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 우리는 일요일마다 그림을 그리는 것뿐인데
아방(신혜원)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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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 지 고민이 들 때가 많다. 잘 그리는 것과 내 마음대로 그리는 것. 자유롭게 그리다보면 부족한 부분이 보여서 잘 그리고 싶어지고, 잘 그리려고 애쓰다 보면 너무 어려워서 즐기려고 그리기 시작했는데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는 것 같고.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도 지나치게 잘하려고 하는 순간부터 재미가 없어지고 하기 싫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드로잉 클래스를 운영하는 아방의 에세이이다. 그림에 대한 그녀만의 철학과 동시에 클래스에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방 개인적인 경험들까지 수록되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이 읽게 된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화려한 색감과 귀여운 그림체,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그림이 아닌 작가 한 명의 개성 있는 그림이 프린팅된 표지는 이 책을 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뒷표지에 크게 박혀 있는 "일단 그리고 봅시다"라는 문구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아직 책을 읽기 전임에도 왠지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즐거워질 것이라는 생각을 의심치 않았다.


거의 첫 장부터 이렇게 재미있는 인터뷰를 넣어놨다. "똥손인데 가능할까요?" "똥손 웰컴" 이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을 그려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 클래스에 등록하지만, 못 그리는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클래스의 다른 사람들은 잘 그리는데 나만 못그리는 것 같아 그림을 그리려고 도전을 하기 어려워한다. 그런데도 그림을 전공한 사람이, 클래스의 선생님이 똥손 웰컴이라고 했는데 어느 누가 당장 가고 싶은 매력을 느끼지 못할까. 일부러 가장 첫 장에 이런 Q&A를 삽입한 것은 책을 읽기 전, 그림이라는 것은 잘 그리는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닌 그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고 내 마음가는 대로 그릴 수 있는 것이라고 시작 전에 대못으로 박아놓고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좋았다. 똥손이면 어떤가. 내가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어차피 남에게 보여주고자 시작하는 취미도 아니니, 못 그린다는 생각만 버린다면 충분히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약간 독특한데 에세이로 읽다가 중간 중간 그림을 그리고 싶거나 그림에 아직 발을 들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Q&A같은 인터뷰도 있고, 학원 수강생들과 나눈 대화도 들어 있다. 실제 그림을 그리고 그림에 대한 고민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보니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작가의 대답은 무엇인지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본인도 그림을 좋아하지만 그리면서 잘 그리는 것과 그냥 그리는 것 사이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굉장히 명쾌한 답을 내려준다.

그럼 우리 멤버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 내가 겪은 경험치, 실패를 거듭하며 생긴 노하우다. 멤버들은 눈치 보지 않고 본능에 몸을 맡기는 시간, 자기가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을 돈 내고 산다. 가상현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가상화폐로 작품도 사는 와중에 연필을 쓱쓱 깎아 무언가를 완성하는 과정, 여행지에서 먹은 브런치를 그림일기로 기록할 수 있는 자신감을 내게 산다. p.25



"너무 즐거워요 요즘, 그림 그리는 것뿐 아니라 사는 것까지 즐거워요."

p.74


그림을 그리는 것 뿐인데, 이렇게 멋진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나도 배우고 싶었다.

이렇든 저렇든 우리는 멋질 것이다


책을 읽다가 이 말에 푹 꽂혔다. 비단 드로잉의 문제 뿐 아니라, 우리는 완벽하기를 원하고 특기를 한 가지씩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잘안되면 실망하고 자괴감에 빠지기 쉽상이고 말이다. 하지만 모든 걸 꼭 잘 해야 할까? 내가 여러 가지를 해봤지만 그 어느 것도 완벽하게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속상해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과정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뭘 좋아하는 지, 뭘 잘하는 지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 또한 있을 것이다. 완벽한 삶에 지쳐있을 청년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이 책이 나는 독특하면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가 쓴 책 같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가 틀에 얽매이지 않고 괜찮아! 하는 듯한 느낌이 종종 들어서인 것 같다. 또한 작가 개인만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가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청년들의 이야기도 있어서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이 책을 읽으면서 괜찮아!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언젠가의 순수한 열정과 활기를 잃어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들이 서글퍼지고 점점 현실에 물들어갈 때쯤 다시 되돌아가보자. 다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 다시 뭔가를 잘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되자. 이 세상에 쓸모 없는 것은 없고, 언젠가는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지도 모르니까.

이렇든 저렇든 우리는 멋질 것이다.


좋아하는 걸 찾아 헤매다가, 죽기 직전에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알게 될 것 같다. 그러므로 나는 탐험가다. 우린 모두 탐험가다.

p.210

그래서 이게 다 쓸데없는 짓이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아무것도 되지 않는 동안에도 사는 게 꽤 재미있었다. 하고 싶은 것이 계속 생겨났고, 오래된 삽질의 결과로 뜻밖의 기회들이 속속 찾아왔다. (중략)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경험, 결과를 담보 하지 않는 순수한 몰입, 외부의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이것이 삽질의 조건이다.

p.146


모든 그림은 장점이 있다. 못 그리는 게 아니고 장점을 발견하지 못한 거다. 자기 그림의 장점을, 하도 사람들 그림을 많이 봐서 그런지 남의 그림의 무수한 장점과 특징은 잘도 알아낸다. 문제는 내 그림의 장점을 찾는 게 어렵다. 아니, 웬만큼 뭔지 알고는 있으나 수시로 잊어버린다. 다 그런가 보다. 내 건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그것이 사람들이 클래스에 오는 이유다. 스스로 알기 힘든 걸 누군가 알려주니까.

p.73


"하라고 해서 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재밌었어요. 느는 게 보였어요. 느는 게 아니라, 하여튼 뭐가 보였어요. 사람 그리는 걸 두려워했는데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가장 중요한 건 그거예요."

"내가 변하는 게 보여서 좋았어요. 처음보다 자신 있게, 또 빨리 그리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조금 더 단순하게 그려보고 싶어요."

p.90


'우리는 일요일마다 그림을 그리는 것뿐인데 꼭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잖아' 같은 기대감을 심어주는 공간이 좋고, 그런 경험들이 창작이란 취미 생활을 더 즐겁게 만드는 것 같다. 동현이와 석가탄신일에 절데 가고, 멤버네 회사 피자가게에서 피자를 먹으며 수업할 때처럼 요즘도 날씨 좋을 때는 더러 야외 수업을 한다. 한 멤벅 그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냥 재밌었어요. 소풍 간 것 같고."

p.60

<추천>

1. 그림 에세이

2. 드로잉과 관련된 내용

3. 그림 뿐 아니라 모든 일에 자유로움을 주는 책

4. 나도 왠지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지는 책

<추천>

1.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

2.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잘 못 그려 두려우신 분

3. 열정과 활기를 되찾고 싶으신 분

4. 마음의 환기가 필요하신 분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았으며,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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