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알리 알라성 - 알수록 행복해지는 유쾌한 性 이야기
오세비.김경헌 지음, 임유영 만화 / 비전C&F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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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이 살짝 부담스럽지만 진심 어린 성 교육책

"알수록 행복해지는 유쾌한 성 이야기"가 부제입니다. 성 이야기를 알면 알수록 유쾌해질까? 좀 이건 억지스럽습니다. 성은 신비하고 아름답다는 표현을 내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데 결코 성 이야기가 유쾌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자칫 쾌락주의로 빠질 듯한 뉘앙스가 풍긴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온전히 저의 취향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은 분


학부모

교육인

청소년

*어른이 읽고, 잘 풀어 아이들과 소통하면 좋은 책


청소년 편 - 오세비 


다정한 말투

일단 청소년을 앞에 두고 말하듯 썼습니다. 예사말로 썼다고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다정한 선생님이 학생을 앞에 두고 말하는 고운 말씨입니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는 내용 

첫 월경부터 시작합니다. 폐경이라고 부르지 않고 완경이라고 말하는군요. 이제야 알았습니다. 맞네요. 폐사, 폐품, 폐지…등…여성의 월경도 폐경이라고 부르는 느낌보다 완경이 훨씬 존중받은 느낌입니다. 



"월경이 귀찮을 수도 있지만 건강하다는 증거고, 익숙해지면 괜찮으니 너무 짜증 내거나 걱정은 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좋겠어. p. 21"



섬세하면서 사족 없는 성 교육 

가령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부르는 말을 정확히 밝히고 있으며, 담담한 어조로 우리 몸의 소중한 곳을 과감하게 거울로 들여다보라는 적극적인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내가 몰랐던 남자의 성 또는 여자의 성 

청소년기의 남자아이에게 몽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설명은 흥미롭습니다. 사뭇 아들 둘을 둔 엄마로서 너무 우리 아드님들에게 무심했나 싶어요. 


몸의 변화는 물론 심적인 변화도 어루만져 주네요

사춘기 아이들 몸의 변화도 참 질풍노도 같지만 그보다 더 힘든 부분은 사춘기 시절을 보내는 본인과 그 가족이 아닐까요? 저도 말도 마십시오. 정말 힘들었고,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삽화 중, 어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드냐는 엄마의 말에, 딸아이가 한마디 합니다. 그럼 엄마는 눈을 네모로 뜨냐고…네…정말 웃프네요. 


내 아이에게 성 행동의 수위를 상의한다면...

뽀뽀와 키스의 차이점 같은 것도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부분은 뽀뽀에서 키스로 전환될 경우, 암묵적인 성 행동으로써 양자 간의 ‘동의’가 필요하니 신중해야 한다고 수차례 작가가 당부합니다. 그냥 마음이 가는 데로 자유롭게 마음을 육체로 옮기네 이런 내용이 아니어서 좋습니다. 어느 정도 수위를 지켜야 하고, 그 행동에 따른 책임을 수반해야 한다는 가르침도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아서 글 쓰신 선생님의 노련함이 엿보입니다. 


민법 제807조 결혼이 가능한 나이

네, 무사안일한 태도로 일관한 청소년 임신을 지켜본 선생님으로서 민법 조항을 조심스럽게 내세웁니다. 결혼과 성관계는 다른 이야기지만 청소년 입장에서 결혼이 성인으로서 자기 한 몸 책임질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걸 명시한 후, 18세가 되기 전에 자기가 한 행동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차분한 어투로 엄숙히 왜 조숙한 성관계가 득보다는 실이 많은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성 친구와 사귀는 자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 참 어색하지만 이 책을 미리 읽으신 부모님이라면 덜 어색하게 이런 이야기를 자녀와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못된 성 행동과 성 의식은 나와 상대에게 평생 트라우마로 남거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P. 74 


청소년 성 상담 신청이 필요할 때, 

거는 전화번호

국번 없이 청소년 상담전화 1388에 전화하거나 한국청소년상담복지센터,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에 문의하세요.

우선, 부모님과 상의하는 게 좋지만요. 


성소수자 언급도 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 입장은 우리는 한낱 인간에 불구하고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진데 자기 입장만 고려하여 상처받는 영혼이 너무 많다는 거죠. 이 책에서 강조하는 점은 “성소수자도 하나의 개인으로 그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라는 점입니다. 100% 동의합니다. 


경계 존중 

보통 경계 거리는 2미터 

신뢰가 쌓이면 1미터 

연인 관계는 30cm


경계 존중 꼭지가 참 알차네요. 경계와 신뢰에 관계를 설파하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to cross the line라고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누군가와 사귀는 과정 중, 혹시 경계선을 침범했다면 용기 있게 사과하고 더 단단한 관계로 유지하고, 혹 헤어지더라도 아픔을 잘 이겨내라고 다독여줍니다. 너무 뻔한 얘기 같지만, 별수 있나요?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약이다." 


