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지식인마을 38
조남호 지음 / 김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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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도덕 교육론 박형빈 교수님 수업을 듣고, 바로 책을 읽었다. 대학에 와서 거의 처음 접한 동양 철학이다. 언젠가 배웠겠지만 분명한 건 서양철학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업을 들으면서 동양철학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이와 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현상을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선천적인 것인지, 경험에 의해 터득된 것인지 등 당연하다고 여기지는 것들을 당연시 여기지 않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철학이란 생각하는 학문을 의미하며 무언가를 당연시 여기는 태도는 생각을 동반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보는 것이 철학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업은 사단칠정에 대한 이이와 이황의 논쟁을 다뤘다. 책 역시 이와 기, 사단과 칠정을 주로 다룬다. 고등학교 때부터 들었던 것들이라 많이 낯설진 않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는 낯설고, 어려웠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들의 주장에 대해 수월히 이해할 수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나만의 생각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이황과 이이의 학파를 주기론, 주리론을 나누는 것이 식민사관의 일부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식민 시대의 유명한 일본 학자 다카하시 교수가 조선의 유학을 정리하고, 이를 일본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분명 학파의 다양한 인물들이 모두 같은 주장을 할 수 없다. 그들이 같은 학파라고 같은 생각만을 고수한다면 학문의 발전은 없을뿐더러, 자신들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최악의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게 아닌 걸 알면서 그들은 주리론, 주기론 학파로 이해하고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많은 우리나라의 학자들 역시 아직도 그렇게 그들을 바라본다고 한다. 왜 그런 걸까? 생각해봤다. 우선 우리나라 교육에서 이상하게 서양의 철학을 동양철학보다 많이 그리고 중요하게 다룬다. 학교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서양 철학자는 쉽게 접하는데 동양 철학자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들의 사상 역시 더 어렵고 낯선 영역으로 여겨진다. 세계화로 인해 서양 문화, 사상들이 유입돼 현대 문화를 형성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것이지만 우리 고유의 문화, 사상들에 대해선 경시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동양 철학은 어렵고, 딱딱하고 낯설기 때문에 막상 도전하기가 힘들다. 책도 찾기 힘들다. 우리의 고유의 것을 바탕으로 외부의 것을 받아들여야 할 텐데, 나는 지금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박형빈 교수님의 강의가 재밌고 이해하기 쉬워서 이 책도 쉽게 읽을 수 있을지 알았다. 하지만 절반은 이해했나 싶을 정도로 어려웠다. 이황, 이이의 학파에 누가 있고 어떤 주장을 하는지에 대한 배경 지식 없이 오로지 강의 내용만을 토대로 읽어서 불완전한 독서를 한 것 같다. 그렇지만, 동양 철학이 서양 철학 못지않게(더 일 수 있다) 깊은 사유를 담고 있고 내가 더 고찰해야 할 대상이란 걸 깨달았다. 내 독서 목록 중 대부분이 서양 철학자, 사상가라는 점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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