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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살인 - Private ey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민족에게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난 경성.
서양식으로 말쑥하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는지 돈을 악착같이 모으고 있었다.
오늘날 흥신소에서나 할 법한 그런 일을 해 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남다른 면이 있었으니....
영화는 의생 광수(류덕환)이 실험을 위해 주워 온 시체가 내무대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홍진호(황정민)을 찾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다. 탐정 수사극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관객에게 긴장을 주고 해소
를 통해 짜릿함을 안겨 주는 그런 영화인 것이다. 게다가 한국 영화로써 이런 장르에 도전한 경
우가 보기 드물다는 점에서 관심도가 높았다.
이러한 것을 고려할 때 괜찮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제목이 너무 정직했다. 보통 이와 같은
종류의 영화에서는 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제목을 통해 범인에 대한 윤곽이 대략
잡혀버렸기에 영화 중반부 이후 서커스단이 본격적으로 등장했을 때 알아버렸다. 그 때부터 긴
장감이 해소되기 시작했고 나머지 하나만 알면 궁금증은 모두 해소될 상태였다. 바로 살인 동기
다. 이 점은 마지막에 가서야 해결된다.
생각보다 일찍 밝혀진 범인으로 인해 긴장감이 덜어졌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배경도 배우도 괜
찮았다. 신문을 통해 접선신호를 낸다는 추리세계의 고전적인 방법이 나오는 것도 좋았다. 게다
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과학적 수사방법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이를 두고 신구가 잘 조화
되었다고 해야할지 뭐라고 해야할지 모호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신선하다고 해야겠지.
감독이 처음 도전하는 장르여서 그런지 (내가 판단하기는 좀 그렇지만) 연출적인 면에서 치밀함
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이것은 어쩔 수 없다고 위안을 해도 괜찮을 것이다. 이 분야가 잘 발전
된 헐리우드에 비해 한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니까. 시도를 한 것 자체가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림자살인>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계도 더 다양한 장르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마지막
에 황제가 등장하여 헤이그로 가 줄 것을 의뢰한 것은 단순 마무리용인가 아니면 2탄의 예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