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혼자 서 있으면 어김없이 슬퍼졌다. 아주 오래전에맛보았던, 깊은 슬픔이었다. 나는 그 슬픔을 무척 잘 기억했다. 말로 설명할 길 없는, 또한 시간과 더불어 사라지지도 않는 종류의 깊은 슬픔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가만히 남기고 가는 슬픔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것을 대체 어떻게 다뤄야 할까?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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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읽기 작업을 거듭하는 사이 나는 그런 ‘통과의 감각‘을강하게 느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일반적인 의미의 이해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되는 면이 있었다. 그리고 나를 통과해 가는 그것들은 때때로 나의 안쪽을 기묘한 각도에서 자극하고, 오랫동안 망각했던 내 안의 몇 가지 감흥을 일깨웠다. 긴 세월 병 바닥에 쌓여 있던 오래된 먼지가 누군가의 숨결에의해 허공으로 훅 피어오르는 것처럼.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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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소하고 정밀한, 그리고 완결된 장소다. 전기도 가스도없고, 시계탑에는 바늘이 없고, 도서관에는 단 한 권의 책도없다. 사람들이 하는 말은 본래의 의미만을 지니고, 모든 것이각자 고유의 장소에, 혹은 눈길이 닿는 그 주변에 흔들림 없이머물러 있다.
(중략)
나는 밤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켜고 알맞은 언어와 적절한표현을 찾는다. 그리고 말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그림자를 데리고 살았어."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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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서로 멋진 이야기들을들려주고, 이어 그 이야기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지. 그들은 그로써 신화가 현실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자유, 존엄성, 형제애, 인간으로서의 명예, 우리 또한 이 숲에서 동화를 위해목숨을 내놓고 있는 거야."
"유럽의 아이들은 장차 학교에서 이 이야기를 외우게 될 거야!" 타데크 흐무라가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 P85

"내가 하나 만들어낼 거야. 우리가 함께 하나 만들어내자.
너하고 내가 우리 둘만이 그 말을 알고 있게 될 거야. 우리 둘만이 그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야. 아무한테도 그 단어를말해주지 않을 거야. 그 단어를 우리만의 비밀로 간직하자.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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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해주길 바란다. 내가 저들에게서 멀어지며 급히 걸음을 옮긴 그 모든 시간에 엄마는 가버린 게 아니라는 걸, 내 영혼은 몇 시간 전에 이미 집으로 살그머니 돌아와 대체로 여덟시 전에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빠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살며시 들어갔다는 걸, 그리고 내가 몹시 사랑하지만 그만큼 두려워하는 이 다정한 남자를 만지고 맥박이 뛰는 그의 관자놀이에 손을댄 채 나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멀게 느껴지는 그의 꿈을 느낀다는 걸. - P25

하지만 달이 보고 웃는 대상은 우리가 아니다. 우리 외로운 인간은 너무 작고, 달이 우리를 조금이라도 알아차리기에 우리 삶은 너무 순식간이다. - P26

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 번에 몇 년씩 내 관심을 끄는 것만 잘했다. 내 관심사는 책과 아이들뿐이었기에, 삶의 나머지 부분은 얼마간 멀어져 있었다. 내 아이들, 인류 문화가 길러지고 있는 두 배양접시가 무한히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엄마가 된다는 것은결코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성性의 구분으로 떠맡겨진 듯한 것은뭐든 모욕으로 느껴졌기에 그 역할을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나는 옷을 사주지도 않을 것이고, 저녁을 만들어주지도 않을 것이고, 일과를 관리하지도 않을 것이다. 부모들끼리 아이들의 놀이 약속을 잡는 일은 단연코 없을 것이다. 나에게 엄마가 된다는 것은한 달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유럽으로 모험을 떠나는 것, 아이들에게 로켓을 쏘아올리는 법이나 영광의 순간을 위해 수영을 가르치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읽기를 가르쳤지만, 아이들은자기 점심은 자기가 만들어 먹을 수 있어야 했다. 아이들이 원하는만큼 아이들을 안아주겠지만, 그것은 그저 인간으로서 하는 행위였다. 남편은 내가 제공하지 않는 빈 부분을 메워주는 사람이어야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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