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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 ㅣ 창비시선 462
강지이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평점 :
시집을 읽을수록 느끼는건데, 시 만큼 내밀한 저자의 마음과 의식구조를 그 날것 그대로 나타내는 장르도 없는 것 같다. 처음엔 실화에 바탕한 에세이나 소설이 제일 저자의 솔직하고 내밀함을 나타낸다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생각이 다르다.
시의 어떤 면에서 난 그걸 발견했을까? 시의 공간과 시간, 감각 사이를 뛰어다님에서 그걸 발견한 것 같다. 특히 <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 를 읽으며 그런 생각을 많이했다. 시 속 세계에선 집에 나뭇가지가 자라나며 별을 들여오는 것도 (이곳에서 보는 첫번째), 달걀을 유리잔에 깨서 넣을 때 창문이 깨지고 새가 들어오는게 가능하다 (새의 밤). 그리고 이 시집에서는 유난히 말을 하다 끊은 것 같이 끝나는 시도 많았고 , 공간을 시각화하듯 글씨가 어떤 모양을 그리며 써있는 시도, 아래로 하강하듯이 텍스트가 배치된 시도 있었다.
내용은 보통 추상적이고 보통 내가 익숙한 이야기처럼 흐름이 계속되지 않는데, 방금 말한 그런 모양새들과 표현방식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과 패턴으로 표현되지 않는, 더 깊은 차원의 마음이나 감정을 수면으로 끌어올리려는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그게 만약 맞다면, 실화나 심경을 자세히 쓴 이야기만큼 (혹은 그보다 더) 시가 솔직하고 내밀할 수 있다 생각한다.
아직은 직감적으로 이해가능하고, 글귀나 제목이 예쁜 시가 더 좋지만
시를 더 접하며 여러가지 시에 대한 생각, 경험, 마음이 쌓여간다.
그리고 시를 알아가는게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