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 - 삶은 결국 여행으로 향한다
채지형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누군가 '여행을 정의한다면?'라며 물으면 '해결사'라고 답한다. … 나에게 여행은 해결사였다. 일상이 따분해질 때, 여행은 신나고 재미있는 모험이었다. 기차나 버스를 타기 위해 지루한 시간을 무작정 길에서 보내야 할 때도 있었지만, 여행 중에 만나는 모든 일은 흥미진진했다. 마음이 울적해질 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만 할 때, 일단 떠나야 했다. 처음 밟아보는 지구 반대편의 길은 언제나 생기발랄한 에너지를 안겨줬다. p.138


여행은 스스로 방전하고 충전하는 작업이다. 여행은 수많은 눈빛의 스침이다. 여행은 내 안에 숨어 있던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자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을 타는 것이다. 나이쯤은 훌훌 던져버릴 수 있는 통쾌한 시간이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여행에 대한 정의 중 딱 하나만 꼽아보라면, 바로 여행이야말로 나를 숨 쉬게 하는 이유라고 답할 것이다. p.142



'여행'에 각자가 부여하는 의미가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이야기한 여행의 정의가 내가 예전부터 느꼈던 정의였기에 큰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여행은 삶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견문을 넓혀주고 새로운 것들을 잔뜩 접하게 만들어주고, 한국에 돌아가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

그녀가 여행에 대해 느끼는 생각들이 책 전체에 녹아들어 있고, 나는 그녀의 생각을 사랑한다.

당신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까?

여행은 생각지도 못한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 주고 당신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행이 흥미로운 이유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경험을 한다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 아닐까?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여행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오히려 일상에서는 경험해볼 수 없었던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기에 우리는 항상 여행에 대한 갈망이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여행지에서는 새로운 사람도 만날 뿐 아니라, 인생의 교훈을 얻기도 한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것 만큼 생각이 넓어지는 것 같다.

많은 여행지를 다닌 작가는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했다. 그 경험들을 하나씩 풀어주는데, 정말 여행 가고 싶어서 혼났다. 눈을 감으면 상상할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해가 넘어가는 것을 보며 바닷가 앞에서 여유롭게 누워 있는 나의 모습이... 글 만으로도 해당 장소를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여행책은 정말 많고 요즘은 책을 읽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여행 기록을 읽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버킷리스트에 '세계 일주하기'가 추가되었다. 그녀가 여행지에서 겪었던 따뜻하고도 기분 좋은 경험들이 나에게도 흘러 들어왔기 때문인 것 같다.


연히 히말라야 등반을 하면서 만났던 노부부, 뉴올리언스 재즈 바에서 만난 재즈 연주가 이야기 등 우연한 여행의 묘미를 누구보다 잘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글이 생동감 있게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에.

'우연'의 묘미! 나는 우연을 꿈꾸고, 우연을 사랑한다. 계획에서 어긋난 우연은 꽤나 삶을 재미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훗날 나의 여행의 그녀의 경험같은 우연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사진을 보고 여행에 가고 싶지 않다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내가 알고 있었던 여행지도 있었고 처음 들어본 곳도 있었는데 전부 다 가보고 싶어졌다. 난 왜 지금 저기에 없을까, 원망스러워지기도 했지만...

책 한가득 여행 장소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생동감 넘치는 사진에 장소의 습기와 열기, 냄새까지 밀려오는 것 같다. 설산을 보면 발이 시려운 것 같기도 하고.

여행지 사진 외에도 먹거리 사진도 있어서 당신의 여행 욕망을 자꾸만 자극할 지도 모르겠다. 아마 지금이 코로나가 아니면 벌써 공항으로 떠나고 있지 않았을까?

여행을 아직 제대로 떠나본 적 없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여행의 꿈과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 그리고 가장 의외였고 또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부분.

'그리스 산토리니' 마을 이야기였다. 새파란 바다와 대비되는 새하얀 건물들은 그리스의 산토리니 마을을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곳 중 하나다. 나도 물론 꼭 한 번 쯤 가보고 싶었다. 저 공간에 있으면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기분이 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저 새하얀 벽의 집들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부지런하게 페인트칠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사시사철 카사 비앙카(하얀 집)을 유지하기 위해 페인트칠을 한다고 한다.


정말 처음 들은 이야기였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사진 속 아름다운 풍경 속 실제 사정은 우리가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환상이 가득한 여행지에서도 기분 나쁜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기대하지 않았던 곳이 외려 최고의 여행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행은 환상을 가지기 가장 쉽다. 그런데 작가는 무작정 아름다우니 다시 가보고 싶다! 라는 식으로 환상을 심어주기 보다는, 여행의 '진짜 묘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깨닫게 만들어주고 있다. 어쩌면 책을 다 읽어보면 지금 이야기하는 나의 말이 온전하게 이해될 것이다.


