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즈 강남대로점에 약속 시간보다 다소 늦게 도착했다. 입장하니 김탁환 작가는 강연을 막 진행하고 있던 중이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듯했고 그래서 중요한 내용을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의 이전 소설도 역사물 흔히 팩션이라고 불리는 장르였다. 이번 <혜초> 역시 왕오천축국전을 바탕으로 극적인 드라마로 쓴 책이다. 하지만 그는 여느 때와는 달리 쓰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워낙 오래 전 인물이라서 그런 것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건 소설을 쓰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바로 왕오천축국전이 여행기였고 너무 방대한 지역을 아우르고 있었기에 더 힘들었다는 것이다. 불교를 숭상하는 국가뿐 아니라 이슬람권역까지 혜초스님은 들어갔고 그 당시 그와 같은 행동은 매우 위험했다. 목숨을 걸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그의 발자취를 뒤따르자니 아주 죽을 맛이었을 게다.
그래서 김탁환 작가는 혜초의 삶을 시간의 축이 아니라 공간의 축을 따르는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이것은 왕오천축국전이 여행기였기에 가능한 방식이었을 것이다. 또한 데칼코마니 기법을 어느정도 반영하였는데 과거와 미래라는 양 날개가 현재라는 몸뚱이를 하늘로 끌어올려 날게 하는 역할을 하는 상상을 했다고 한다. 우연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필연의 이어짐으로 이야기를 써나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이다.'는 괴테의 말을 인용하며 혜초 스님이나 자신이나 성공적인 여행을 하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이번 소설을 쓰면서 마지막 여행이자 글쓰기이기를 바라며 <혜초>가 최고의 작품이 되기를 꿈꿨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다음 작품을 구상하는 것이다. 그것을 볼 때 쳇바퀴 도는 듯한 인생은 스스로 끝을 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아닐까.
여행과 글쓰기 그리고 인생. 다른 단어이지만 서로 닮아 있는 말들. 김탁환 작가는 혜초 스님이 되어 여행을 해가며 이 세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혜초>를 쓰지는 않았을까. 젊은 소설 <혜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