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걸 보면 네 생각이 나 - 먼 곳에서 선명해지는 시간의 흔적들
청민 지음, Peter 사진 / 상상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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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오는 설렘을 얻고 싶어서? 세계 여러 나라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

개인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텐데, 나는 저자가 책에서 제시한 이유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빠는 내게 자주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떠나는 건 더 잘 돌아오기 위해서야.” 여행을 떠나기 전엔 떠날 수밖에 없는 각자의 이유가 있지만, 결국 우리에겐 돌아갈 각자의 자리가 있다고. 내게 주어진 하루를 더 잘 살아내기 위해서 우리는 여행이란 틈을 삶의 중간 중간에 두는 거라고.

p.96

돌아갈 자리가 있다는 것을 되새기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저자의 아버지의 생각은 여행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분이라는 느낌을 확 받을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무료한 일상에 변주점을 주고 싶어서라고 볼 수 있는데, 그걸 다시 한 번 뒤집어서 떠나게 되어도 돌아갈 곳이 또 다른 여행이라고 느낄 수 있게 여행을 떠난다는 의미로 들렸다.

더 잘 살아내기 위해서 한 번씩 리프레시의 의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여행을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크게 3가지 여행지를 기점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러시아, 유럽(그 중 영국의 비중이 컸다), 마지막 대한민국. 저자는 어릴 시절부터 이사를 많이 다녀서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하면 이사를 가고 하는 생활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한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뿌리를 내리고 자라 그 동네의 한 부분이 된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다고, 자신도 한 동네에 자리를 잡고 사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확실히 자주 이사를 다니면 오랜 친구나 동네의 토박이 느낌이 없는 것이 가장 최대의 단점이다. 저자의 어린 시절의 이러한 이사 경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른이 된 저자는 다양한 장소를 여행 다닌다. 자주 이사 다닌 것은 아쉽지만, 이것이 새로운 환경에서의 빠른 적응을 촉구하는 역할을 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책은 조금 독특했던 점이 한 장소를 주제로 놓고 여러가지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왔다 갔다 전개한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나왔으면 러시아와 관련된 내용이 한참 이어지다가 다른 장소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고 러시아-유럽-한국-유럽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되기 때문에 여행지 보다는 저자가 전하고 싶은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여행지는 그 뒤에 뒤따라 온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일관성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 서적은 기행문이 아니고 기존의 도서완 다른 매력이 느껴져서 좋았다. 한 가지 장소를 주구장창 설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덜 루즈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책에 첨부된 사진들은 저자가 직접 찍은 것이 아니라 저자의 아버지께서 찍으신 사진이라고 하셨는데, 사진이 하나같이 다 반짝반짝 빛이 난다고 해야 할까. 생동감이 느껴졌다. 한 장의 사진만 봐도 이 날의 분위기와 느낌이 어땠는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시선은 결국 아름다움에 맺히는 거야.

p.133

유독 사진이 아름다웠던 이유는 아름다운 시선을 가진 사람이 그 현장을 오래도록 관찰하고 찍었기 때문인 것 같다.

여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고, 책 중간 중간 아름다운 사진들 덕분에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저자가 추천하는 여행지도 확인할 수 있는데, 모든 지역에 추천 장소가 있는 것은 아니고 저자가 특히나 애정하는 장소인 영국의 추천지가 실려있다.(저자가 해리포터 덕후라고 한다.-영국의 스코틀랜드는 해리포터가 탄생한 장소이기 때문.) 영국에 방문할 예정이시라면, 내가 해리포터 덕후라면 이 페이지를 유심히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소한 애정이 담긴 일기장



이 도서는 여행 에세이지만 여행 에세이보다 작가의 가치관과 그의 추억들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일기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사적인 일기장. 물론 에세이가 다 저자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뭐가 다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도서는 유독 타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우선 굉장히 솔직하고 꾸밈 없는 저자의 문체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친한 친구한테 이야기하듯 편안하게 서술하는 글은 읽는 본인마저도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문장들. 여행이 지친 일상을 치료하듯, 이 책은 마음 한 구석을 살살 만지는 느낌.


"나는 부서지는



파도를 보고 있는 게 좋아."

"왜?"

"내가 가진 문제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거든."

친구의 말이 바다 앞에 서면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좋다'는 말처럼 들렸다. 말은 다르지만 같은 뜻일지도 모른다.

p.37



그런데 여기 오고서야 알 것 같았다. 굳이 나까지 쨍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는 걸. 조금 어두워야 더 선명히 보이는 빛깔이 있다는 걸.

(중략)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언제나 조금 어둡다.몽환적인 안개, 치열하게 부는 바람. 어쩌면 우리 이야기에는 약간의 어두움이 우리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너무 밝지 않아야 빛깔의 깊이를 알 수 있듯이. 우리가 가진 어두움이 우리를 더 크게 빛나게 할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조금은 어둡고 망설이는 나도 괜찮을 거라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스코틀랜드의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면서 생각했다.

p.43-44



용기도 두려움처럼 패턴을 이룬다. 몇 번의 두려움에 노크를 하다 보면, 고개를 빼꼼 내미는 작은 용기들이 나름의 패턴을 이뤄 자리를 잡는다. 한번 해봤으니까 일단 기회 앞에 나를 던지는 용기,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는 용기, 머뭇거리면서도 언젠가 해낸 기억을 믿고 선택하는 용기. 늘 작다고만 여겼던 것들은 언제나 나보다 컸다.

그래서 내가 쌓아온 작은 시간들을 믿어보기로 다시금 다짐했다. 두려워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p.72

여행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드는 성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각 여행에 깃든 저자만의 생각들이 더 깊이 와닿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이러한 추억과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얼마나 단단한 사람일까 생각하게 된다. 많은 경험을 하고, 실패에 던져지기도 하지만 결국엔 모두 버티고 일어서는 사람은 자신만의 삶의 관성이 생겨 언제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힘이 있다고 믿기에, 나도 언젠가는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삶에서 나만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생길까 궁금하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의 가장 핵심 포인트는 바로 가족이 아닐까 싶다. 가족과 함께 한 여행을 가득 담아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듬뿍 꾹꾹 눌러담아 하나씩 보여주는 이 책은 매우 매력적이다. 서로가 서로를 잔뜩 사랑하는 가정이 부럽기도 하고, 괜스레 부모님 생각이 나기도 했다. 우리 엄마랑 아빠 얼굴을 하나씩 그리면 꼭 떠오르는 기억들. 왜, 책 제목이 <좋은 걸 보면 네 생각이 나>이지 않은가. 어쩌면 부모님께 바치는 헌사가 아닐지. 꼭 좋은 거 경험하고, 맛있는 거 먹으면 엄마 아빠랑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그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작가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적어내려간 이 책은 사랑스럽다.


책에서 꼽은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

시선은 결국 아름다움에 맺힌다던데 아빠의 카메라 끝엔 언제나 내가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 위안받는 밤이 있다. 흔들리고 바스러지는 마음에 금방이라도 어둠 속으로 도망치고 싶을 때 내가 누군가의 시선 끝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밤이.

p.135

<정리>

1. 여행 에세이

2. 일기장 같은 도서

3. 위로가 되는, 힘을 줄 수 있는 내용

4.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도서

<추천>

1. 가벼운 여행 에세이를 읽고 싶으신 분

2. 따스한 글에 위로받고 싶으신 분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았으며,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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