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클래식 애호가, 내 이름은 페르마타 일상의 스펙트럼 6
신동욱 지음 / 산지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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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기가 클래식에 대한 책을 냈다. 이 친구는 내 주변에서 클래식 음악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대학생활 동안 그를 지켜보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선 '나는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절로 뿜어 나온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학보사 기자를 하면서 그가 클래식 공연을 위해 유럽과 미국으로 서슴없이 떠나는 걸 보며 그가 클래식에 대해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이를 학보에 녹여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기사를 완성시켰다. 무언가 애정과 열정을 갖고 꾸준히 해나가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한편으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클래식을 자주 듣지 않지만, 내가 클래식에 대한 장벽을 낮춘 것도 그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클래식을 재미없는 음악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음악 장르에 매료된 사람이 곁에 있으니 의식적으로 이것의 매력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과거엔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그냥 흘려버렸다면, 지금은 좀 더 집중하며 한 음 한 음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공연장을 찾는 적극적인 청자는 아니지만, 가끔씩 클래식 음악이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어쩌다 보니 클래식 애호가, 내 이름은 페르마타>는 음악 애호가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다. 음악 애호가 신동욱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악을 대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진실성(Authenticity)'엔 냄새가 난다.'라는 말이 있다. 이 책이 딱 이 말과 어울리는 책이었다. 내가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그가 이 음악에 얼마나 진심인지가 느껴졌다. '나는 클래식을 사랑한다.'라는 말을 반복하지 않아도 갖가지 모양으로 그는 이 말을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진심은 나로 하여금 클래식 음악을 들어보도록 했다. 그가 소개한 클래식 음악들을 들으며 이 책을 행복하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가 글을 행복하게 쓴 것이 느껴진다고 할까? 작가가 독자들에게 할 말이 많다고 해야 할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가 기대가 됐고, 그 이야기들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제목 짓기가 예술이다. 각 글마다 제목을 붙였는데, 이 기발한 제목들은 글을 안 읽을 수 없게 만든다. ' 악보를 사수하라, 제와피와 지아코 전에, 포도 향 차이콥스키, 그 티켓, 다시 주세요!' 등의 제목은 그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를 기대하게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읽으면 제목의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된다. 독서의 쏠쏠한 재미였다.



나는 에세이를 즐겨 읽지 않는다. 작가에 공감하지 못한 채 독서를 끝낸 경험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에세이의 매력에 대해 다시 생각한 독서였다. 음악도 자주 안 듣는 내가 어떻게 이 책에 공감을 하게 된 걸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은 억지로 독자에게 말을 걸으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껏 경험한 수많은 에세이엔 독자에게 교훈이나 깨달음을 의도적으로 주려는 글들이 많았다. 작가들은 자신의 경험에 곁들여 독자에게 수많은 생각들을 보내고 있었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말을 걸려고 쓴 글이기 때문에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지는 것일 수 있지만, 나에게 이러한 작위성은 전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더욱이 이러한 글들은 '작가는 독자와 달라. 나의 생각과 감정이 특별하지 않니?'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누군가의 일기장 같다고 할까? 일기는 본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제멋대로 쓴 글이다. 자신 외의 독자를 상정할 필요 없고, 일부러 멋스럽게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의도는 더더욱 없다. 그냥 작가가 느낀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정도만 쓰면 된다. 이러한 자연스러움이 작가의 단백한 문체와 만나면서 역설적으로 그에게 더욱 공감하도록 이끈 것 같다.



올해 또 다른 책이 출간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책과 달리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척 궁금하다. 지금처럼 글을 쓰면 분명히 많은 독자가 사랑하는 작가가 될 것이라 생각하다. 그가 더 나은 책을 쓸 수 있도록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적어보려 한다. 우선 '주석'이 더욱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세이에 주석이 웬 말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음악 에세이의 특성상 다양한 음악적 표현 및 음악가가 자주 등장한다. 음악에 대해 많은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 독자들은 별 어려움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들은 작가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내가 몇몇 구절에서 이러한 어려움을 느꼈다. '악상, 스케르초, 미뉴에트, 형식 예술, 무곡 악장' 등과 같은 용어에 대한 사전 지식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에 등장하는 '엘 시스테마'가 무엇인지 모르면, 그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도 엘 시스테마를 유튜브에 찾아보고 나서야 이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어떤 수준으로 독자를 설정한지 모르겠지만,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이러한 용어들이 독서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몇몇의 이야기들이 좀 더 구체적이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날들에 대한 기억이나 생각, 감상 등을 추가하면 이야기들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질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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