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으로 전수받았음을 알고 있다. 그 힘이 어머니에게서 출발해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모습을 지켜보느니 차라리 노골적으로 어머니를미워하고 거부하는 편이 훨씬 더 쉽다. 그러나 모성 공포증이 생길정도로 어머니를 미워하는 곳에는 어머니를 향해 깊이 끌리는 힘도있을 것이다. 방심하는 순간 완전히 어머니와 똑같아질 수 있다. 청소년이 된 딸은 어머니와 전쟁을 벌이며 살지만 동시에 어머니의 옷과 향수를 빌릴 수도 있다. 집을 떠나면 어머니의 방식과 정반대되는 모습으로 집안일을 할 수도 있다. 침대를 정리하는 법이 없고 설거지도 하지 않는 것은 벗어나고 싶은 궤도의 중심에 자리한 여성이티 하나 없이 집 안을 가꾸는 모습과 정반대되는 무의식적 행동일수도 있다. - P191

자신의 정체성을 어머니로 여기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 혹은 쇼팽이 정의한 ‘어머니형 여성‘에 적합하지 않은 여성에게 위협적이면서 동시에 혐오스럽게 느껴진다. - P194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감정을 너무 잘 알아서 오히려 어머니에 대해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어머니의 딸이라는 게 어떤 느낌인지 설명해보려고 했지만, 자꾸 나 자신이 분열되고 어머니의 피부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나의 일부분은 어머니와 너무도 닮았다. 아직도 어머니를 향한 분노가 깊이쌓여 있음을 알고 있다. 철없는 행동을 했다고 네 살에 벽장에 갇혔을 때의 분노(아버지의 지시였지만 실행은 어머니가 했다), 얼굴에 틱이 올 때까지 너무 오래 피아노를 연습해야 했던 여섯 살 아이의 분노(역시 아버지가 고집해서 피아노를 쳤지만 시킨 사람은 어머니였다)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 어머니가 된 나는 아이의 얼굴에 나타난틱 증상이 자신의 몸을 찌르는 날카로운 죄의식과 고통의 칼날이었음을 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임신하고 어머니를 절박하게 원하면서 어머니가 적에게 가버렸다고 생각하는 딸의 분노를 느낀다. - P174

가부장제 사회에서 자라는 여성은 어머니의 보살핌을 충분히받았다고 느끼기 어렵다. 우리를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우리를 위해 어떤 투쟁을 감수하든, 어머니의 힘은 너무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가부장제는 일찍부터 어린 여자들에게 적당한 기대치가 무엇인지를 어머니를 통해 가르친다. 아무리 딸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에 그랬더라도 한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자신을낮추고 의욕을 꺾는 역할에 순응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어머니의 보살핌‘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많은 딸이 너무도 쉽게 수동적으로 ‘찾아오는 건 뭐든지‘ 받아들이며 살았다고 어머니에게 분노를 느낀다. 어머니의 희생은 어머니 자신에게도 치욕이었지만, 여성으로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인지탐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지켜보는 딸까지도 훼손한다. 전족을 전통으로 삼는 중국 여성처럼 자신의 고통을 계속해서 물려준다. 어머니의 자기혐오와 낮은 기대치는 딸의 정신까지 속박한다. - P203

데리러 가야 하는 여성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이는사회제도나 모성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직 모진 목소리, 멍한눈동자, 자신을 안아주지 않는 어머니,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지 말해주지 않는 어머니를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딸이 자기 자신으로 자랄 수 있도록 애정과 지지를 보내준 사람이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였다고 느끼는 가정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머니를보충한 게 아니라 대신해 양육하는 아버지는 어머니가 부재한 이유가 무엇이든 어머니를 희생시킨 대가로 틀림없이 사랑받는다는 게 고통스러운 사실이다. 그는 남성으로서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아버지를 향한 사랑이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대신한다면 어머니를 두 번 잃는 셈이다. - P206

끈질기게 여성의 몸과 자아를 빼앗아가는 체제 안에서는 이모든 것이 극도로 어렵다. 게다가 자신의 자아를 뺏겼을 뿐만 아니-라 알코올중독이나 약물중독, 자살 충동 때문에 자신의 딸에게어머니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머니들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할 수있겠는가? 생존을 위해 온종일 힘겹게 일하다가 하루 끝에 어머니로서 에너지는 바닥이 난 상태로 무감각하고 지친 모습으로 아이를 - P205

"나는 항상 여성보다 남성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아왔다."
토큰 여성들이 흔히 하는 말인데,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준 것처럼보이는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동일시하기 마련이므로 충분히이해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줄 수있는 지위에 있었던 사람은 누구인가? 남자는 종종 자신의 아내에게는 주지 않는 지지를 자신의 딸이 자아를 찾을 때는 제공한다. 어쩌면 아내를 붙잡아두기 위한 구실로 딸을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딸이 자신을 흠모할 때 딸의 힘에는 위협을 느끼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 아내와 딸을 억압하는 남성 교사가 자신의 여학생에게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남성들은 그들이 원하면 개인으로서 우리에게 힘과 지지와 특정 형태의 보살핌을 제공할수 있었다. 그러나 그 힘은 언제나 훔친 힘이자 가부장제에서 여성전체에게 빼앗은 힘이다. - P206