멋진 사진은 대체로 큰 힘을 갖는다. 그러나 사진에서 찾을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팔딱팔딱 뛰는 에너지와 끝없는 인간의 노력 같은 것들이다. 사진 속에 숨어 있는 진정한 이야기를 발견하는 길, 이것이 여행하는 이유다. p.124



또한, 여행을 가면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는가?

가족, 친한 친구들, 혹은 나의 연인, 직장 동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떠오를 것이고 그 사람들을 생각해 선물을 사기도 하고 먼 타지에서 엽서를 보내기도 할 것이다. 엽서야 말로 '내가 이 먼 곳에서 널 생각하고 있어'라는 가장 사랑스러운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자신의 부모님과 함께 했던 여행을 떠올리며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며 쓸쓸해하기도 했지만, 당신과 함께 갔던 그 장소에 간다면 떠오르는 당신이 있기에...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같이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다. 싸우더라도 다시 그 장소에 가면 자연스레 당신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여행과 일상의 소중함 모두를 다시 깨닫게 해주는 참 신기한 책이다.


나의 추억을 잊어버리지 않는 법

 

여행하면서 모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지인들 선물만 사느라 정작 나는 남은 게 하나도 없다고?

이제부터라도 뭔가를 모으기를 추천한다. 여행지에서 산 물건이야말로, 나의 추억을 다시 생생하게 떠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뭐가 됐든 좋다. 마그네티이든, 엽서든, 아니면 돌맹이든 추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그것들은 나의 일상을 빛내는 내 사랑 중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내 방 한 구석에 잠들어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꺼내면 언제든 난 세계로 여행갈 수 있으니까!


영수증!

내 머리를 탁 때리는 가장 단순하고도 참신한 여행을 추억하는 방법이었다. 영수증은 여행지에서 사 온 기념품 하나보다 더 나의 경험을 기억하기 좋다. 어느 곳에서 뭘 먹었고, 어딜 들렀고, 어디에서 잠을 잤는지를 알 수 있으니까!

다음부터는 여행을 다니면 이 방법을 써 봐야겠다. 저자는 영수증 말고도 다양한 물건을 모으는데, 뭘 사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조금 도움을 받아도 좋지 않을까? 그래서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은 보물이 되는 셈이다.

.

가장 위에 있던 책의 표지를 기억하는가?

표지를 찍은 사진에 선글라스, 화산 모양 초, 여권, 일본에 여행 갔다 온 친구가 줬던 엽서가 책 옆에 한가득 차 있는 것을 이미 보았을 것이다. 모두 나의 여행과 관련이 있는 물건들이다. 무조건 있어야 하는 여권, 따사로운 햇살로부터 나의 눈을 보호하고 멋스러움을 함께 가져갈 선글라스, 저 사진에는 넣지 못했지만 여행을 갈 때마다 하나씩 사오는 기념품들, 그리고 나를 생각해 엽서를 주었던 친구의 마음. 저 사진에는 나의 추억이, 나의 사랑이 모두 담겨져 있다. 여행은 새로운 장소에 갔다 오는 추억 외에 인생의 소중한 보물들을 하나씩 안고 올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여행에 갈 수 없지만, 여행지에서 발견한 물건들을 보면 다시 내 몸과 마음은 그곳에 가 있다. 여행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긴다. 여행이 결국 나의 삶이었음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아, 이제야 이해가 된다. 왜 제목이 『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였는지. 참 사랑스러운 책.

작가의 넓은 여행 경험과 견문이 부러워지는 책이었다. 저자가 여행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나도 앞으로 살면서 한 번씩 시간을 내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보고 나만의 추억을 만들고 싶어졌다. 여행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내 일상과도 이어지기 때문에 참 좋을 것 같다. 여러모로 나에게 소중함을 잔뜩 깨닫게 해 준 책이다. 여행을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한가득 생겼다. 그들이 나에게 추억과 사랑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다른 여행지에서 나를 떠올려 주기를!



<정리>

1. 여행지에서의 경험이 짙게 묻어 있는 에세이

2. 지금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책

3. 여행과 일상의 소중함을 동시에 깨닫게 만들어주는 책

4. 감성적인 표지와 내용이 마음을 끄는 책

<추천>

1.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

2.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싶으신 분

3. 지루한 일상, 책을 통해 세계 일주를 하고 싶으신 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