 어느 측면이든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조명 아래에서 반짝 반짝 빛나는 표지는 무지개 같기도 한 것이 나의 마음을 쏙 빼았았다. 디자인으로 벌써 책을 반은 먹은 느낌이다. 책의 옆면에 '책이 나를 살린 순간'이라는 문구도 굉장히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요소 중에 하나였다. 어떤 책이 어떻게 한 사람을 살렸고, 계속해서 살아가게 만들었을까 싶었다.




책 내부 디자인도 멋있다.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한 느낌이었다. 또한 책의 구성 중 <공백의 책장>이라는 아주 작은 종이가 책 사이에 끼워져 있는데 작가가 인용한 도서들의 목록이다. 엽서같기도 한 예쁜 색감의 종이에 책 리스트가 쭉 들어차 있는 것. 아... 이 책 당장 사야 해! 당신이 책 수집가라면 더더욱! 책장에 예쁜 책이 꽂히길 원한다면 더더더욱! 북디자인을 중시한다면 더더더더욱!
당신이 독서광인지 한 번 확인해봅시다.
이 책은 정~말 많은 도서가 함께 인용되어 있다. 솔직히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에 등장한 도서들의 목록들을 보고 흥미가 생기지 아니할 수 없다고 본다. 동시에 내가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저자가 인용한 도서들 중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몇 권인지 파악해보는 것도 책을 읽는 동안의 소소한 재미일 것 같다. 저자가 책의 매력적인 부분만 쏙쏙 골라서 가져왔기 때문에 이 책들이 전부 다 읽고 싶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책의 좋은 부분을 넣을 수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많은 책들을 읽고 스스로 사유해볼 수 있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이건 쉽지 않은 작업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쓰는 부분에 적절한 인용구를 가져오는 것. 저자는 너무 책에 의존을 해 자신의 글이 아닌 타인의 글을 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원래 창작이란 모방과 한끗의 차이이며 그 속에서 새로운 생각들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절대 나쁜 습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많은 책들을 읽고 깊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글에서도 그것이 고스란히 잘 드러난다. 결코 얕지 않은 글. 목차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겠지만, 다양하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 들어보고 생각해봤을 법한 주제들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그런 부분들이 개인에게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알아가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이다. 읽다 보면 공감되는 부분도 참 많았다. 에세이지만 에세이가 아닌 것 같다. 책들과 함께하는 에세이. 책을 많이 읽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매력과 그 사람 자체가 되어 버리는 것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하나의 취향이 그 자신이 되어 버리는 과정을 책으로써 지켜보고 있으니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더 많은 독서를 통해 글에 자유자재로 다양한 도서를 활용하고 싶어졌다. 여러모로 독서를 하게 만드는 책이랄까.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꼭 읽어보기를 바라는 도서이다. 혹시 아는가. 책의 문장이 나를 살릴 지도.

"말은 살아 있고 문학은 도피가 된다. 그것은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이다."
p.28

"믿어지니?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하루가 지나갔다는 것"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게 해달라고 빌고 싶어졌다. 언젠가는 그런 기적 같은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은 이미 물 건너갔지만. 언젠가, 언젠가는 말이다.
p.62

체크리스트는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이라는 것, 삶의 방점은 하위 목표에 찍혀야 하는 게 아니라 그보다 더 상위에 찍어야 한다는 것을 수시로 되뇐다. 그러면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닦달하지 않고, 내몰리지 않으면서 한 발짝 더 나가는 힘, 눈앞의 실패에 매몰되지 않는 힘 말이다. 나는 그 힘으로 미래에 닿아보려 한다. 그 미래가 부디 편안하고 찬란하길 바라며.

식물학자 로빈 윌 키러러는 『향모를 땋으며』에서 슬픔을 씻어내릴 바에는 입는 것이 낫다고 썼다. 외면하지 말고 기어이 오래 슬퍼하라는 의미라고 나는 해석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상처의 기슭을 거닐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울거나 울음을 참으며 버텨야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기꺼이 울면서 길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다.
p.109

나는 이제 '별일 없었다'라고 말하지 않기로 했다. 평론가 신형철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폭력의 외연은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고, 작가 목정원은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에서 고통에 대한 감수성은 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겪은 폭력과 고통에 대해 '별일'이라고 말하는 게 그 시작이 될 것이며, 이 넓고 깊음에 기대 우리는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p.143

배움과 익힘이 귀찮아지지 않도록, 깨달음의 즐거움으로 나 자신을 계속 담금질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부단히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 나보다 한발 앞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멋진 모습을 기억해 두고 싶다. 그러면 훗날 늙은 나에게도 언젠가는 편안하고 아늑한 기억이 쌓이지 않을가. 아직 오지 않은 그 미래는 어쩐지 투명하고 말간 빛깔일 것만 같다.
<정리>
1. 책과 함께하는 에세이
2. 정말 예쁜 북디자인
3. 누군가의 취향과 생각이 가득 담긴 도서
<추천>
1.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
2. 북디자인이 예쁜 도서를 선호하시는 분
3. 독서광/ 다독가
4. 글을 쓰고 계시는 분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았으며,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