언어의 틈새에 문화의 강력한 비밀이 숨어 있다. 이 책 전체에서 나는 ‘아이를 돌보지 않는unchilded‘ ‘아이 없는childless‘ 혹은 ‘아이에게서 벗어난 child-free‘과 같은 용어에 의존해야 했다. 우리에겐 아이와의 관계에서나 남성과의 관계에서나 스스로 선택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여성을 부르는 익숙하고 준비된 이름이 없다. ‘아이를 돌보지 않는‘이나 ‘아이가 없는‘이라는 용어는 그저 하나의 결핍을 규정할 뿐이다. 심지어 ‘아이에게서 벗어난‘이라는 용어도 모성을 거부했다는 것을 암시할 뿐, 그 여자 자체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 P211

침묵도, 빈 공간도, 여성을 배제한 언어 자체도, 대화의 기법도 우리 여성들이 일단무엇이 삭제되는지 지켜보고, 말해지지 않은 것에 귀를 기울이고, 이미 확립된 과학과 학문의 양식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법을배운다면, 그 내용만큼이나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여성을 위한 특권적 교육이 지닌 위험성은 우리 스스로 외부자의 시각을 잃고, 기존학문의 양식이 인류 전체를 위해 보편적이고, 결국 우리를 포함했다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 P225

는 ‘남자처럼 생각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바로 여성 토크니즘과 관련한 권력의 의미입니다. 대다수 여성에게는 허락되지 않는권력을 소수 여성에게 주고, ‘진정한 자격을 갖춘 여성만이 리더십과 인정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익을 바탕으로 한 정의가 실제로 널리 퍼져 있습니다. 토큰 여성은 대다수 여성과 달리 특별한 재능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광범위한 여성의 현실과 분리해 스스로 ‘보통‘ 여성과 다르며, 심지어 실제 모습보다 더 강한 사람으로 생각하도록 부추김을당합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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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얼거렸다. 시끄러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시끄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완벽하게 없는 사람이 될 테니까. 눈도 귀도 없는 사람이 될 테니까. 이름도 없는 사람이 될 테니까. 그것이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은 그가 세운 유일한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계획을 세웠다고 해서 계획한 일을 계획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해서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다. 계획을 세우지 않은사람은 계획에 없는 일을 하며 산다. - P46

말해야 할 것이 있으면 말했을 것이다. 말해야 한다고생각했다면 말했을 것이다. 시간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은 것은 말할 것이 없거나 말할 필요가 없어서였을 것이다. 말할 것이 없다는 건 알아야 할 것이 없다는 뜻이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알게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알 이유가 없다는뜻이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 - P76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던것은 아닐 수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말과 뜻이 같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아무 말도하고 싶지 않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하지 않는 편을 택할 수도 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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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생각에 매달려 너무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 알아? 그걸 놓아버리기가 너무 힘들어." - P287

히메나 자신이 무엇을 얻었는지는 정말로 모르겠다. 우리가 함께한 그 시간에서 자신의 아파트에서 보낸 그 길고 나른한 날들에서. 어쩌면 딴생각을 하게 해줄 누군가가 옆에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거실에 타인의 몸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았는지 모른다. 나는 너무도 오래 칼리와 함께지냈기에 가끔 잊고는 했다. 독신일 때는 그것만으로도, 같은 공간에 누군가가, 타인의 몸이, 얘기를 나눌 다른 인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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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면 사람이 바뀐다 어쩐다, 다들 얘기하잖아요.‘ 린지가 말했다. "뭐, 물론 그렇긴 해요. 하지만 그런 말을 듣고 흔히 떠올리는 변화와는 다를 뿐이죠. 뻥 뚫린 마음이 채워진다거나 하진 않아요. 무언가를 해결해주진 않죠. 그저달라질 뿐이랄까요? 때로는 더 좋게, 때로는 더 나쁘게.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전과 다르게."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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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이런 일이 의례처럼 되어버렸다. 밤중에 자다가 깨어뒷마당을, 세탁실을, 차고를 확인하는 일, 이상한 소음의 정체를 알아보는 일, 창문을 단속하고 잠금장치를 더 단단히채우는 이런 일. 이것이 우리가 들어온 새로운 세상, 우리가꾸기 시작한 새로운 꿈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도 가끔은그 꿈에 균열이 생기는 때가 있었다. 과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그 다른 삶이 살짝 윙크를 보내는 때가있었다. - P24

참 이상한 일이다.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꿈에서깨어났는데 그 꿈을 꾼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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