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덴큐 씨의 추리가 정말로 옳다면…………. 그렇겠죠."
"그건 상관없어. 맞느냐 틀렸느냐는 중요치 않아.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고."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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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지 읽을 수 없었다. 제트는 평소 내가 혐오하던 유형의 남성성을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강인함이 최고 가치인 과묵한 남자. 감정에 숨김이 없고 자신의 논리가 옳다고 굳게 믿는 사람. 잘생긴 얼굴 믿고 웬만한 여자들을 마음껏 휘두르는 데 익숙한... 문제는 내가 그 대부분의 여자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이브를 싫어하긴 했지만 그녀에게서 배운 얼마 안되는 것 중에 남자를 다루는 방식도 있었다. 나는 거의 모든 남자를 큰 개나 흑곰을 대하듯 조심스럽게 대했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면 최대한 거리를 두는 편이 나았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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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무도 상처주지 않아도 알아서 상처를 받는 능력이 있어요. 그리고 그 상처를 무시하거나 덮어놓지 않고 내내 뚫어져라바라보는 습관도 있고요. 아주 최악이죠?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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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 감정으로서의 권태는 단순히 지겨움이나 싫증이 아니다. 권태의 저 끝에는 무력감이 있다. 투이는 권태를 "과잉과 반복의 산물"로, "바로 앞을 짐작할 수 있고 단조로우며 벗어나기 힘든 상태에 있거나, 상황이 너무 오랫동안자리에 머물러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정의한다. 지루하고따분하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무력감은 동시에 사회에서 개인이 삶의 의미를 찾는 게어려워졌음을 뜻한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의 삶의 의미, 존재방식, 감수성 등을 하나하나 채워나가야 한다. 전통사회가부정되고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과거의 삶의 방식은 무의미해졌지만, 새로운 방식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던 때다. 따라서 권태는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문제를 제기한 - P93

시민사회의 진부함에서 벗어난 예술가들은 보헤미안이 됐고, 좀 더 나아가 예술로 진부한 삶에 충격을 주는 아방가르드가된다. 마네 편에서 보았던 것처럼 예술가들은 판에 박힌 예술 형식을 반대하고, 무의미한 삶을 직시하는 것에서 시작해 형식을새롭게 탐구하는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겁 없는 예술가들 덕분에 관람자인 우리는 ‘권태‘로울 틈이 없어졌다. - P94

‘만성적권태의 대가‘인 보바리 부인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여행과 섹스를 택했다. 소도시의 안정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소시민적인 삶이 지독하게 권태로웠던 그녀는 "죽어버리고 싶었고 동시에 파리에서 살고 싶었다." 레옹이 파리에 갔던 것도 너무 재미가 없어서 ‘예술가처럼‘ 살고 싶어서였다. 삶이 권태롭기 짝이없었던 둘은 예술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지만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밀회를 즐기는 사랑의 모험에 나섰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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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여자들은 잘 안 웃는다. 실제 부부를 그린 <온실에서>(In the Conservatory, 1879)에서는 기유메 부인이 싸늘한 표정을짓고 있어서 논란이 됐고 1863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저 유명한 <올랭피아>(Olympia)도 웃지 않았다. 한때 웃음이 혁명이었다면, 웃지 않음이 문제가 되는 시절이 온 것이다. 웃건 웃지않건 중요한 것은 ‘관행을 깼다‘는 점이다. - P75

그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는 것, 남과 다르다는 것, 개성이강하다는 것은 이제 예술가들에게 최고의 칭찬이 됐다. 이전 시대에 개성이 강하다는 말은 회화의 보편적인 법칙에 어긋났다는 부정적인 의미였다. 개성이 강하다는 말이 중요해지기 시작한 것은 더 이상 위대한 영웅이 아닌 평범한 개인이 예술작품의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평범한 개인이 주인공이 되어 평이한스토리를 이어갈 때 예술작품의 중요한 특성으로 부각되는 것 - P81

이 바로 작가의 스타일(style)이었다. 역사학자 피터 게이(PeterGay, 1923~2015)는 이러한 ‘스타일에 대한 의식‘을 모더니즘의본질이라고 말한다. - P82

"아아, 따분해, 따분해?"
사실 이 말은 플로베르의 소설 『마담 보바리』의 남자 주인공 레옹이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관청의 말단 서기였던 레옹의 삶은 지루하고 권태로웠다. 그의 불륜 파트너였던 엠마 보바리는 그보다 한 수 위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만성적 권태의 대가"였다. 권태라는 책에서 피터 투이(Peter Toohey, 1954~ )는권태라는 감정이 "근대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삶은 견딜 수 없이 진부한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파리코뮌이 종결되면서 프랑스는 더 이상 정치적인 격동 없이 경제발전을 거듭하는 중이었다. 라파엘전파가 통렬하게 비판했던 황금만능주의와 편협한 속물주의가 삶 전반을 지배했다. 모든 것이 그럭저럭 굴러갔다. 아무도 대단한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이 시대에는 어떤 새로운 모험도, 진지한 의미도 찾을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이 권태라는감정을 불러일으켰다. - P90

세상에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기억하며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 발군은 르누아르의 작품일 것이다. 르누아르 자신이 유쾌하고 쾌락적인 사람이었고, 당시 파리는 풍경과 시민의 일상 등 어떤 것이든 그리기만 하면 그림이 되는 행복한 시절을 보내는 중이었다. 인상주의 화가가 그린 그림의 주제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소풍을 가고, 데이트를 하고, 사랑을 하는 장면이었고, 그배경은 상상 속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공원, 강변, 기차역, 실내등 일상의 공간이었다. 보들레르가 이야기한 ‘현대 생활의 영웅주의‘가 르누아르 그림에서는 매우 달달한 어조로 표현되고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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