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축제자랑 -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김혼비.박태하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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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만화책 웹툰 웹소설 아니고 진짜 활자 책) 을 읽으며 자지러지게 웃어본 적 있는가? 책이 애초에 그럴 수 있는 것이냐 반문하고싶다면 꼭 <전국 축제 자랑> 을 읽었으면 좋겠다. 두 작가 부부가 전국의 지역축제들 (수도권과 광역시를 뺀, 그러니까 태생적으로 변두리의) 을 다니며 12 축제에서 일어난 일들과 축제속 체험을 생생히 기록한 이 책은 j.o.l.l.a 웃기다. 책을 읽다가 너무 웃어서 수시로 사레가들리고 호흡곤란이 왔다. 배가 아프고 눈물이 났다.

뭐가 그렇게 웃겼냐고 물으면 일단 웃긴 상황이 많다. 축제 주제가 우리가 상상도 못할 주제들 (예: 의좋은 형제, 곶감, 와일드푸드) 이어서 웃기고, 그걸 소재로 프로그램을 만들다 소재고갈로 어이없는 무리수들을 두는게 웃기고 (예: 홍어먹기, 홍어썰기, 홍어쌓기의 3 콜라보) 이 상황들을 보며 각종 쓸데없이 고퀄리티의 메타포를 사용하며 진지하게 서술한 두 저자의 필력이 웃기다.

하지만 블랙코메디가 난사하는 이 책 속에서 작은 축제만의 자부심과 진정성을 기가막히게 캐치해내서 그 순간을 따스히 그려내는 부분들도 꽤 많다. 그리고 <양양 연어축제> 나 <산천어축제> 처럼 동물 복지에 대해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다른말로, 고급진 유머 사이에 진정성있는 내용들이 잘 꿰어진, 예쁜 조개껍질 목걸이 같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강릉 단오제는 정말 가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양양 연어축제는 폐지되었음 좋겠다. 아! 개인적으로 읽다가 뒤집어진 밀양아리랑 축제는 대체 그 개막식이 얼마나 이상한지를 보고싶어서 호기심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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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바닐라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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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3040 여성의 삶과 심리에 대해 그 나이에 있을법한 사건들이나 사람들과의 마찰을 재료로 얹어 차려낸 7가지 단편 밥상.

솔직히 단편소설집 별로 안좋아한다. 이 책은 꽤 잘 읽은 편이지만 보통은 십중팔구 한두개읽고 도중하차 해왔다. 왜일까 생각해보면 소재가 신선하고 흥미롭지 않은이상 짧은 호흡으로 나타낸 정서는 소설에선 허무, 씁쓸함 같은 염세의 사촌격일때가 많아서같다.

꼭 모든 글이 긍정과 인류애 뿜뿜일필욘 없는데 큰 일 안 일어나고 뭔가 어떤 대화들 가족의 히스토리 보여주고 흐물흐물 뭐 그렇다고 어떻게든 살겠지.... 식일때 남는 어떤 개운치않음 과 짧기에 하다만 이야기같은 아쉬움이 컸던것 같다.

<술과 바닐라> 는 그래도 결혼한 여성의 위태로운 일과 육아 줄다리기 (슬과 바닐라), 오래된 이웃부부와의 미묘한 관계 (잉글리시 하운드 독), 실패한 결혼 뒤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다이나믹 (고양이 자세를 해주세요) 등 결혼한 한국여성의 삶 이라는 통일된 주제 속 이야기를 펼치고 작품들을 관통하는 정서 (죄책감, 나를 찾고 싶은마음, 미련 등) 가 있어서 무사히 완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비단 소설속 이야기가 아닌, 어디서 들어보거나 나의 지인 이야기 같기도 한 이야기들의 나열. 하지만 작가 인터뷰처럼 "계속 실패하며 나아가다" 보면 작품 몇개 말미에서 희미하게 비친 희망의 단초를 붙잡고, 결국은 의미있고 좋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 믿는다.

40이 이제 엄청 멀리있지 않은 상황에서 나의 위치와 마음을 타인의 신발을 신고 물집잡혀가며 걷게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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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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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소설 고를땐 나름의 까탈스런 기준이 많이 있다. 일단 사람이 죽거나 고통을 가학적으로 받는 스토리는 아웃. 정신적 가스라이팅과 가해도 아웃.
그리고 딱히 호러나 미스터리는 아닌데 전체적으로 칙칙하고 우울하면 완독을 못할때가 많다. 그걸 다 빼도 평면적이고 전형적인 캐릭터 아웃, 공감이 어려운 너무 허구의 세계 아웃 (판타지와 우주물을 안좋아한다)

정세랑 작가님의 <시선으로부터> 는 이런 까탈스러운 나의 기준을 모두 통과하기만 한게 아니라 공감되고 힘이되는 이야기다.