원치 않는 청소년의 임신 - 그 불편한 진실 

가정을 일구고 살다가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할 때 당혹감도 겪은 분이 계시다면 그런 중압감의 몇 만 배로 우리 아이들이 힘들지 않을까요? 이 책에서 임신 사실을 알면, 일단 ‘알리라’는 겁니다. 먼저 부모 그리고 법적 보호자를 말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힘겨운 소통의 시간이 될 듯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법 7가지


성폭행에 대처하는 4단계 행동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즉시 빨리 신고한다


여성긴급전화 1366


청소년상담 1388


성폭력상담소 02-338-5801


한국여성민우회 02-335-1858


경찰 112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02-735-8994 


2. 물도 마시지 말고 절대 씻지 말고 그대로 즉시 병원에 가서 24시간 이내 검사를 받는다 


3. 수사할 때까지 모든 증거를 잘 보관한다 


4. 기억나는 부분은 꼭 기록을 남겨둔다 



음란물 좌시하지 말자 

I believe I can fly라는 노래를 얼마 전 우리 딸이 흥얼대더군요. 역겨웠습니다. 제 딸아이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그 노래를 부른 R. Kelly에게. 그는 세계적인 가수로서 음악에 재능을 타고났을뿐더러 자기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 부와 명예를 모두 소유했습니다. 어린 시절 성추행과 폭행으로 일그러진 성 판타지를 갖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만, 끔찍한 과거를 가진 모든 사람이 타인에게 폭행을 가하는 건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연민이 그에게 없는 건 아니지만 그가 수많은 어린 소녀와 소년에게 저지른 성폭행은 어떤 식으로든 합리화될 수 없지요. 넷플릭스가 몇 해 전 R. Kelly의 비도덕적인 행위와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유포한 후, 미꾸라지처럼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하여 무죄 선고를 받던 그가 기소되었습니다. 그가 청소년에게 가한 행위를 보면 그 수위가 음란하기 그지없습니다. 저도 그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를 전편 봤는데 한 피해 소녀 엄마의 눈물 어린 호소를 들으니 R. Kelly 저런 XX가 인간인가 싶더군요. 그 역시 어둠의 구석에서 음란물을 보고 학습된 겁니다. 그런 성정 상상을 어떻게 할 수 있나요? 그런 성적 판타지 속에  산 그의  행동만 봐도 우리 자녀가 청소년 음란물에서 멀어지도록 부모님들이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음란한 영상을 보고 자란 청소년에게 여러 후유증이 있음은 자명합니다. 여러 통계 자료에도 밝히고 있습니다. 


부모 편 

나머지 절반은 부모를 위한 성교육입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성의 없는 성교육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지 경종을 울리는 꼭지로 시작합니다. 어른들은 몰라요 편을 보면 무수한 청소년 사이에 오가는 순진무구한 성 관련 질문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중학생 다수가 “아기는 어떻게 생겨요?” 하고 묻는다는군요. 사실, 저도 중학교 시절에 몰랐던 것 같아요. 여러분은요? 


"정서적 ‘결핍’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쉽게 성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세요. p. 193"



김경현 선생님의 시원한 말투

변죽만 울리지 않고 시원스럽게 하고 싶은 말씀을 하는 분입니다. 김 선생님이 추천하는 영화가 있네요. “훌륭한” 성교육 방송이라며 극찬합니다. mbc 충북 특집 다큐멘터리 <아이 엠 비너스 ‘I am Venus’>입니다. 시간을 내어 한번 시청해야겠습니다. 여러분도요! 

여성의 성 행동에 따른 절정에 이르는 순간의 비유가 섬세하고 역동적입니다. 오, 선생님이 글솜씨가 참 좋으시네요. 사회성 짙은 내용을 많이 담으시는데요. 확실히 어른으로서 읽어야 할 성 지식을 이 책의 후반부에 잘 담았습니다. 성 관련 역사는 아무래도 여성의 인권 관련 불편한 진실이 대부분입니다. 여성 할례 관련 꼭지는 읽는 내내  제 얼굴이 지푸려졌습니다. 이런 일은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만행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한때 구성애 선생님이 공중파 방송에서 연일 히트 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아들 방에 제일 질이 좋은 걸 사다가 잘 쟁여 놓으라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납니다. 재밌죠? 말씀도 어찌 그리 잘하시든지. 여전히 현역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다고 하네요. 제가 사는 동네는 아직 아이들 모아놓고 성교육 강사를 초빙하여 아이들에게 과외를 시킨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서울에 살고 있는 친구가 동네 아줌마들과 합심하여 선생님 한 분을 초빙, 아이들에게 유익한 성교육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제 친구가 정말 멋지다는 생각을 했고, 같이 동참하신 어머님들도 참 아이를 잘 키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황이 누군가를 초빙하여 댁의 자녀를 성교육 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 알리알리 알라성을 미리 읽고 대비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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