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엮음.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
작년 태국에서 읽기 시작한 데미안을 시작으로 헤르만 헤세에 대한 나의 사랑은 시작됐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어렵고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던 그의 책이 이제 와서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성장했다는 걸까? “새는 알에서 깨어난다."라는 말처럼 고민하지 않고 쉽게만 읽으려고 해서 그럴까?
 
내가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는 이유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내가 앞으로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할지, 소설로써 나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너에게 옳은 것이, 남에게 옳지 않을 수 있어. A가 맞다고 B가 부정되는 건 아니야. 두 세계에 대한 이해. 머릿속으로 알고 있지만 막상 현실에선 이를 실천하지 못한다. 우리는 세상을 둘로 쪼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쪼개고 쪼개 쪼개서 전체를 잊어버린다. 그 쪼개진 조각들에만 시야가 가려져 다른 조각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문제가 생긴다. 세상은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진 것인데, 내가 좋아하는, 끌리는 조각들에만 매몰돼 소외된 조각이 생기는 것이다.

 헤세는 이런 점을 부드러운 글로써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의 글은 단순히 재미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어떻게 살았지?”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재미있는 글이 정말 아니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다. 내가 깨닫지 못했던,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나에게 불러일으켜 내가 그것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준다. 새로움이란 이전에 없던 것을 경험하는 것일 수 있지만, 내 주변에 존재했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는 것도 포함된다. 해세는 그런 점에서 나에게 새로운 존재다.

 그래서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어 그가 쓴 책뿐 아니라 그에 관련된 것들을 따라는 것이 독서 취미가 돼버렸다. 헤세의 고향은 이번 독일 여행 때 갈 예정이다. 이 책 역시 헤세를 알아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의 책은 강남순 교수님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그래서 강남순 교수님께 헤르만 헤세와 교수님의 비슷한 점, 학문적 맥락을 여쭤봤다. 교수님께선 직접적인 영향보단 인간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려고 하는 점이 비슷할 것이라고 대답해주셨다.

 헤르만 헤세의 책들은 정말 깊이감이 있다. 내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뿌리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근원적인 질문이란 것은 금방 나오는 것들이 아니다. 묻고 묻고 또 물어 내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될 때까지 물은 후에 나온 깊은 질문들이다. 그가 이런 깊은 질문을 한 원동력 중 책은 큰 역할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독서 후 나온 깊은 고민들은 그의 새로운 책에 자산이 됐을 것이다.

 역시 그가 영향을 받은 작가, 책은 많았다. 싯다르타르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동양 철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심리학자 칼 융에 대해 깊이 연구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책엔 이런 학문적 토대가 있기에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었던 거라 생각했다. 이 책은 그가 쓴 서평을 모아둔 책이다. 사실 그전까지 읽은 헤세의 책만큼 울림이 있지 않았다. 가장 큰 요인은 그가 서평에 쓴 책들을 내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평을 보면서 이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가볍게 읽어나갔다.

 좋은 책을 쓰기 위해선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책을 좋아하기 시작한 후, 헤세를 만난 후부터 언젠가 나도 나의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책을 쓰는 모습을 상상하면 설레기만 하다. 많은 자극을 주는 헤세, 그의 책은 한번 읽는다고 결코 소화되지 않는다. 모든 책이 그러하겠지만 그의 책은 내 인생에서 계속 함께할 책들이 될 것이다.
 

참된 말이 꼭 아름다운 것은 아니요,
아름다운 말이 꼭 참된 것은 아니다.
쓸모 있음이 꼭 설득력 있는 것은 아니요,
설득력이 꼭 쓸모 있는 것은 아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꼭 학식이 있는 것은 아니요,
학식 있는 사람이 꼭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부름받은 사람은 재물을 쌓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것을 소유한다.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이 줄수록
더 많은 것을 갖는다.
하늘의 뜻은 해로움 없는 축복이다.
부름받은 사람의 뜻은 싸우지 않고 행함이다.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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