일단 시작은 유명 화가이자 에세이스트 심시선의 10번째 기일을 앞두고 가족들이 모인다. 시선이 재혼을 했고 두번째 남편도 시선과 재혼을 했으므로 가계도는 복잡하다. 하지만 그들은 친남매들처럼 친하게 지낸다.
그 중 리더인 큰딸 명혜는 10주기이니만큼 제사를 지내자고 한다. 단, 제사를 반대한 시선이 싫어하는 전통 가부장식이아니라 특별한 방식으로. 하와이에 오래 이민자로 살았던 엄마를 기리기위해 가족 모두 하와이에 가서 몇일동안 각자의 방식으로 하와이를 여행하고 경험하며 엄마를 기리자고. 그리고 기일날 시선에게 주고싶은 기념품 혹은 선물을 하나씩 상에 올리자고.

그렇게 시선의 세 딸과 아들 하나, 그녀의 사위와 며느리, 그녀의 손자 손녀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와이에서 시간을 보내며 시선을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누군가는 시선과 커피마시며 대화하던 추억과 유머를 선물하기위해 여행내내 숙소에서 하와이 원두를 종류별로 사서 커피를 끓인다. 누군가는 훌라춤을 배운다. 누군가는 서핑을 배우며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파도를 선물하겠다고한다. 정세랑 작가의 이야기를 사랑하게 되는 지점은, 버리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한 챕터만큼의 목소리를 내고, 모두가 한명씩은 그 사람의 진가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딸들에 비해 나사 빠진것같고 좀 능력이 덜한것같은 아들 명준에 대해서 조카 규림은 ˝이모들이 쎌 뿐 관찰력이 좋은사람˝ 이라고 한다.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고유한 캐릭터가 있는 이 이야기는 밝고 쾌활하고 생기가 넘친다.

배 다른 형제라고 흔한 드라마의 갈등같은건 없다. 대신 그들이 넘은 갈등은 이혼, 직장 내 유리천장, 여성을향한 묻지마 테러 같은 세상 속 현실감있는 어려움이다. 그리고 그들보다 한세대 위를 살았던 이민자 시선도 단지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하나 때문에 유명 독일 화가에게 오랜시간 가스라이팅과 그루밍을 당한 피해자였다. 그 속에서 ˝나는 살아남은 여자가 되겠다˝ 며 강인하게 버티고, 자신과 함께해줄 사람과 결혼하고, 한국에 와서 많은 선입견들을 버티다 재혼도 하고 자식들, 손자손녀와 천수를 누리다간 시선.

이 이야기의 끝은 그들이 제사를 지낸 뒤 공항으로 가며 새 각오를 다지는 것으로 끝난다. 그때 서서히 이 책의 제목이 왜 ˝시선에게˝ 가 아닌 ˝시선으로부터˝ 인지를 알게되었다.
이 이야기는 시선의 이야기기도 하지만 ˝시선으로부터˝ 세상을 멋지게 이기는 법을 배운 그녀의 자녀들, 손자손녀들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일단 스토리 자체와 하와이 배경이 너무 예뻐서 잘 읽혔다. 거기에 더불어 저자가 각자의 캐릭터들의 직업에 대해 추상적으로 말하는게 아니라 꽤 전문직업군들 (예: 영화 크리처 제작 아티스트, 미술품복원가, 고고미술학자 등) 에 대해 취재를 성실히 하고 캐릭터를 구축한게 느껴져서 정말 감탄하며 읽었다.

정성스럽게 애정담아 오랜시간 끓인 사골국이 누군가의 허약함에 힘을 주듯, 정성스런 캐릭터와 스토리 속 밝고 건강한 메세지를 읽으니 주말동안 이래저래 평안치 못했던 나에게 작지만 강하게 쥘, 어떤 힘을 또 주었다.

정말 재밌고 좋은 책이다. 이미 10만부 팔았다니까 볼 사람은 다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안봤으면 꼭 보시길. 선하지만 강한 시선으로부터 오는 그 힘이 여러분과도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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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고를땐 나름의 까탈스런 기준이 많이 있다. 일단 사람이 죽거나 고통을 가학적으로 받는 스토리는 아웃. 정신적 가스라이팅과 가해도 아웃.
그리고 딱히 호러나 미스터리는 아닌데 전체적으로 칙칙하고 우울하면 완독을 못할때가 많다. 그걸 다 빼도 평면적이고 전형적인 캐릭터 아웃, 공감이 어려운 너무 허구의 세계 아웃 (판타지와 우주물을 안좋아한다)

정세랑 작가님의 <시선으로부터> 는 이런 까탈스러운 나의 기준을 모두 통과하기만 한게 아니라 공감되고 힘이되는 이야기다.

