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쪽 서가에는 일반적인 인문 관계 서적이 진열돼 있다. 일본문학 전집, 세계문학 전집, 개인 전집, 고전, 철학, 희곡, 예술일반, 사회학, 역사, 전기, 지리..... 그 많은 책들은 손에 들고펼치면 페이지 사이에서 옛 시대의 향기가 난다. 표지와 표지사이에서 조용히 오랫동안 잠들어 온 깊은 지식과 예리한 정감이발산하는 독특한 향기다. 나는 그 냄새를 들이마시면서 몇 페이지 읽어 보고 서가에 돌려놓는다. - P80

나는 자유다.라고 생각한다. 눈을 감고, 나는 자유다.라는것에 대해 한동안 생각한다. 그러나 자유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내가외톨이라는 사실뿐이다. 혼자 낯선 고장에 와 있다. 나침반도지도도 잃어버린 고독한 탐험가처럼. 자유란 이런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조차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둔다. - P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가 슬픈 건 죽은 이들 때문일수도 있고, 늘 미완으로 남는 소망 때문일 수도 있을 것같았다. - P2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화가 시작된다. 캐리스는 두 친구가 하는 이야기에 관심이없기 때문에 신경을 끄고 친구들의 존재를 몸으로 느낀다. 그녀로서는 대화 내용보다 두 친구의 존재 자체가 더 중요하다. 말은 창문에 다는 커튼과 비슷할 때가 많다. 거추장스럽지만옆집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하려면 참아야 하는 칸막이다. - P1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사코는 자신이 따로 문을 연 것과 마찬가지로, 요시키도 다른문을 열었음을 깨달았다. 슬프지는 않았지만 쓸쓸했다. 두 사람은침묵했다.
"내가 집을 나가면 놀랄 거야?"
"갑작스럽게라면 놀랄지도 모르지. 그리고 걱정할 거야."
"하지만 찾지는 않는다?"
얼마 동안 생각한 후 요시키는 끄덕였다.
"아마도." - P1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문이나 잡지 등의 매체와 인터뷰를 할 때, "이런 시대에시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대답의 종류에는 몇 가지가있다.
"여전히 시만이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있어서요"라거나 "시를 통해서 가능해지는 어떤 감각의 공동체가 있어요" 등의대답을 하곤 한다. 하지만 요새는 최대한의 정직함을 담아이렇게 말하려고 하는 편이다. "저를 위해서 시를 써요. 다른 것들은 그다음에 따라오는 것 같아요." - P145

그렇다면 시는 무엇일까. 시란 멀어지는 것이다. ‘너‘가선행하지 않으면 ‘나‘가 불가능하듯이, 의미는 차이가 없으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시란 동일성의 세계로 편입하는것이 아니라 더 많은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다.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너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불가능이 욕망을 낳는 것이다. 그 횡단 불가능한간극이 운동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사랑 노래와 연애시의차이는 여기에 있다. 사랑 노래가 꿈꾸는 것은 너와의 합일이지만 연애시가 그리는 것은 사랑의 불가능이다. 사랑 노래가 꿈꾸는 것은 폐쇄된, 그러나 완전한 세계이지만 연애시가 그리는 것은 사랑의 불가능으로 인해 가능해지는 세계의 개방이고 개진이다. - P180

그것은 연애시의 정수이기도 하다. 결국모든 시는 일정 부분 연애시의 양태를 띨 수밖에 없다. 시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나와 대상의 다름을 핵으로 삼아 추동되는 양식인 이상은 그렇다. - P181

그런 의미에서 요절한 천재 부류의 시인에게는 그다지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그저 가지고 태어난 재능을 가진 만큼 펼쳐보였고, 다 펼쳐보인 뒤에는 세상을 떠나버린 것이다. 드라마틱하다고는 할 수 있을 텐데, 후진으로서는 그다지 배울 점은 없다. 재능을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마음 깊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은 괴팍하고 징그럽게 늙어버린 예술가들이다. 재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끝내버리고 재능 이후의 세계를 탐구하는 종류의 작가들, 가진 것이상의 일을 하려다 무섭고 이상해져버린 그런 사람들. 나는 그런 이들을 사랑했다. - P2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