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중얼거렸다. 시끄러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시끄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완벽하게 없는 사람이 될 테니까. 눈도 귀도 없는 사람이 될 테니까. 이름도 없는 사람이 될 테니까. 그것이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은 그가 세운 유일한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계획을 세웠다고 해서 계획한 일을 계획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해서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다. 계획을 세우지 않은사람은 계획에 없는 일을 하며 산다. - P46

말해야 할 것이 있으면 말했을 것이다. 말해야 한다고생각했다면 말했을 것이다. 시간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은 것은 말할 것이 없거나 말할 필요가 없어서였을 것이다. 말할 것이 없다는 건 알아야 할 것이 없다는 뜻이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알게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알 이유가 없다는뜻이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 - P76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던것은 아닐 수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말과 뜻이 같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아무 말도하고 싶지 않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하지 않는 편을 택할 수도 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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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생각에 매달려 너무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 알아? 그걸 놓아버리기가 너무 힘들어." - P287

히메나 자신이 무엇을 얻었는지는 정말로 모르겠다. 우리가 함께한 그 시간에서 자신의 아파트에서 보낸 그 길고 나른한 날들에서. 어쩌면 딴생각을 하게 해줄 누군가가 옆에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거실에 타인의 몸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았는지 모른다. 나는 너무도 오래 칼리와 함께지냈기에 가끔 잊고는 했다. 독신일 때는 그것만으로도, 같은 공간에 누군가가, 타인의 몸이, 얘기를 나눌 다른 인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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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면 사람이 바뀐다 어쩐다, 다들 얘기하잖아요.‘ 린지가 말했다. "뭐, 물론 그렇긴 해요. 하지만 그런 말을 듣고 흔히 떠올리는 변화와는 다를 뿐이죠. 뻥 뚫린 마음이 채워진다거나 하진 않아요. 무언가를 해결해주진 않죠. 그저달라질 뿐이랄까요? 때로는 더 좋게, 때로는 더 나쁘게.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전과 다르게."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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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이런 일이 의례처럼 되어버렸다. 밤중에 자다가 깨어뒷마당을, 세탁실을, 차고를 확인하는 일, 이상한 소음의 정체를 알아보는 일, 창문을 단속하고 잠금장치를 더 단단히채우는 이런 일. 이것이 우리가 들어온 새로운 세상, 우리가꾸기 시작한 새로운 꿈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도 가끔은그 꿈에 균열이 생기는 때가 있었다. 과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그 다른 삶이 살짝 윙크를 보내는 때가있었다. - P24

참 이상한 일이다.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꿈에서깨어났는데 그 꿈을 꾼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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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공기라고는 단 한 숨도 마셔보지 못한 핼리가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이 세상에 자유처럼 좋은게 없다는 사실을 베이비 섹스는 그게 두려웠다.
뭔가 잘못되었다. 뭐가 문제일까? 뭘까?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녀는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손이 보였고, 눈앞이 아찔할 만큼 단순 명쾌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 손은 내 거야. 내 손이야." 뒤이어 가슴이 쿵쿵거리는 것이 느껴졌고, 또다른 무언가를 새로 발견했다. 자신의 심장박동이었다. 이게 내내 여기 있었단 말인가? 이 쿵쿵 뛰는 것이? 그녀는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져서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가너 씨가 고개를 돌려 커다란 갈색 눈으로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뭐가 그렇게 우습니, 제니?"
그녀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제 심장이 뛰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 P235

피부가 희기만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하기 위해 흑인의 인격을 모두 빼앗을 수 있었다. 일을 시키거나 죽이거나 사지를 절단할 뿐 아니라, 더럽혔다. 완전히 더럽혀서 더는 자신을 좋아할 수 없게 했다. 완전히 더럽혀서 자기가 누구인지 잊어버리고 생각해낼 수도 없게 했다. 그녀와 다른 이들은 그 일을 겪고도 살아남았지만, 자식만큼은 절대 그런 일을 겪게할 수 없었다. 자식들은 그녀의 보배였다. 백인들이 그녀 자신은 더럽혀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녀의 보배만큼은, 마법처럼 놀랍고 아름다운 보배만큼은 그녀의 순결한 분신만큼은 그렇게 되게 할 수 없었다.머리도 발도 없이 표시만 남은 채 몸통만 나무에 매달린 시체들이 내남편인지 폴 에이인지 고민하는 그런 꿈으로조차 꿀 수 없는 꿈들은더이상 안 된다. 애국자들이 흑인 학교에 불을 질러 부글부글 달구어진 여학생들 가운데 내 딸이 있는지, 백인 무리가 내 딸의 은밀한 곳을 침범하고 허벅지를 더럽힌 후 마차 밖으로 내던지지는 않았는지괴로워하는 꿈들은 더이상 꿀 수 없었다. 그녀 자신은 도살장 마당에서 몸을 팔지언정, 딸에게는 절대 안 될 일이었다.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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