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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ㅣ 철학은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평점 :
이 책의 제목만 보면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가 생각난다. 히나의 간절한 기도가 날씨를 맑게 바꿔버리는 장면이
떠오른다. 철학도 날씨를 바꿀 수 있다니.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보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날씨는 바꿀 수 없다. 날씨가 사람을 만들 수는 있어도
사람이 날씨를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생각의 노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날씨를 바꿀 수 있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인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모든 변화는 생각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생각의 눈은 삶에서 어디에 햇살이 깃들고 어디에 반가운
여름비가 오는지 찾아주어야’ 한다. 삶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생각의 노력으로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밝은 햇살을 찾아낼 수 있고, 가뭄 속에서도 촉촉한 비 향기를
맡아낼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날씨를 선물하고 싶어한다. 더위에
지쳐가는 사람에게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을,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는 따스한 햇살을 이야기에 담아 전하려고
한다.
나는 이 책에 담긴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사랑의 말’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충분히 하고 있울까? 대부분 사랑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도 그렇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생각해서, 말로 표현하기는 낯부끄럽다는 이유로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을 아낀다. 그러나
작가는 꼭 입으로 내뱉어야 유효해지는 말들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것이 ‘사랑’과 ‘맹세’이다. 사랑과 맹세는 말 속에 있다. 우리가 사랑을 말하는 순간, 혹은 맹세를 말하는 순간 그 말들은 하나의 법이 되어 화자를 구속한다. 사랑한다고
했으므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사랑에 전념해야 하고, 맹세하였으므로 우리는 우리가 한 말을 반드시 지켜야한다.
말이 쉬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진심이 아니어도 쉽게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말이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이어야 한다. 수많은
고민과 생각을 거쳐, 고르고 골라서 다듬은 말이 간신히, 하지만
조심스럽게 나올 때 그 말은 법이 되고, 구속력을 가지고,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말 속에 담긴 가치를 현실로 불러내어 생동하게 한다. 그럴듯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자.
말을 통해 우리는 사랑을 현실로 끌어내 살아숨쉬게 한다. 끊임없이
사랑을 속삭이면서, 사랑을 연명시켜야 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말자. 사랑은 너무 연약해서 우리가 조금만 소홀히해도 금세 죽어버릴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