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까지는 이러한 이야기 전개가가능했고,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학교 폭력이만연한 시대상의 반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맥락을 놓쳐서는 안 된다. 스스로 몸을 만들고,체력을 쌓고, 힘을 기르고, 그도 안 되면 잔인한공격성을 키우면, 죽어서 원혼이 되지 않은 채
‘현실에서‘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고도성장으로용솟음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남자가 죽어서귀신이 되어 복수하는 그런 섬세하고 복잡하며우울한 서사가 성립할 여지가 그리 넓지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 P55

여학생들의 경우는 다르지 않을까? ‘여고괴담‘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의묘사에 따르면 그렇다. 작중에서 묘사되는여학생들은 내면 혹은 내면 속의 비가시적인영역을 지니고 있다. 그 속에서 애정, 질투,
증오, 원한, 동경, 좌절 같은 복잡한 감정이오간다. 그런 것들은 보이지 않고 구체화되지않으며 가독성이 떨어진다. 남학생들과마찬가지로 매일 아침 7시30분부터 조그만교실에 앉아 모두 똑같은 것만 배우고 있지만, 여학생들에게는 내면이라는 게 있고, 그 내면의 비가시성이 괴담을 성립하게 해준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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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하우스는 1920년대에 암석과 석회, 혹은 콘크리트 블록으로지은 집을 일컫는 말이었다. 지붕은 슬레이트나 골함석, 타르를 칠한 펠트로 덮여 있었다. 화이트하우스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오래된 블랙하우스를 대체하기 위해 지어졌다. 블랙하우스는 자연석으로 벽을 세우고 짚으로 지붕을 이은 전통적인 가옥 형태였다. 사람의 거처는 물론축사 역할도 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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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오는 세 가지 :두려움, 사랑, 그리고 질투.
Tri rudan a thig gun iarraidh: an t-eagal, an t-eudach‘s an gaol.
스코틀랜드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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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점을 봤다. 왼쪽 페이지에는 "구동치가 세상 그 누구보다 잘하는 일은, 기다리는 일이다"라는 문장. 같은 줄의 오른쪽 페이지에는 "사람들은 돌아갈 길이 없을 때 어쩔 수없이 행복해진다"라는 문장. 강치우는 두 문장을 연결해보았다. 돌아갈 길이 없으면 기다리게 되고, 기다리다보면 어쩔 수 없이 행복해진다. 대체로 맞는 말같았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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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휘젓는다기보다 상대방의 생각이 마구 뒤섞일 수 있는 그릇 역할을 해드릴 뿐입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그럴 수 있는 여력이 없거나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겁을 내거든요. 뒤섞인다음에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으니까요." - P161

강치우라는 작자, 글은 거의 안 쓰는 것 같아요. 피시방에서 보이는창문이 강치우의 삼층 작업실인데요, 책상이 정확하게 보이거든요그런데 일주일 동안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소설가라는 이름만 달아놓고 뭔가 뒷일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추측을 또 한번 제가 해봅니다. - P104

"소설가는 관찰하는 사람이에요. 관찰의 핵심이 뭔지 알아요? 자신을 사라지게 하는 겁니다. 내가 드러나면 관찰이 제대로 이뤄질 수없어요. 나를 버리고 상대를 온전히 지켜볼 수 있을 때 관찰이 완성되거든요. 그래서 소설가는 경력이 거듭될수록 눈에 잘 띄지 않는사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사람으로 변하게 되는 겁니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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