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의 정신과 의사 - 치료와 형벌 사이에서 생각한 것들
노무라 도시아키 지음, 송경원 옮김 / 지금이책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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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들을 치료하는 것에 갈등을 느끼지는 않습니까?

어느 교도소 정신과 의사의 고백, 그리고 교정과 치료, 격리와 보호, 가해와 피해,

그 경계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

교도소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공공시설은 아니다. 정신질환으로 인해 법을 어기거나 여러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이 수감되는 교도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여러 시선을 보내온다. 특히 피해자들의 입장에는 자신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놓고 삼시세끼를 챙겨먹고 봉사 교육도 받게 해주며, 자격증까지 무료로 취득시켜주는 것에 엄청난 반발을 일으킨다. 또한 정신질환으로 인해 수감되었거나, 수감된 후 정신질환이 발병된 대상자들을 위해서 주인공과 같은 정신과 의사는 치료를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사람들도 치료를 해줄 수는 없다며 치료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많이 가로막아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인간으로서 우리는 과연 인간의 존엄성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제목인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에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주인공은 얘기하고 있다. 첫 번째는 주로 교도소 같은 교정시설에서 오랫동안 정신과 의사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두 번째는 교도소로 대표되는 교정시설이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우리의 일상과 격리된 채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하여 여기서의 '교도소'는 그 자체의 공간적인 의미보다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부분, 빛이 닿거나 관심이 닿지 않는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교도소에서의 정신과 의사는 어떻게 치료를 하며 하루를 보낼지, 일반적인 정신적 치료와 교도소 안에서의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적 치료를 어떻게 다를지 많은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의 정신과 치료 및 경험을 조우하게 된다. 학대, 다양한 가족의 형태, ADHD와 같은 부주의성과 산만한,. 발달장애, 노인의 병과 죄, 핀란드 교도소에서의 경험, 왕진을 통해 알게된 점 등 다양한 내용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담당하던 한 소녀가 극도로 흥분하여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출소일을 앞두고 있던 차에 그녀는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얘기하는데 재혼한 어머니의 의붓 오빠에게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매일 성적학대를 당해왔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해온 소녀과 같은 경우 체계화된 심리치료는 효과가 없거나 효과가 있어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한다. 제일 필요한 것은 안정된 의식주 제공과 끈기 있고 꾸준한 지지이다. 다시 말해 정신의학이 할 수 있는 것은 안타깝게도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청소년 비행'은 부정적인 학습의 결과와 적절하지 못한 양육, 또한 앞서 말한 '학대'로 인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비행 청소년의 치료 경우 불우한 환경으로 성장 발달이 늦어지는 경우 아동양호시설, 소년원 등 어느정도 보호 환경에서 생활하면 조금이나마 회복되지만, 인생의 초기에 상당한 타격을 장기간 받았다면 회복이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을 얘기한다. 또한 학대를 행한 어른이나 부모도 사실은 학대받았으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부적절한 양육과 케어를 받은 사람은 그대로 똑같은 부모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또한 주인공은 발달장애의 하나인 ADHD에 대해 이야기한다. ADHD는 성인과 아이 모두 나타날 수 있고 나이가 들면서 증상이 감소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고 약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처럼 일본에서도 ADHD를 교육현장에서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수록 안정적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10대 후반,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이 장애는 계속 남아있을 수 있다. 아동의 경우 쉽게 발견될 수 있지만 성인 ADHD의 진단은 아동보다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성장과정의 영향도 다르고 어쩌면 다른 환경에서는 평범해보였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범죄백서 등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의 전체 수감자 중 노인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노인 수감자가 증가하는 배경은 몇 가지 설이 있지만 주로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빈곤'이 주된 원인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예를 들어 저학력에 지능이 그다지 높지 않은 사람이 공장에서 일하고 결혼은 하지 않았고 회사에서 잘리고, 돈이 없어 늦은 나이에 노숙자가 된다.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어 물건을 훔치다가 경찰에 넘겨져 실형을 살아 이렇게 교도소에 복역하게 되는 것이다. 영국의 다양한 논문에 따르면 노인 범죄의 다수는 성범죄, 약물범죄, 폭행 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노인을 수감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노인 수감자들을 진찰해보며 알게 된 것은 절도나 무전취식 같은 경범죄 외에도 살인, 살임미수, 상해치사 같은 중대범죄도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캐보니 대부분 가족을 상대로 한 범죄였고, '간병'끝에 벌어진 범죄였다. 오랫동안 정신질환에 걸린 아이를 부부가 같이 간병하다 아내 또한 병에 거려 둘을 살해하고 자신은 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하고 살인죄로 들어오는 것이다. 또 다른 수감자는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를 겪고 있던 아내를 5년넘게 간병하다 지쳐 살해한 죄로 수감된 여든을 바라보는 남성의 경우도 있다.


주인공은 핀란드의 교도소를 견학할 기회를 갖게 된다. 일본과 핀란드의 교도소는 어떠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까. 핀란드의 교도소 중 가장 규모가 큰 폐쇄교도소인 헬싱키 교도소를 둘러보며 놀랍게 느낀 것 중의 한가지는 교도소안에서의 자살에 대해 교도관이 해외에서 온 방문자에게 사실을 숨김없이 말한다는 것이다. 일본 교도소에서의 자살은 무조건 함구하며 교도소의 오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치매 케어에 관련해서도 다리나 허리가 많이 불편해보이는 치매 노인들은 자유롭게 걷고 있었으며 신체를 구속하거나 진정시키기 위한 투약도 최소한으로 절제된다. 넘어지는 경우 가족에게서 항의를 받는 경우는 없고 가족에게 충분히 상황을 설명하면 인지한다. 일본의 경우는 낙상사고가 일어날시 가족으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기 때문에 환자를 침대에 묶어두거나 하여 비판이 가지않게끔 하기 때문이다.

교도소의 소장이 말했던 인상깊었던 말 " 우리의 목표는 모범적인 수감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시민을 만드는 것입니다."

즉 일본의 교도소와 핀란드의 교도소의 차이는 범죄자를 수용하는 목적을 '형벌'로 보느냐, '사회복귀(좋은 시민 양성)'로 보느냐에 따른 것이다.

'교도소'로 대변되는 높은 담장 너머에서 우울증, 섭식장애, 불안증, 과대망상, ADHD 등 다양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가해자란 이유로 방치한다면 과연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또한 교도소에서 같이 살아가며 밤낮으로 지원해주는 사람들은 단순히 그들을 격리하고 교정하는 것 외에도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로부터 격리된 특수한 공간에서의 의료 현장을 정신과 의사의 실제 경험을 들어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겪었을 의사의 고뇌와 갈등, 복잡한 내면 고백을 들으며 또다른 공간에서의 그들의 인생과 삶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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