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 - 끝나지 않은 마음 성장기
에린남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귀여운 그림체 + 공감가는 이야기 = 힐링



힘들어서 지쳐버린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각자 그런 마음을 풀어줄 방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 마음까지 닿을 수 있는 문구 한 줄,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의 노래이다.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귀여운 것, 그리고 좋은 글들. 왜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을 많이 구매하나 생각해봤는데, 세상이 너무 팍팍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느꼈다. 세상에 치이고 들어와도 책에서는 내 마음을 만져줄 수 있으며 딱딱하게 긴장되어 있는 나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부터 도저히 읽지 않고는 못 버틸 것 같다. <내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이고, 나를 가장 사랑해줘야 하는데 그게 어려울 때가 정말 많다. 때로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바로 우리인 것 같다. 내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은 책 제목은 독자에게 어떤 내용인지 쉽게 예상할 수 있게 만드며, 마음이 지쳐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글자에 끌려 책을 집어들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그림체의 표지는 서점 속 많은 책들 중 경쟁력 있게 자기 주장을 한다. 너무 귀엽고 소중한 것을 보고 최근 '하찮고 귀엽다'라는 말로 대신하는데, 그 말이 바로 떠올랐다. 단순하지만 몽글몽글 귀여운 그림체!


이 책은 에세이인데, 중간 중간 4컷 혹은 8컷짜리 만화가 삽입되어 있다. 웹툰의 단행본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인스타툰을 책으로 옮겨서 읽는 느낌이기도 하다. 하나의 소주제가 끝날 때마다 그 주제의 연장선으로 컷툰이 실리니 볼 거리가 다양해져서 좋다. 글은 장황하게 적어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지만, 그림은 정해진 칸 안에 하고자 하는 말을 압축해서 담기 때문에 사진 찍어놓고 두고두고 보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에 저절로 풀어져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따뜻하게 데워놓은 전기장판 위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 있는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면 '마음 성장을 위한 질문지'라는 내용이 두 페이지 정도 실려 있다. 이 페이지가 매우 인상 깊었다. 여기 있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다고 보기 때문이다.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도 있었는데, 그런 질문은 내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거니까 천천히 알아갈 시간이 생긴 것이다. 잠들기 전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기같은 구성을 지닌 이 책은 차분해지고자 한다면 추천하는 바이다.

나는 나를 사랑할 필요가 있어요


나를 사랑하기는 왜 어려울까?

친구는 그렇게 잘 칭찬하면서, 친구가 슬퍼하면 그렇게 같이 슬퍼해줄 수 있으면서 왜 거울 속에 있는 나는 볼 때마다 짜증이 치솟고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나는 나약해 빠졌다면서 꼴보기 싫어하는 걸까.

저자는 자신을 가장 솔직하게 들여다 본다. 남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깊은 구석까지.


나는 여전히 잡초의 꽃이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한다. 대충 어림짐작만 해볼 뿐이다. 하지만 이젠 잡초의 꽃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중요하지 않다. 내가 태어난 날과 나의 탄생화를 내가 좋아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다.

솔직히 배추가 나의 탄생화였어도 배추를 좋아하기 위해 어떻게든 예쁜 구석을, 좋아할 이유를 찾아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좋아하게 됐을 것이다. 단지 내 탄생화라는 이유만으로.

p.44

이상하게 이 이야기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평소에 나는 나의 mbti, 탄생화, 별자리, 등등 나와 관련이 있는 것은 모두 찾아보고 잘 맞는 부분이 있다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다 내가 나를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니 전과는 다르게 보인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테니 그 부분을 내가 가진 지대한 관심이 탄생화 같은 것들로 승화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괜히 나의 탄생석이나 탄생화, 행운의 색 같은 걸 보면 그게 그렇게 신경 쓰이더니, 나는 사실 나를 매우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반성의 기분이 들었다. 왜 내가 소중하지 않다고 생각했을까. 이런 것들을 전부 찾아볼 만큼 날 좋아했으면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태어나면서부터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이것저것 경험해보면서 아, 나는 이런 걸 재미있어 하는 구나 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꽤나 즐겁다. 마치 내가 나를 육아하는 기분이다. 사람은 자기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만약 타인 때문에 내가 초라해보이거나 난 왜 이렇게 못하나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만두면 좋겠다.

"사람마다 가진 감각이 다르단다. 그러니까 속상해 하지는 마라."

라는 말씀을 해주신 교수님은 인생이 어떤 것인지 아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굳이 못하는 영역에 가서 상처받고 뒤돌아서 난 아무것도 못해,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는 영역을 발견하고 늘려나가는 것이 진정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마치 빈 퍼즐 조각을 하나씩 채우듯이 말이다. 오늘 만약 내가 너무 쓸모 없다고 느껴졌다면, 잠깐 멈춰서 부정적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모든 감정은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긍정, 부정, 애매모호한, 이 모든 감정들이 내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해보고 오늘 한 번 더 내 감정에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를 찬찬히 돌아볼 시간을 마련해주는 소중한 책이었다. 연말이라 마음도 어지럽고 1년 간 계획한 대로 살지 못한 것에서 오는 후회감에 허덕이는 중, 따스한 토닥임을 얻은 기분이었다. 2022년에는 좀 더 나를 사랑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살아봐야겠다.

<정리>

1. 에세이+컷만화의 결합

2. 위로되는 내용

3.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

<추천>

1. 마음이 너무 무거우신 분

2. 귀여운 책을 읽고 힐링하고 싶으신 분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았으며,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임을 알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