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은 거슬러올라가보면 모두가 같은 조상을 만나게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결국 우리는 하나의 점에서 폭발해 나온 것이 아니겠냐고 했다. 모두가 하나의 점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아무리 이질적인 존재라고 해도 서로에게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나는 하나였던 무언가가 어떤이질감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분화를 시작한 것이 아니겠냐고 대꾸했다. 태초의 무언가는 어느 날 불쑥 대분화를 시작했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또 열이 되는, 자기 안의 도저히 화해할 수없는 것들이 끝없이 쏟아져나오며 갈라지고 갈라지기를 거듭하는어마어마한 속도의 분열이었다. - P219

처음에 기능을 다하는 건 몸뿐이지만 그렇게 되면 마음이 머물곳이 없어지니까 마음은 산산이 흩어질 수밖에 없지. 그러면 너라고 할 만한 것은 완전히 사라지고 마는 거야. 너는 여러 마음들의집합체 같은 거라서. - P198

죽는다는 건 어쩌면 그냥 마음이 산산이 흩어지는 건지도 모르지.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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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지는 않겠지만, 그럴 리는 없겠지만 가족들이 지나치게맘 아파하며 걱정하는 꼴을 보기 싫어서 괜찮은 척 약을 파느라하는 헛소리겠지만. 우리가 불행을 극복하는 방식은 태연해지는것이었다. 낫는다는 것을 믿고 그 미래가 이미 도래한 것처럼 굴기. 그렇게 하면 반복되는 불행들을 점점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있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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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을 통한 분배가 현실이 되더라도-김칫국부터 마시지는 말고-좋아하는 직무에서 마땅히 보람을 얻었던 수많은 사람의 심리 상태에는 아무 탈이 없을까? 이들 일자리 중 다수가 글을 쓰고 편집하고 번역하던 일을 수반했다. 그들의 일원으로서 나는 이 문제에 대해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그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쓴다. 여러편의 초고를 작성하는 것은 그걸 탐구하는 과정이다. 나는 이런 기회를 누구에게도 박탈당하고 싶지 않다. - P25

1. 당신의 글쓰기 동기는 무엇인가?
2. AI는 인간이 쓰기를 통해 발휘하는 창의성에 위협이 되는가?
3. 어떤 쓰기 능력이 지킬 가치가 있는가?
4. AI의 영향력으로부터 필자 개개인의 목소리를 지킬 수 있을까?
5. AI가 저작자의 개념을 재정의할까?
6. AI가 쓰기 능력에 기반한 전문직에 위협이 될까?
7, 협력이냐 전적으로 맡길 것이냐를 정할 때 어디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 P51

내 입장은 다음과 같다. 나는 글쓰기를 고귀한 인간의 능력이라 여긴다. 그것은 우리에게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드러내고, 지식과 전문적 의견을 나누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을 갖게 할 힘을 준다. - P52

나는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그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쓴다여러 편의 초고를 작성하는 것은 그걸 탐구하는 과정이다. 나는이런 기회를 누구에게도 박탈당하고 싶지 않다. - P125

…… 문학도가 되려는 나를 철저히 이해하고수세기 전의 작가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쓴 작품을이해하기 위해 분투하는 것이었다. 희망컨대 그 과정에서분석적으로 사고하고 나만의 글쓰기 목소리를 찾는 방향으로한발 더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 P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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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는 잘리기 전과 크게 다를 게 없겠지만 속이 텅 빈 듯 가벼웠다. 발로 한 번 팍 밟으면 완전히 바스러질지도 몰랐다. 나는 나뭇가지를 있는 힘껏 멀리 던졌다. 하지만 그건 바다에도 가닿지 못했다. - P27

"그래도 말했어야지."
"뭐하러 그래. 별일도 아닌데 괜히 걱정하고. 마음 졸이고."
진영은 다시 또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바람이 너무 많이불어서 불을 붙이는 데 좀 애를 먹었다.
"마음 졸이게 했어야지."
"뭐하러."
"같이 졸이게 해줬어야지."
나는 더 할말도 없고 더 하고 싶지도 않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 그만 가자."
진영은 내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P30

"근데,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뭐가?"
"만약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아무 말 않고 있다가 모든게 다 지나간 다음에 결과만 딱 알려주길 원하냐고."
나는 곰곰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래" 하고 대답했는데, 그뒤로한참이나 진영이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곰곰 생각할 시간이나서 생각해본 다음에도 대답은 여전히 그래, 였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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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는 길을 찾거나 우편물을 수취하는 데 유용하라고 발명된 것이 아니라(물론 이 두 가지 기능을 훌륭히 발휘하지만) 세금을 매기고 범죄자를찾아 투옥하고 치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고안된 것이었다. 다시 말해 번지의 존재 이유는 사람들이 쉽게 길을 찾을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가 쉽게 사람들을 찾을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 P150

그는 "유능한 선전 기관이 해야 할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익숙한 것을 가져다가 식자부터 필부에 이르는 세간의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만드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적절한 맥락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단순한 메시지는 사람의 마음을교묘하게 파고들어 가 영구적으로 자리 잡는다. 그렇다면 거리이름보다 단순한 메시지가 또 있을까? - P258

디지털 주소는 분명 삶을더 편리하게 해 줄 것이다. 그러나 삶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 줄것 같지는 않다.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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