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의 단어 -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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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작가님의 ‘언어의 온도‘를 참 재미있게 읽었고 ‘말의 품격‘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서는 사는 것이 바빠 잠깐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편의 단어‘라는 새 책이 출간되어 기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기주 작가님의 산문을 세 권째 읽어본 독자로서 이기주 작가님이 어떤 스타일로 글을 쓰시는지 감히 설명을 해보자면, 감성과 담담함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가며 조심스럽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주시는 느낌이다. 너무 부담스럽지도, 매정하지도 않게 적정한 거리를 존중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살피고 두드려가며 천천히 다가오려고 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기주 작가님의 책을 읽을 때면 어느 순간 작가님만의 감성에 젖어들게 되는 것을 느낀다. 어머니의 방에 있는 화장대 위에 꽃을 올려두는 섬세함이 가득히 담긴 감성 말이다.

‘보편의 단어’는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다양한 단어들을 소재로 한 산문집이다. 작가님은 우리 삶에 늘 함께 있어서 가끔 그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살지만, 결국 힘들 때 우리를 다시 다독이고 일으켜세워주는 보편의 단어에 주목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에 들어왔던 보편의 단어들과 작가님의 이야기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소개하고 싶은 첫 번째 키워드는 ‘위로’이다.
‘일정한 중량을 지닌 물체는 굳이 힘을 가하지 않더라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굴러가지만 위로는 그런 방식으로 전해지지 않는다.
우린 타인을 내려다보며 위로할 수 없다. 위로의 언어는 평평한 곳에서만 굴러간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서는 무턱대고 따뜻한 말을 쏟아내기 전에 상대와 마음의 높이부터 맞춰야 하는지 모른다.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자신보다 높은 곳을 향해 고래를 들 힘조차 없는 사람이다.’

위로에 대하여 오랜 시간 생각해왔었다. 나는 언제 위로받는다고 느끼는가, 혹은 내가 이 사람에게 어떻게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같은 것들을 많이 생각했다. 위로는 같이 무너지는 것이다. 결국은 그렇다. 같이 무너지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들어주는 것. 같이 무너진다는 것이 마음의 높이를 맞춘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겠다. 더 이상 고개를 들 힘조차 없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선을 맞추는 것.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섬세한 노력 없이 섣불리 위로하려 하면 상대의 마음이 다칠지도 모른다.

두 번째 키워드는 ‘홀로’이다.
‘삶이라는 항해 속에서 남보다 멀리 나아가려면, 결국엔 남이 아니라 내가 일으킨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흔히 ‘굿 라이드’라는 말을 한다. 서핑을 할 때 좋은 파도에 올라타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좋은 파도를 타고 빠르게 치고 나가기도 하고 나쁜 파도와 맞서 싸워가며 힘겹게 나아가기도 한다. 때로는 좋은 파도를 기다리며 숨을 고르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든 더 멀리, 멈추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나만의 흐름, 나만의 리듬을 갖춘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결국 혼자서 해야하는 일들이 있는 법이다. 혼자라서 어렵고, 혼자라서 외롭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리만의 ‘굿 라이드‘를 만들어야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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