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 하루하루가 더 소중한 시한부 고양이 집사 일기
박은지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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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수필 특유의 이야기가 끊어지는 느낌이 싫다. 그런 점에서 단편 소설집도 싫다. 맥락 없이 이어져 있는 단편집은 읽기가 너무 힘들다. 대부분의 수필은 그것에 빠지려 하면 다음 소재로 넘어가버리기 일수다. 더 듣고, 더 알고 싶은데 내가 만난 대부분의 수필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하나의 책 안에서 연결돼 있지만, 나에겐 그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뚝뚝 끊어져 있는 이야기와 생각은 나에겐 어떤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는다.하지만 이 책은 다른 수필 장르와 달리 흐름과 연결이 느껴져 재미있게 읽혔다. 이 책은 저자가 키우는 제이, 아리, 달이라는 3마리 반려묘에 대한 이야기다. 의도치 않게 나는 이 세 고양이의 이야기를 각각 따로 만났다. 그래서 더욱 이 책에 빠칠 수 있었다. 한숨에 이 책을 읽었다면 이 책 역시 흐름을 느끼기 힘들었겠지.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각각의 고양이 마다 새로운 호흡을 갖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각각의 고양이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비슷하지만 다른 결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의 반려묘에 대한 사랑을 절실히 보여준다.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나 반려 동물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많은 생각을 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반성과 생각을 했다.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라는 다른 종족의 생명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더불어 나보다 아래에 있는 하급 존재가 아니라 그냥 하나의 개별적인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 평화는 비로소 찾아온다.
그에게 반려묘는 단순히 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대상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반려 동물을 키운다. 외로워서, 심심해서,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 등등의 다양한 이유로 동물을 수단화한다. 그들에게 동물은 주체로서 대상이 결코 아니며 대상화 될 뿐이다. 하지만 저자는 고양이를 주체적인 생명체로서 존중하고 있다. 저자가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이다.
요즘 반려 동물과 관련된 문제 역시 많은 사람들의 동물에 대한 경시적 태도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동물을 자신들과 동등한 입장, 대상으로 봤다면 그들을 함부로 대할 수 있었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키우다가 싫증나면 그들을 버릴 수 있었을까?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반려 동물 문제에 대한 원인이면서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동물을 키우기 전 동물에 대한 지식을 아는 것 이상으로 동물에 대한 이러한 태도를 지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지금껏 키웠던 반려 동물에 대해 주체로서 대하지 않았다. 정말 가볍게 생각했다. 반려 동물로서의 존중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싫증이 나면 그에게 관심이 멀어지기도 했고 그들을 관리하는 것조차 귀찮아했다. 정말 무책임했다. 아마 나는 내가 진정으로 책임을 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할 때까지 반려 동물을 키우지 않을 것 같다. 내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동물을 희생하는 것은 죄라고 느껴진다. 동물은 하나의 생명체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다. 우리의 편의에 때라 그들의 존재 가치를 우리에 맞출 권리는 없는 것이다.


저자의 고양이들에 대한 태도와 사랑은 우리 사회가 동물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준다. 하지만 남편에 대한 그녀의 태도에 대해선 다소 아쉬웠다. 그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이기적이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고양이를 고양이 그 자체로 여겨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계속 그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묻고 싶다. 그녀는 그를 있는 그대로의 그로서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는 그녀에게 고양이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하지만 배우자에 대해선 그가 그녀를 이해해주길 바라고만 있다. 이 책에서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오해일 수 있다. 그러나 읽으며 꾸준히 이 생각이 들었다. 남편 역시도 하나의 주체로서의 존재이다. 그의 결에 대해 강요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그녀가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를 인간인 배우자에게도 보여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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