일단 시작은 유명 화가이자 에세이스트 심시선의 10번째 기일을 앞두고 가족들이 모인다. 시선이 재혼을 했고 두번째 남편도 시선과 재혼을 했으므로 가계도는 복잡하다. 하지만 그들은 친남매들처럼 친하게 지낸다.
그 중 리더인 큰딸 명혜는 10주기이니만큼 제사를 지내자고 한다. 단, 제사를 반대한 시선이 싫어하는 전통 가부장식이아니라 특별한 방식으로. 하와이에 오래 이민자로 살았던 엄마를 기리기위해 가족 모두 하와이에 가서 몇일동안 각자의 방식으로 하와이를 여행하고 경험하며 엄마를 기리자고. 그리고 기일날 시선에게 주고싶은 기념품 혹은 선물을 하나씩 상에 올리자고.

그렇게 시선의 세 딸과 아들 하나, 그녀의 사위와 며느리, 그녀의 손자 손녀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와이에서 시간을 보내며 시선을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누군가는 시선과 커피마시며 대화하던 추억과 유머를 선물하기위해 여행내내 숙소에서 하와이 원두를 종류별로 사서 커피를 끓인다. 누군가는 훌라춤을 배운다. 누군가는 서핑을 배우며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파도를 선물하겠다고한다. 정세랑 작가의 이야기를 사랑하게 되는 지점은, 버리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한 챕터만큼의 목소리를 내고, 모두가 한명씩은 그 사람의 진가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딸들에 비해 나사 빠진것같고 좀 능력이 덜한것같은 아들 명준에 대해서 조카 규림은 ˝이모들이 쎌 뿐 관찰력이 좋은사람˝ 이라고 한다.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고유한 캐릭터가 있는 이 이야기는 밝고 쾌활하고 생기가 넘친다.

배 다른 형제라고 흔한 드라마의 갈등같은건 없다. 대신 그들이 넘은 갈등은 이혼, 직장 내 유리천장, 여성을향한 묻지마 테러 같은 세상 속 현실감있는 어려움이다. 그리고 그들보다 한세대 위를 살았던 이민자 시선도 단지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하나 때문에 유명 독일 화가에게 오랜시간 가스라이팅과 그루밍을 당한 피해자였다. 그 속에서 ˝나는 살아남은 여자가 되겠다˝ 며 강인하게 버티고, 자신과 함께해줄 사람과 결혼하고, 한국에 와서 많은 선입견들을 버티다 재혼도 하고 자식들, 손자손녀와 천수를 누리다간 시선.

이 이야기의 끝은 그들이 제사를 지낸 뒤 공항으로 가며 새 각오를 다지는 것으로 끝난다. 그때 서서히 이 책의 제목이 왜 ˝시선에게˝ 가 아닌 ˝시선으로부터˝ 인지를 알게되었다.
이 이야기는 시선의 이야기기도 하지만 ˝시선으로부터˝ 세상을 멋지게 이기는 법을 배운 그녀의 자녀들, 손자손녀들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일단 스토리 자체와 하와이 배경이 너무 예뻐서 잘 읽혔다. 거기에 더불어 저자가 각자의 캐릭터들의 직업에 대해 추상적으로 말하는게 아니라 꽤 전문직업군들 (예: 영화 크리처 제작 아티스트, 미술품복원가, 고고미술학자 등) 에 대해 취재를 성실히 하고 캐릭터를 구축한게 느껴져서 정말 감탄하며 읽었다.

정성스럽게 애정담아 오랜시간 끓인 사골국이 누군가의 허약함에 힘을 주듯, 정성스런 캐릭터와 스토리 속 밝고 건강한 메세지를 읽으니 주말동안 이래저래 평안치 못했던 나에게 작지만 강하게 쥘, 어떤 힘을 또 주었다.

정말 재밌고 좋은 책이다. 이미 10만부 팔았다니까 볼 사람은 다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안봤으면 꼭 보시길. 선하지만 강한 시선으로부터 오는 그 힘이 여러분과도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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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엔 작고 아기자기해 귀여운 곰돌이구나 싶다가도, 볼수록 표효하고 있는표정하며, 각 맞춰 꿇어앉은 모습하며 꽤 세 보이는 외관입니다. 처음에 상이 무거워 신경질이 났나 했는데 보란 듯 한쪽 팔로만 들어올린 모습을 보니 그냥 성질이 난 곰인 듯하네요.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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