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개정판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과철학의숲 #괴테 #카프카 #한강 #상실의시대 #철학카페에서문학읽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서평글입니다-



철학카페의 문을 연 지 20년, 세상은 놀랍도록 변했고 소스라치게 위험해졌다.

삶이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우리는 철학을, 문학을 그리고 인생을 이야기해야 한다.

다가오는 새벽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혹은 꽃 피는 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철학카페는 브랜드 커피,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카페라떼뿐 아니라 에스프레소까지 모두 준비되어 있다. 모두 독특한 맛과 풍미를 가지고 있다. 선택은 당신의 몫. 즉 작품에 대한 사소한 정보부터 교양이 될만한 각종 주제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철학적 해석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여기서 '철학적 해석'은 철학카페가 준비한 특별메뉴라고 볼 수있다. 어떤 커피(철학에 대한 분석)든 맛은 볼 수 있지만 해석(특별한 메뉴)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 철학카페가 하는 일은 밤에 다가오는 새벽을 준비하고 꽃 피는 봄을 예비하는 곳이다. 여기 15명의 작가와 작품을 통해 철학이라는 바다에 한번 풍덩 빠져보자.



#만남과 관계의 미학-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

우리는 누군가가 있기에 소중함을 느끼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을 소중하고 아름답게 생각하는 상대가 존재해야 하는 법. 결국 인간은 인간과 함께 관계를 가지고 사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항상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여우'선생님은 관계를 맺는법, 서로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다.

"네 장미를 그렇게 소중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네가 장미를 위해 정성들여 쏟은 시간이야."

어떤 것의 소중함은 그것과 맺고 있는 관계에 의해서 생겨난다. 나-그것의 관계가 아니라 나-너의 관계로 만나야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지극히 사랑하는 뜻이다.



#가족에 관한 냉혹한 진실-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몇 번을 읽어봐도 하루 아침에 바퀴벌레와 같은 존재로 변해버린 그레고리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부들부들 떨게 한 작품이다. 카프카가 들추어낸 무서운 진실은 무엇일까? 가족이라고 해도 경제적 관계, 집 안에서의 어떤 위치, 그의 '어떠어떠함'이 변했을 경우 그에 대한 사랑도 하물며 가족일지라도 따라서 변하고 소외될 수 있다는 무서운 냉혹함이다. 가족 안에서도 어떻게 그러한 것이 가능할까? 바로 자본주의이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이기심과 체계적인 이윤 추구의 정당화'이다. 자본주의 안에서는 기꺼이 보험금을 위해 가족을 죽이고 아무리 아끼고 소중한 사람이라도 나의 이윤을 위해 해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돈벌이를 자신의 물질적 생활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목적 자체로 여기는 것이다."

"부르주아지는 가족관계 위에 드리워진 그 감동적인 감상의 포장을 찢어버리고, 그것을 순전히 금전관계로 만들어버렸다."

마르셀은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가족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대를 그의 '어떠함'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의 '있음'자체를 존중하고 상대의 고통과 불행을 나의 고통과 불행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텅 빈 무대 위에 대본 없는 배우, 인간-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이 연극은 흔히 우리가 접하는 연극이 아니다.어쩌면 너무나 공허하고 지루한 연극에 당황해할지도 모른다. 이 연극은 권태를 주제로 관객들을 흥미롭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권태 자체를 보여줌으로서 관객들이 권태를 스스로 체험하게 한다. 사무엘 베케트가 한 일은 적어도 두가지이다. 첫 번째는 '변화없는 시공간'을 창조했다. 전통적 연극은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의 변화는 사건의 전개를 위해 표현되나 여기서는 전혀 아무런 사건도 없고, 아무도 오지않고 일어나지 않는 시공간을 만들어냈다. 두 번째는 '성격 없는 인물'을 창조한 것이다. 그들은 대화를 하긴 하지만 전혀 성격을 유추할 수도 없고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 역시 부조리하다.

그들, 그리고 우리가 서있는 자리는 바로 아무 의미없이 내던져진 자리, 자신의 모든 것이 오직 자기의 선택과 결단에만 맡겨져 있는 자리, 그것에 의해서만 존재의 의미가 밝혀지는 자리이다.

관객들이 지루해지는 것은 인물들이 벌이는 '시간죽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죽이기가 전통적인 연극에서 전개되는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이끄는 몰입을 거부하기 때문이며 우리의 일상적 삶의 무의미함과 허망함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남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따라 '평균적 일상성'을 따라 산다. 서로 동질화와 평균화를 꾀하며 위안을 얻는 것이다. 진정한 자기로서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하는 것이 인간의 삶의 목표인 것이다.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슬로터다이크의 주장에 의하면 인간 문화, 즉 모든 휴머니즘 문화는 동물로서의 인간을 길들이기 위한 '사육'이라고 말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템페스트>에서 따온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는 발달한 과학문명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유전학적으로 선별되어 만들어지고 사육된다.

"런던 중앙 인공부와,조건반사 양육소라는 간판이 붙어있고 '공유,균등,안정'이라는 세계국가의 표어가 보인다."

첫 번째 설계도는 우생학, 두 번째 설계도는 행동주의 심리학에 기반해 만들어진다. 유아들에게는 조건반사를 통한 교육을 시킨다. 이 신세계는 생물학적 결정론과 환경결정론을 토대로 만들어진 사회인 것이다. 과연 이 사회는 괜찮은 것일까? 아주 완벽해보이지만 문제는 자신의 모든 것이 타인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설사 불행해지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실행할 자유를 가질 권리를 인간은 원한다."


 

#우리를 찾는 시간여행, 애도-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이번 철학카페 책에는 새롭게 한강 작가의 글을 넣었다고 하셨다. 나 또한 <작별하지 않는다> 책을 읽고 뭔가 아주 묵직하고 먹먹한, 고통스런 마음을 같이 느꼈던 것 같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 덩이 선혈, 한 무더기 숯검댕이, 뒤엎어진 바다, 미친 눈보라를 한강 작가가 글로 꺼억꺽 글로 토해낸 것이다. 물음표가 된 역사적 참극인 제주4.3사건. 정말 믿기조차 어려운 인명피해 규모였다. 제주 인구의 약 10%나 희생되었다니 이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이며 기록만으로도 여러 의문들을 제대로 밝히기가 힘들 정도이다. 등장하는 유령 아닌 유령은 그저 체류하다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들이 지닌 슬픔, 고통, 참혹을 함께 기억하고 공감하는 애도를 지속해서 행하고, 행하는 책임을 담당한다. '타자의 고통은 나의 책임'이라는 윤리의식이다.

독자들은 말한다. 문학과 철학에 대해 거부감이 있더라고 이 책만큼은 꼭 읽어보라고 권장한다. 나 또한 책의 첫 장부터 끝 장까지 포스트잇을 붙이고 밑줄을 쳐가면서 알뜰살뜰 꼼꼼하고 재미있게 철학의 향기에 파묻혀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풍요로운 시간을 보내서 너무나 행복했다. 책을 다 읽어갈수록 아쉬워지는 마음이 저절로 든 것은 독서를 하면서도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었다. 문학과 철학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이렇게 깊은 사유와 감칠맛 나는 설명들은 나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고 나도 언제쯤 이런 깊은 사유와 통찰력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하는 작은 질투심마저 일렁일 정도로 탄복했다.

"우리 삶에 깊은 이해와 의미를 부여해주는 이 철학 카페로 모두를 적극 초대합니다.

어떤 커피 메뉴든 상관없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