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나가려고 보니 역 앞으로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건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리는‘ 세상이었다. 이런 세상이라면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고 있을 게분명했다. 어디에 있다가 갑자기 이런 세상이 나타난 것일까? 자신은 다만 시를 한 편 들었을 뿐인데 그나마 오래전 자신이………쓴 시였는데……… 기행은 가만히 서서 푹푹 나리는 눈을 맞으며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대는 흰 당나귀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었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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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인류학자는 범죄소설들을 "20세기의 민간 신화"로 부를것이라고 니컬러스 블레이크는 말했다. 결국 결작 추리ㆍ스릴러 소설은성배 탐색이라는 오래된 주제를 저마다의 개성을 발휘하면서 동시에‘아리스토텔레스적’으로 잘 풀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탐정은 언제나함정 또는 위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지만, 동시에 그는 오래된 이야기 구조가선사하는 질서정연한 운명 속으로 들어간다. 이 질서는(운명은) 준수되어야하며 탐정은 그 질서의 상징인 동시에 수호자이다. 추리·스릴러 소설의독자들은 아름답게 방어된 운명을 목격할 때 박수를 친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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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순간을 살면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책을 읽는 수준을 넘어서 책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대책 없이 푹 빠져 버린 순간을 말이다. 맨 처음 그런 느낌을 선물한작품은 평생 잊히지 않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시금 뜨겁고 강렬한 깨달음이 찾아온다. 그래! 그렇지! 맞아! 나도 느꼈어! 그리고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내 생각도 그래! 내 느낌도 그렇다고!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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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19세기 말 영국과 유럽은 과학적발견과 기술혁신이 가져다준 발전과 실증주의에열광했다.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미래에 주목한 픽션들이쏟아져 나왔고, 특히나 의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연역적추리’가 문학적 글쓰기에 도입되었다. 두 탐정의 추리를증언하고 기록하는 인물로서 ‘의사’가 등장하는 것은이런 맥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P113

설명할 수 없는 세계까지 과학으로 설명하고자 하는영지주의 붐이 동시에 일어난 것이다. 코넌 도일은의사이면서 영매를 초빙하는 정기 모임을 열었던영지주의자였다. 그리고 멀리 갈 것도 없이 앙리 코뱅과코넌 도일 이전, 최초의 추리소설 「모르그가의 살인」을쓴 에드거 앨런 포가 바로 이런 19세기의 모순을대표하는 인물이다. 도일과 코뱅 사이에 유사점이있다고 말한다면, 앨런 포와 코뱅과 홈스 역시 그만큼의유사함을 공유한다고 말할 수 있을 터이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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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이쪽과 저쪽 중간의 차가운 공기가 담긴 심연을 건너다보며 그녀가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빌리가 그녀에게 그런 기회를 주었다. 그녀는여기 있다. 그녀는 발견되었다.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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