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 No Boys, No Cr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추격자>의 하정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츠마부시 사토시.
한일 양국의 젊은 배우층의 아이콘이라 불려도 될 두 사람의 만남은 영화 개봉 전부터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고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영화의 소재와 스케일도 괜찮았다. 한일 양국 검은 조직의 마약 밀거래, 바다를 넘나드는 해양 액션 그리고 두 남자의 만남. 합격점에 든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졸작’이란 이름으로 남게 됐다.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되는 대로 살아온 형구, 문제 있는 가족을 책임졌지만 역시 막 살아가는 토오루.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 동질감을 느끼며 의기 투합하여 일을 낸다. 그리곤 마약 밀거래 조직과의 사투, 해양 액션, 우정과 가족애........... 등이 따라올 줄 알았다. 아니었다. 어설피 배운 한국말로 더듬거리는 토오루, 나레이션으로 영화를 진행하려는 형구, 너무나 이질적이고 튀는 복장과 언행의 지수 등 무엇 하나 자연스레 영화에 흡수되는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관객을 배려한 것은 간간히 ’피식’ 하고 웃음을 짓게 하는 몇몇 장면들 정도.

시나리오는 있었지만 스토리는 없었다. 배우는 있었지만 캐릭터는 없었다. 보는 내내 생각한 것은 ’대체 무얼 보라는 것이며 무얼 말하고자 함인가’에 대한 것 뿐. 추가하자면 ’감독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다. 내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보트>에는 연출이라는 게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배우에게 대본을 주고 알아서 연기하라고 했으면 최소한 이보다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일관성 없는 영화는 보는 내내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설마 이런 것이 김영남 감독이 노린 점이란 말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으로 치닫으며 조그만 반전-스토리상의-을 노리는 듯 보였다. 늦게 나마 방향을 잡고 반격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뿔싸! 그대로 끝나버린 것이다.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그 뒤로 더 이상 생각을 이을 수 없었다. 2부를 제작할 생각인가? 나라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말릴 일이다. 당연히 그런 것은 아닐테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결말을 만들었단 말인가. 정말 뒤통수를 제대로 치는 반전-이런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이 아닐 수 없다. 혹시 영화를 찍다 말았나? 제작비 부족 등의 이유로?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로 영화 제작에 문제가 있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차라리 개봉을 연기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풀어놓은 사건은 많았지만 제대로 수습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열어놓고 봉합을 하지 않으니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뿐.

최고가 될 수 있는 두 배우를 수렁에 처넣었다는 느낌이다. 그 둘을 데리고 겨우 이 정도 밖에 만들 수 없었단 말인가. 아마추어 영화제에서도 이런 영화는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정우와 츠마부시 사토시라는 이름과 한일 양국을 넘나드는 해양 액션이라는 광고만 보고 귀한 돈을 들여 극장에 갈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는 말을 전한다. 광고는 광고일 뿐.

괜찮은 소재와 훌륭한 배우로 출발한 영화 <보트>는 힘차게 출발했으나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하고 격랑에 난파된 후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다 끝내 침몰하고 말았다.


덧붙임 : 하정우, 그는 이름만 믿고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배우가 아직은 될 수 없나 보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보트 (No Boy No Cry, 2009)
    from 진사야의 비주얼 다이어리 2009-05-29 07:58 
    무거운 물주머니처럼, 건조한 청춘영화밀수품 심부름을 하는 청춘(형구)과 그 청춘을 감시해야 하는 청춘(토오루), 이 두 청춘에 어쩌다 엮이고 만 청춘(지수). 단 29회차라는 짧은 촬영 기간 동안 카메라에 담기고, 중간 과정을 거쳐 관객들 앞에 선을 보인 김영남 감독의 신작 에서 획득할 수 있는 단편적인 이미지다. 앞의 몇 문장에서 암시했지만 는 공개된 포스터와 시놉시스에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는 요상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