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3040 여성의 삶과 심리에 대해 그 나이에 있을법한 사건들이나 사람들과의 마찰을 재료로 얹어 차려낸 7가지 단편 밥상. 솔직히 단편소설집 별로 안좋아한다. 이 책은 꽤 잘 읽은 편이지만 보통은 십중팔구 한두개읽고 도중하차 해왔다. 왜일까 생각해보면 소재가 신선하고 흥미롭지 않은이상 짧은 호흡으로 나타낸 정서는 소설에선 허무, 씁쓸함 같은 염세의 사촌격일때가 많아서같다. 꼭 모든 글이 긍정과 인류애 뿜뿜일필욘 없는데 큰 일 안 일어나고 뭔가 어떤 대화들 가족의 히스토리 보여주고 흐물흐물 뭐 그렇다고 어떻게든 살겠지.... 식일때 남는 어떤 개운치않음 과 짧기에 하다만 이야기같은 아쉬움이 컸던것 같다.<술과 바닐라> 는 그래도 결혼한 여성의 위태로운 일과 육아 줄다리기 (슬과 바닐라), 오래된 이웃부부와의 미묘한 관계 (잉글리시 하운드 독), 실패한 결혼 뒤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다이나믹 (고양이 자세를 해주세요) 등 결혼한 한국여성의 삶 이라는 통일된 주제 속 이야기를 펼치고 작품들을 관통하는 정서 (죄책감, 나를 찾고 싶은마음, 미련 등) 가 있어서 무사히 완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비단 소설속 이야기가 아닌, 어디서 들어보거나 나의 지인 이야기 같기도 한 이야기들의 나열. 하지만 작가 인터뷰처럼 "계속 실패하며 나아가다" 보면 작품 몇개 말미에서 희미하게 비친 희망의 단초를 붙잡고, 결국은 의미있고 좋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 믿는다. 40이 이제 엄청 멀리있지 않은 상황에서 나의 위치와 마음을 타인의 신발을 신고 물집잡혀가며 걷게해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