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의 은유 - 윤슬빛 소설집 꿈꾸는돌 38
윤슬빛 지음 / 돌베개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라는 프로그램에 방송인 홍석천 씨가 나온 적이 있다. 홍석천 씨는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분명 그를 좋게 보는 사람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커밍아웃 후, 홍석천 씨의 방송 출연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등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홍석천 씨의 활발한 활동을 보면 이전의 힘들었던 시기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다. 유튜브에서도 TV프로그램에서도 누구보다 활발하게 소통하며 웃음과 재미를 주고 있다.
다시 방송 얘기로 돌아오면, 이 방송의 패널이었던 개그맨 정형돈 씨가 홍석천 씨에게 이런 말을 한다.
“저는 석천이 형에게 크게 한 방 맞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나는 석천이형만큼 내 삶에 가치있는 일에 대해서 형처럼 싸워봤는가, 반성이 되는 거에요.“
그 말에 홍석천 씨가 바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서, 항상 밝은 모습으로 방송에서 볼 수 있었던 그가, 사실은 열심히 싸워서 이 자리까지 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친구들도 홍석천 씨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모두들 학생의 신분이지만, 자신이 타인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점차 깨닫고 혼란스러워한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두려워하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간신히 터져나오는 그들의 용기있는 고백은 위태롭지만, 아름답고 풋풋하다. 이 소설은 마음을 전한 이후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겨두지만, 마음을 전한 것만으로도, 그들이 조금 더 그들다운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작가의 글을 참 좋아한다.
“세계 안에 나를 구겨 넣는 일이 부대껴 닳아 사라지는 것 같다 느낄 때에도, 부디 살아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서, 기어이 오는 환한 봄을 한껏 누리기 바랍니다. 무엇도 여러분을 훼손할 수 없음을, 오롯이 ‘나’로 존재하는 데에는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오래오래 아름다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누리기를. 우리를 해치고 작아지게 하는 모든 시련 속에서도 그저 ‘나’로 서 있을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