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이 필요할까 - 장재인 시선 집
장재인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만의 감성



우리에게 가수로 알려져 있는 장재인씨가 책을 냈다기에 그녀가 어떤 내용을 담았을 지 참 궁금했다. 의미심장한 제목. '타이틀이 필요할까' 가수에게 타이틀이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그 타이틀이 필요한지에 대해 반문하는 제목은 왜 그런 제목을 지었을 지 상상하게 만들었다.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 책의 디자인과 구성을 빼놓고 이 책을 전부 다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표지가 굉장히 개성 있다고 느껴졌는데, 직접 캔버스에 그린 것 같은 그림을 내세워 예술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캔버스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져서 표지에 눈이 확 갔다.



내부 간지 디자인도 감성적이었다. 저자인 장재인 씨가 가수이기 때문에 직업적 특성을 살려 목차 제목을 1집, 2집 이런 식으로 한 것을 보고 과연 1집부터 4집까지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각 앨범(?)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마치 내가 가수의 앨범을 구매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책 구성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이 QR코드이다. 사실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가장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설명을 할 때 왠지 궁금해 시각적인 혹은 청각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저자가 특히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QR코드가 삽입해, 궁금하면 언제든 더 알아볼 수 있게 도와준다. 책 표지면 몰라도 내부에 QR코드가 있는 건 처음 봐서 신기하기도 했고 저자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책을 읽으면서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메모장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부분이다. 이미 에세이라는 것 자체가 저자의 이모저모를 알아갈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에 더해 아주 사적이고 혼자 끄적인 듯한 글들은 온전히 저자의 사적인 공간으로 데려다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별거 아닌 것으로도 글을 쓰고 싶어지는 순간이. 너무 사소해서 누구한테 말하기도 민망한 것들. 그런 것들을 가감히 보여주는 기분이 들었다.

타이틀만 가지고 날 판단하기에는 내가 너무 소중해서



타인이 '나'를 보고 판단하는 나만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그건 직업적인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이미지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아무튼간에 굉장히 다양할 것이다. 그건 나를 만들고, 나의 고유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 한몫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타이틀은 대부분 긍정적인 것이지 않을까? 잘하고 사람들이 보기에도 자랑스러워질 것 같은 모습들. 하지만 가끔은 내가 가지고 있는 타이틀이 지칠 때도 있다. 보여주기 위한 타이틀인데도 그 타이틀로만 판단하는 사람들과 한 가지의 타이틀로만 판단되는 내가 싫은 느낌이랄까. 심지어 내 내면은 겉에 드러나는 것과 훨씬 다른 사람인데 누군가 그걸 알고 실망하면 어쩌지? 나는 여태까지 이게 나인 줄 알았는데, 사실 그게 아니라면?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가수이고 대중들에게 모습이 비춰지는 장재인 씨는 그런 마음이 더 심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타이틀이 필요할까>라는 제목을 지은 것이 아닐까.

나는 한 가수가 앨범을 발매하면 타이틀곡을 가장 먼저 듣기는 하지만, 수록곡도 꼭 한 번씩 들어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타이틀이 되지는 않는다.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수록곡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 '나의 행복'에 해당하지 않을까. 그녀는 그녀의 이야기를 보릿국밥처럼 삼삼한 이야기라고 했지만,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절대 삼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두의 이야기는 특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서른 살이 된 내가 인터뷰나 질문에서 이렇게 내 명확한 속내를 드러내 보인다면, 나는 혼이 날까? 가지각색의 해석과 추측으로 골치 아픈 일들만 많아질까? 내가 어떤 답을 하더라도 현재 '내' 안에 확실한 기준은 [내 음악을 내가 직접 만들 때 행복한 나]이다.

p.115


이제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무엇을 해야 행복해 하는지 안다. 그렇기에 이전엔 견디지 못할 만큼 나 자신과 다르다 생각했던 일들도 이젠 무던히 해낼 용기가 생긴 거다.

나는 이제야, 좀, '나'니까.

다른 타이틀이 필요할가. 일이 많은 나, 돈을 많이 버는 나,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나, 사람들이 계속 찾는 나 …그러한 성공.

잠깐, 그게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 아니라면?

p.320


나는 여전하다. 타이틀곡에 온 힘을 쏟기보단, 다른 이외의 곡들에도 고루 그 가치를 담고 싶다.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보석 같은 것들이 나의 도처에 아름답게도 많기에, 내가 알게 된 이 놀랍도록 아름다운 것들이 나의 가치관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런 가치관 자체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중략)

타이틀만이 답일까?

p.216

마지막 문단의 말이 굉장히 가슴을 쿡 찌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를 이루는 수많은 것들을 모두 하나하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듯한 저자의 마음과 타이틀, 수록곡 모두로 이루어진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나를 담아가는 과정이 정말 즐거운 듯한 느낌이 좋았다. 나도 가끔은 보여지는 이미지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진짜 나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그러면서 현실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계속해서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계속해서 알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나도 타이틀이 크게 중요하지 않아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솔직하고도 잔잔한 이 책은 내 마음까지도 잔잔하게 만들어, 아주 아주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에세이 특유의 감성이 잘 스며들어 있어서, 내가 잘 아는 '가수' 장재인이 아닌, '장재인' 그 자체를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에게 타이틀이 꼭 필요할까?

타이틀을 도저히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정리>

1. 가수 장재인 씨의 첫 에세이

2.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책 디자인

3. 잔잔하고 부드러운 이야기

<추천>

1.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

2. 장재인 씨를 알고 계시거나,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

3.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친 분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았으며,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